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 얼굴 잘 기억 못하는 것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은 왜 공부 잘 못하는건 그러려니, 그래도 잘 하는게 있으려니 다 이해해주고
암기력이 딸리는것도 이해해주는데 얼굴은 한 번 보면 다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건가요.
이것때문에 저는 생활의 지장이 막대합니다.한 번 들어나주세요...ㅠ
저는 단어나 책은 읽으면 잘 기억합니다.
어릴때 웅변을 했었는데 A4용지 반 장정도 웅변원고도 오늘 외워서 내일 갑니다.
그런데 사람얼굴은 정말...안습인게...
20~40대 여자들이 머리 묶었던 사람이 풀고 파마해서 오면 딴사람같고
머리 길렀던 사람이 커트하면 딴사람같습니다.
화장 안한 맨얼굴이 화장해서 오면 또 딴사람같습니다.
중년 부인분들이 비슷한 체형에 비슷한 퍼머하면 다 똑같아보입니다 ㅠㅠ
고등학교 선후배 인사 강조하는 학교 다녔는데
선배들 명찰 안달면 누가 선배고 후배인지도 잘 몰라서
후배한테 인사하고 다니고 선배한테 인사 안하고 다녀서 막 혼나고 후배들한테는 좀 이상한 사람으로 불리고 ㅠㅠ
(무조건 허리굽혀 인사해서 차라리 좀 이상한 사람이 되지, 선배들한테 안까이는걸 택했음 ㅠㅠ)
정말 이것때문에 대학교 가서도 오티때 화장 안하고 온 여자선배하고 친하게 웃고 술김에 30분? 이야기하고 놀았는데
한 2주 뒤에 학교에서 마주쳤는데 풀메이크업이라 본의아니게 정말 몰라봤는데
인사안하냐고 해서...아 몰라뵈었다고 죄송해요 하니까 옆 언니가 야 너 화장해서 못알아본다 ㅋㅋㅋ하고
그 언니 망신주는바람에..저 졸지에 선배를 능멸한 여자애가 되어서..학과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그것때문에 더 트라우마..ㅠㅠ
그리고 이건 이야기하면 가루가 되게 까일 것 같아서....이야기안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이야기할게요.
저는 복수전공해서 교사자격증땄고 임용쳐서 선생님 되고싶었어요.
과외도 잘 했고, 능력이 아주 없는 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유능한 편이라고 자부해요.
수업도 잘 합니다. 내성적이거나 수업할때 부끄럽거나 긴장해서 못하는거 없어요.
그런데....애들 얼굴을 기억못합니다..ㅠㅠ
특히 교복입혀서 쭉 줄세워놓은 여자애들....다 검은 뿔테안경에 초코송이머리 앞머리 앞줄에 쭉 있으면 어지러워요.
저도 압니다.
얼굴을 기억하려면 학생 개개인의 특징을 잘 관찰해라...눈을 보아라....이름과 특징을 매치해라....속으로 별명을 지어라
그런데 ㅠㅠ 이상하고 얄궂은게 별명은 잘 기억이 나고
이 아이들의 미니홈피 아이디나 메일주소 그런거 다 기억나고
(교생 가기 전에 이름 못불러준다고 애들이 삐질까봐 긴장해서 오죽하면 첫날 선생님한테 출석부좀 달라고해서 다 이름 외우고 ㅠㅠ 미니홈피까지 검색해서 미리 얼굴 봤습니다. )
좋아하는 음식 연예인 다 기억나고 하는데
이름과 얼굴 매치도 안되고 ㅠㅠ 결국 이름 바꿔부르고 헷갈리고
첨엔 선생님 귀엽다 ㅋㅋ 하다가 애들이 나중에는 내 이름 뭐에요 뭐에요 하고 장난치다가
나중엔 아 뭐야 짜증나 이런식입니다 ㅠㅠ
저도 이해합니다. 짜증나겠죠. 하지만 정말 뒤죽박죽이되는걸 어쩝니까.
