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는 특수반 어린이 두 명이 있다.
여자 어린이와 남자 어린이 한 명씩인데 여자 어린이는 원래 그 전부터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를 잘 하던 아이라서 낯익은 반가운 얼굴이었고 남자어린이는 종종 보았지만 그래도 느낌이 생소한 아이였다.
여자 어린이는 내 책상 바로 앞에 앉아서 나와 이야기도 잘 나누고 말도 아주 잘한다. "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셔요. 무슨 즐거운 일 있으세요?" " 선생님 힘드시죠? 제가 응원할께요" " 선생님은 왜 식사 안하세요? 같이 드세요. " 다른 누구보다도 상냥한 그 아이의 말에 나는 하루하루 즐겁고 힘이 났다. 왜 이 아이가 특수반에 소속인지 모를 정도로.. 다만 글씨를 쓰는 것-따라 쓰기는 하나 읽을 줄은 모르고 준비물 잘 안챙겨 오고- 에서의 차이? 수업의 이해정도에 대한 차이? 약간 행동이 느리다는 것?
남자 어린이는 정도가 심했다. 아무 때나 벌떡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고 내 책상에 와서 자신이 필요한 것-휴지, 사탕, 연필등등- 가지고 가고 수업 중에도 화장실 가겠다고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고 말이 잘 안되어서 손짓과 몸짓으로 언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가장 힘든 것은수업중에 아무 소리나 내기도 하고 징징 울기도 한다는 것.
아. 그러나. 내가 하려는 말은 아이의 정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의 두 아이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우리반 친구들의 태도는 남자아이에게 훨씬 호의적이고 함께 잘 놀아준다. 여자든남자든... 코나오면 콧물도 닦아주고 체육시간 다른 곳으로 도망가면 가서 얼른 데려오고 점심시간에 이 아이 데리고 깔깔거리고 놀아주기도 하고 물론 짓??게 장난치는 아이도 있지만 그런 아이가 있으면 반드시 그 아이를 막아내는 정의의 아이들도 있어서 스스로 건강하게 관계가 만들어진다. 여자 아이에게는 보통은 말이나 장난을 걸지 않는다. 함께 놀아주는 친구가 별로 없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할 말들이 없는 듯이 필요한 때만 말 한다. 미워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심심하게 그렇게 지낼 뿐이다. 즉 이 아이와는 별 문제도 없지만 별 사건도 없다. 점심 먹고나서는 -이번 달에는 내 책상과 3칸 정도 떨어져 앉았다.- 혼자 앉아있는 횟수가 많다.
남자 어린이는 일기를 꼭 써온다. 물론 글씨를 쓰고 읽지 못하는데 엄마가 아이의 손을쥐고 아주 큰 글씨로 써온다. 덕분에 아이들은 그 아이가 집에서 무얼하고 노는지 자전거 타기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동생을 얼마나 잘 돌보는지를 알게되고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아이는 그 게 좋아서 벙글벙글 웃는다. ^^; 준비물을 잘 챙겨온다. - 짝꿍이 알림장에 대신 써주면 엄마가 보고 잘 챙겨주신 다.이 짝꿍은 곁에서 내가 손쓰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챙겨준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오늘 **이가 귀가 아프다고 울었어요. 많이 아픈 것 아닐까 요?' 짝꿍이 알림장에 엄마께 이렇게 쓰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고 상태에 대하여 다시 알림장에 써주신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아이가 열심히 해 온것에 대하여 크게 외치고 자랑스러워하며 내게 자랑한다. -아마도 자신들이 그렇게 이 친구를 변화시킨 것이라는 공로심도 조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가 아니라 보통은 이 친구에 대한 즐거운마 음이다. 이 친구가 공부시간에 크게 노래를 부르고 웅얼웅얼거려도 이 모둠의 아이들은 싱글싱글 웃기만 하고 어떤 때에는 아이와 같이 장난치고 (말은 안 통해도마음이 통하는지 장난이 된다) 그러다가 같이 내게 혼난다.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자 아이는 보통 준비물은 하나도 안 챙겨온다. 자주.. 책도 다른 요일 것으로챙긴다. 처음에는 야단을 쳤지만 스트레스 받을까봐 조용히 내것을 빌려주기도한다. 일기 딱 한번 쓰고 안 써온다. 이 아이는 스스로 글씨를 쓸 수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건 일기를 쓸 수 있다고 본다. -아주 간단한 일기라도..- 모둠 아이들은 이런 친구에 대해서 보통 친구라면 있는대로 구박(?)을 하며 잘챙겨 오도록 극성을 떨겠지만 이 아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용서와 관용(?)으로 참아준다. 마음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그렇게 해야하므로 하는 모범생같은 모습이다. (어쩌면 여자 아이도 그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처음. 내가 본 여자 아이에 대한 희망과 낙관은 점점 그 광채가 희미해져 간다. 모범생같은 얌전한 이 아이가 주변의 친구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종종 책상에 엎드려있기도 한다. 말도 잘 통하는데...마음도 고운데...
