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1호선 지하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내자막을 보니 오려면 아직 멀었기에 좀 뒤에서 서 있었어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엷은 화장을 하고 문 열리는 곳 바로 앞에 줄 서 있더군요.
요즘애들 많이 입는 짧은 청반바지 입고 전화로 친구랑 수다떠느라 정신이 없는것 같았어요.
근데 세상에 저쪽 의자에 앉아있는 50은 더 먹어보이는 기름번질한 남자한놈이 그 여학생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거예요.
느낌이 안 좋아서 주시하고있는데 그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 여학생 뒤로 가서 바짝 서더군요. 마치 누가보면 일행인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줄 설 필요도 없이 그놈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바로타도 되는데요.
저도 본능적으로 그 여학생 뒤로 가서 그 놈이랑 나란히 섰어요.
여학생이 놀라서 쳐다보더군요. 갑자기 웬 아저씨랑 화난표정의 아줌마가 갑자기 자기뒤로 와서 섰으니까요.
제가 그 여학생에게 물었어요. 혹시 이분 아세요? 일행이세요?
학생이 아니래요. 그래서 잠깐 보자고 학생팔을 잡고 뒤로 왔어요.
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에휴~ 말하는거며 표정이며 완전 순한 애기예요.애기.
만약에 그놈이 이 아이에게 나쁜짓했어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을 것 같았어요.
아줌마 오지랍 발동해서 말했어요.
눈에 힘 빡~주고 다니라고...나쁜놈이 나쁜짓하면 크게 소리지르라고... 저런놈은 약한사람에게는 강하고 강한사람에게는 약한놈이라고...
아이도 놀라서 식은땀 난다고하고 저도 가슴이 벌렁거렸어요.
마냥 예쁘고 고운...몸은 아가씨같지만 생각이나 대처능력은 아기같은 저또래 아이들에게 지하철에서의 대처요령 몇가지라도 가르쳐줘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전화기에 정신팔고있지 말아라. 눈에 힘주고 다녀라. 이상한 짓 하는놈 있으면 소리질러라. 그럴 용기가 안나면 짜증이라도 확 내면서 다른데로 피해라. 등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