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세째도 생기고 아이들이 어릴때 주택생활을 해보자.. 싶어서 이사를 결심했어요.
급한 성격 탓에 아파트를 많이 싸게 팔고, 집 근처에 눈여겨보았던 타운하우스로 전세계약을 했지요.
주인은 미국에 계시고 동생분이 사시다가 올해 초에 전세로 내어 놓은 집이었어요.
집을 보러 갔는데, 구석구석 아직 동생분의 짐들이 많이 남아 있더라구요.
그리고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이라 먼지며.. 여러가지로 깨끗하지는 않았어요.
집 주인이 미국에 있으니, 도배랑 장판 같은 건 안해주는 대신 시세보다 싸게 내어놓는다고 하더라구요.
저희가 사는 아파트에서 43평이나 51평 아파트전세가 2억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여기는 60평인데 1억 8천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배랑 장판은 우리가 하더라도.. 한번 살아보자 결심을 하고 계약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계약하러 갔더니 그쪽에서는 1억 8천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하고, 부동산에서는 그랬다고 하고..
그것부터 실랑이가 시작되더니 결국 1억 9천에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보일러 같은 것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도 집주인은 고쳐주지 않겠다고, 그걸 꼭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어차피 도배랑 장판도 하는데, 그것까지 우리가 하는 걸로 하기로 하고 결국 계약서를 썼어요.
그리고 이사 2일전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걸로 이야기를 하고, 동생분 짐은 그 전에 다 빼주시기로 하셨어요.
사실 저는 하는 김에 도배랑 장판도 하고, 페인트칠도 새로하고, 욕실도 손을 좀 보고 깨끗하게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주인 측에서 할거면 좋은 걸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괜히 이것저것 손댔다가 돈은 돈대로 들고, 나중에 말은 말대로 날것 같아서 가장 시급한 장판만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청소도 제가 수시로 가서 좀 하고 싶었는데 잔금전에 집에 왔다갔다 하는 것도 싫다고 하셔서.. 뭐.. 주인 입장에선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이사청소를 부르기로 했어요.
어제 주인 동생분이 전화를 하셔서 본인들이 쓰시던 소파를 우리 반지하방에 두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저희는 소파가 없어서, 그럼 그냥 거실에서 쓰겠다고 하고 두고 가시라고 했지요.
동생분께서는 패브릭 커버링이 되어 있지만 속은 가죽소파라 커버를 벗기고 써도 될거라고 하셨어요.
오늘 장판을 까는 날이라 오전에 갔었는데, 짐들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더라구요.
붙박이장에 옷걸이들이 잔뜩 걸려 있고, 벼루랑 먹물도 있고.. 침대메트리스도 있고..
그래서 그냥 정리를 시작했어요.
그때 그 동생분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어제 짐 정리하다 소파에 시계를 두고 오신 것 같다고.. 마침 소파옆에 있어서 살펴봤더니 없더라구요.
그리고는 2층방에 문갑을 치우지 못하셨는데, 좀 치워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했어요.
전화를 하게 된 김에 메트리스도 버리시는 거냐고 여쭈었더니 아니라고, 그건 반지하 창고에 넣어달라고 하셨어요.
반지하에 큰 방이 하나 있고, 그 옆에 창고로 쓸수 있는 방이 두개 있어요.
어차피 저희는 창고를 쓸 일은 없으니까.. 닫아두고,
큰 방을 아이들 놀이방으로 만들어서 미끄럼이랑 트램폴린도 두고 장난감도 다 여기에 몰아 넣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아무튼 무거운 매트리스를 끌고 창고방을 열었는데,
창고방에 그분들의 짐들이 가득하더군요. 오래된 책들이며 교자상도 있고, 직조기 같은것도 있고,
스키며 바베큐그릴이며... 아.. 알수도 없는 짐들이 가득했어요. 오래된 곰팡이 냄새도 나구요.
이건뭐지.. 하다가.. 어차피 우리가 안쓸거니까 닫아두자..하고 닫고 올라왔어요.
그리고는 거실에 있던 소파를 어떻게 할까 보다가..
일단 패브릭으로 된 커버링은 좀 빨아야 할 것 같아서, 커버링을 벗겼는데...
아..
까만 가죽소파가 하얗게 보이도록 먼지가 끼어 있었어요.
그래.. 오래 비워둔 집이었으니까.... 워낙 두터운 먼지라 일단 물걸레로 닦고, 마르도록 세워두었어요.
하나씩 벗겨가며 열심히 싹싹 닦아서 세워두었는데,
모두 끝내놓고 보니.. 여전히 가죽소파 사이사이에 두터운 먼지들이 그대로 있더군요.
또 닦았어요.
그리고, 소파의 커버링도 벗겨냈지요.
아.. 소파 바닥쪽에는 알 수 없는 벌레의 사체들이 널부러져 있었어요.
청소기가 없어서 일단 빗자루로 쓸었어요.
그리고, 또 소파 쿠션과 방석을 보았지요.
먼지가 아직도 있어요.
아.. 이건 뭘까.. 내가 뭘하고 있지.. 싶은 마음에 베란다로 나갔는데...
바퀴벌레가 기어가고 있는거예요.
일단 잡았어요.
장판을 까는 가격은 70만원이었어요.
아저씨들이 돌아가고, 일단 저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래된 집인 것도 알고, 주인이 고쳐줄 의사가 없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동생분도 소파가 이런 상태인 걸 모르셨겠지요.
하지만.. 점점 이 이사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일은 아침일찍 이사청소를 하러 오신다는데,
거실에 있는 소파는 어떻게 할지..
또 창고에 있는 짐들은.. 어떻게 될건지.. 머리가 아파오네요.
왜 소파를 받는다고 해서.. 쓸데없는 일을 벌인건지.. 내 자신도 싫어지구요.
청소를 한다고 벌레의 사체가루가 묻어 있는 소파에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앉아도 되는 건지... 걱정도 되고..
묵은 짐들이 가득한 창고에서 바퀴벌레나 곰팡이균이 나와서, 어린이들의 놀이방을 놀이방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반지하방 구석 벽지에 곰팡이도 살짝 펴 있었어요.
이 와중에 이사를 적극 추진하며, 힘든일은 자기가 다 하겠다던 남편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구요.
아.. 혼자서는 머리가 너무 아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