그것때문에 임용도 물론 붙고나서 걱정해라 하겠지만
애들이 저보고 정말 애들 얼굴도 모르는 땡보 돈벌레로 볼까봐 무섭고 점차 위축되어서 잘 준비 못하고 어버버했습니다.
결국 전업 크리 ㅠ 과외 두 팀 하고 집에서 삽니다.
이것때문에 곤란했던 이야기는 뭐 더 많지만 그냥 압축해서 이야기할께요.
신혼때 마트에서 두 번 본 시고모님 못알아보고 엘리베이터에서 멀뚱멀뚱 서 있다가
시고모님이 보다못해 너 나 모르니 해서 인사한 이야기.....
(알아봤으면 미쳤다고 그렇게 서있었겠습니다 ㅠㅠ )
남편 직장 상사 부인 다섯분들 자리에 갑자기 불려가서 인사하고 한 세시간 있다 나왔는데
한 한달 쯤 뒤에 백화점에서 그분들 모르고 지나쳤다가 그 분들이 불러세워서
그렇게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면 모를줄 알았냐고....섭섭하다고...그렇게 벽 쌓고 지내지 말라고 일장연설듣기.
(정말 그럴 생각 없었지 말입니다. ㅠ )
에휴...말해뭐합니까.
그러니 더 겁나고 점점 더 아는사람 없어보이는 낯선 지역 찾아 다니며 뭐 하고.
처음 자기소개하면 꼭꼭 저는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요...혹시 제가 인사를 안해도 괘씸하다 여기지 마세요...
그렇게 첨부터 미안하다 숙이고 들어가야하고
그게 너무 싫습니다. ㅠㅠ
글쎄요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1. 핵가족속 외동으로 자라났고, 친척간 교류도 별로 없었고, 초/중학교를 폐교직전 30명정도 모인 학교에서 다녔고 당연히 애들도 그 애들이 그 애들인 환경에서 자라 새학기 새친구 개념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 환경에서 왕따였다 ㅠ / 고등학교도 전교생 300명남짓학고 나왔다 정도? - 그런데 더 깡촌에서도 보험왕분도 나오고...그런거 보면 이 원인은 아닌거죠? ㅠㅠ
2. 어릴때 너무 책만 보고 나가놀지를 않아 일종의 활자중독증상이다?
정도입니다 ㅠㅠ
에휴 이거 정말 어디 정신과라도 가서 고치고 싶습니다.
남편은 그나마...제가 이런 증상을 호소하고, 남편 친구들을 길에서 제가 못알아봐도....
뭐 어떠냐 식으로 둔감해줘서....다행히도 같이 사는데는 문제 없습니다만...
근데 우리 애가 지금 젖먹이인데 좀 있다 얘가 크면 반친구들 엄마들도 봐야하는데...어쩌나 싶습니다....
벌써.....
아, 신기한건- 굉장히 늙으신 노인분들/ 1:1로 인사한 외모가 독특한 사람들/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님처럼 꼭 개인적으로 인사를 안나누어도 한 사람을 내가 1시간 이상 혼자 볼 수 있는 상황....이러면 별로 안헷갈리긴 해요. 그리고 초중고등학교때 친구들은 좀 시간이 지나도 또 잘 알아봅니다. 근데 현재 인간관계 중에서도 1:2 상황만 넘어가면 잘 못알아본다는거 ㅠㅠ
과외했던 아이는 당연지사;; 제가 그 집에 찾아가고, 얼굴 1:1로 보니까 기억하죠.
그런데 1:2만 넘어가도 멘붕이 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 기억하는 능력은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오죽하면 짝에서 여자 3호가 왕년에 성인방송 출연했다는거 알아내는 사람도 대단하다 싶고
범죄자 얼굴 공개수배해서 찾아내는것도 도대체 어떤 사람이 텔레비전에서 얼굴 한 번 봤다고 그사람 제보하나
그게 미스테리입니다.....
이런 분들.....또 계신가요? 아님 저같은 사람에게 쓰는 해결책이 있긴 한가요? ㅠㅠ
오늘 문득 울컥해서 몇 자 써 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