학급벽에 칭찬 코너에는 여자 어린이에 대한 칭찬쪽지는 예전에 내가 붙여준 칭찬 한 개만 붙어있다. 그런데 남자어린이에게는 칭찬쪽지가 여러개 붙어있다. 그코너는 쪽지를 많이 쓴다거나 많이 붙어있다고 그것이 평가나 점수와 관련이 있는 것은 전혀 없다. 그냥 쓰고 싶으면 쓰고 말고 싶으면 말 뿐인 코너이고 자신이 많이 붙어 있다고 내가 그 아이를 특별히 대우해주는 것도 없는 그야말로 아이들이 만드는 아이들만의 자연스러운 자리인데... 그 코너의 칭찬종이 갯수를 보면, 통제와 학습이 어려운 남자 어린이보다도 말 잘하고 착한 여자 어린이가 더 걱정되는 것이다.
어제 우리 집에 놀러온 친한 친구가 얼마 전 티브이에서 본 화상입은 어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정말 대단한 것은 그 아이의 부모였어. 얼굴이 도저히 그냥 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데 그 아이 어릴 때부터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늘 안아주고 더 많이 이뻐해주고..즉 귀하게 키운거야. 그렇게 귀하게 자라서말야 아이가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다른 자신감으로 더 잘극복하고 자신있게 사람들 대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잘 대해주게 된거야."
지금 아직 속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예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남자 아이. 코 흘리고 떼 쓰고 말도 안 통하지만 얼굴 늘 훤하고 밝고 자기 표현이 엄청나고 천진난만한 이 아이에게 학급 어린이도 그 사랑을 느끼는 것 아닐까 하고. (오년 전에 일학년을 가르쳤을 때에도 수정이라는 아이도 그랬다. 밝게 웃어주는 엄마가 늘 곁에서 아이와 학급 어린이들과 나까지.. 응원해주곤 하였다. 그리고 수정이도 학급 친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
지금 여자 아이의 부모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집에서는 어떤 지 몰라도. 준비물 거의 안 해오는 것. 특수반 어머니들과 통합반 담임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 ( 이 어머니 한 분만 못 오신듯...) 전화를 해도 거의 짤막하게 끊으려고만 하신다는 느낌 (이것은 특수반 선생님의 말씀이다. 난 아직 통화도 제대로 못 해보았다. 바쁘다기 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려는 마음인데...) 부모님께 브디른 편지와 문장완성하기 설문지에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썼다. " 엄마 난 엄마랑 오래 있고 싶어요.. 그래도 엄마는 바쁘시니까 그러면 안되지요?" 가장 행복했을 때는? 가족들과 같이 소풍갔을 때.
아직 학기 초라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는 때이다. 그 어떤 것도. 그러나...현재 나타나는 점으로 보아서는 이제 어머니와 좀더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시기가 된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쁜 이 여자아이의 힘없이 슬픈 얼굴을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로 바꾸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