싱숭생숭 일도 안되고 해서 오늘 자게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작년에 결혼했구요. (제 형제는 아직 결혼안한 남동생 하나 있습니다.)
결혼전에는 친정에 외가식구들이 매년 북적거리는 집이라서
명절마다 혹은 행사마다 2-3일씩 집안일(음식,청소,설거지,과일+차 등 간식접대) 엄청하고 지냈어요.
원래 그런 일에 몸사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외가에서 엄마가 장남역할 하는 분위기라서 제가 안하면 친청엄마가 다 하셔야 하는 일이라 생각되니
일을 마다할 입장도 아니었지요.
어릴적부터 열심히 하고 결혼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하고나서부터는 시댁도 작은집이라 시댁큰집으로가서 전날 명절음식하는거 돕고나서
가족들끼리 모여 저녁먹고 시댁으로 돌아와
명절당일에는 아침일찍부터 다시 큰집으로 가서 명절 지냅니다.
막내지만 집안일을 해본지라 절대 일 가리지않고 몸사리지 않고 일합니다.
제사도 살아생전 하실 수 있는 만큼하고 물려주시겠다는 칠순 넘은 큰어머님이
아직도 직접 제사를 모시는걸 보고 친정에 돌아가신 큰어머니 생각도 나고 해서요.
저희가 가서 도울일은 명절과 큰일들 합쳐 많아야 2-4번 이구요.
분위기도 좋고 사촌형님들도 다 좋고 가는 것도 일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시댁에 가서 일을 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제 친정엄마가 아니라
저희 친정에 큰집 사촌올케언니입니다.
사촌오빠는 거의 나이도 쉰 정도되셨고요.
아버지의 형제 중 8남매 맏이이신 큰아버지의 큰아들, 즉 제 사촌오빠의 아내인 올케언니 생각이 나네요.
제 친정아버지가 그 중 막내이신지라 제사같은거 아직도 잘 모르고, 요즘은 시집간 저는 안가고
명절당일에 나머지 식구가 사촌큰오빠집로 가서 명절을 지내고 오후에 돌아오실때에는 바리바리 싸준
음식을 박스로 들고 오십니다.
그건 큰어머니가 돌아가시기전이나 돌아가신지 5-6년된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저역시 돌아가신 친정 큰아버님.큰어머님 사랑도 엄청 많이 받고 자랐구요.
형제간의 애정도 남다르셨고 제친청엄마와 큰어머니도 각별하셨구요.
부모뻘이었으니 더더욱 사랑많이 받았구요.
아직도 명절날 친정에 가 보면 제사모신 집만큼의 제사음식이 항상 있는 이유가 그것이구요.
올케언니가 제부모님께도 엄청 극진하고 제가 결혼해보니 그 마음씀씀이가 보통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네요..
그 올케언니가 저 초등학교때 시집와서 지금까지 이구요.
조카들이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을만큼의 세월동안 음식한번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몸만 달랑 가서는 기껏해봐야 설거지,청소,애들봐주기 정도였구요.
어릴때도 명절엔 갓 시집온 사촌올케언니랑 껴안고 자고 그랬네요 ㅋㅋㅋ
결혼해보니 명절때마다 그래서 친정 큰어머니와 올케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작은 오빠와 올케언니도 있지만 82님들이 말하듯 제사모시는 집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요.
지난 번 결혼하고 처음 친정 사촌분들과 고모들께도 인사다니러 큰오빠집에 갔을때도
설거지는 어머어마하고 하는사람은 한둘이니 보고만 있을수가 없어서
신랑은 사촌오빠들과 이야기 하도록 두고 저는 올케언니 거들어 설거지했네요.
지나온 시간 그리고 또 남은 세월동안 제사에 명절에 얼마나 힘들었을까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명절엔 그 올케언니한테 봉투라도 혹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오지랖일까요...조심스럽네요.
제 부모님은 아마 제사비 10만원 정도 주시는 듯 합니다.
지난 명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마저도 기름값하라고 돌려주실때가 더 많다고 들었네요.
다들 먹고 살만한데 큰 인사치레는 큰일이 있을 때만 하는 듯 하구요.
조카들 어릴때에는 저희집에서 때마다 옷도 사주고 하긴 하셨어요.
부모님편에 하는 것보다는 직접 하고 싶은데 어떨지요.
짧은 글재주인지라 우왕좌왕 하네요.
사촌손아래시누이가 어찌하면 예의없지 않게 조용히 인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