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그녀

여름 조회수 : 1,658
작성일 : 2012-08-14 19:09:47
더위는 한풀 꺽였지만.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대학때였는데 방학이라 늘 밤새 책을 보다가(그때 당시엔 케이블이 없어서 밤새 할만한 게 책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새벽 6시쯤 티비를 틀어 아침뉴스를 보고 자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우유를 시켜먹어서 우유아줌마가 마당을 지나 저희 현관까지 우유를 놔주곤 했습니다. 대문쪽에 제 방이 있었기때문에 아줌마가 지나가는 걸 늘 제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불투명창이어서 형체만 보였습니다.
아줌마가 우유를 놓고 대문쪽으로 사라지시면 총총총 현관으로 달려가서 우유를 가져와 뉴스를 보며 꼴깍 꼴깍 먹는게 제 아침이자 유일한 낛!
뉴스가 끝나면 오늘 본 책내용도 생각하고 뉴스를 보며 혼자 소소한 정책을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죠. 제가 주로 보는 책들은 현대소설.. 이광수님이나 김유정님 문학책들을 보고 또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소설도 요맘때 수십번도 더 읽었죠. 한번 빠진 책은 수십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그러나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희 어머니 속은 얼마나 탔을까요. 늘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엄마가 답답해하시니. 점점 밤을 새고. 낮엔 잠을 자서 엄마를 마주할 시간을 피하며 몰래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을 가지 왜 그랬을까요? 하여튼 집에 책들이 너무 많아서 도서관 갈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편하게 뒹굴대는 것도 좋았구요.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한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새벽 6시 무렵 티비를 틀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우유아줌마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는 게 창을 통해 보였죠. 마침 목이 말랐는데 냠냠 우유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 아주머니가 제 방 창을 안 지나치고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시는거예요. 앞 전에도 썼지만 반투명창이라 자세히는 안보여도 형체는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창을 쳐다보면 제가 보인다는 거잖아요. 정말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은근히 빈정상하더라구요. 서로 그렇게 노려보는 상황에서 안되겠다싶어 한마디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뒹굴대다 벌떡 일어서니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시더군요. 내가 일어난 걸 봤구나 싶어. 왜 저러지. 오늘따라. 희한하네. 하면서 다시 누웠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얼굴만 쏘옥 창으로 고개를 내미시는 아주머니.
진짜 장난하나. 하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위쪽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하며 웃으시는거예요. 정말 경악했죠.
무슨 날라다니는 사람처럼 창위쪽에 대롱대다 가로본능처럼 옆으로 누운 채로 대롱대롱.
저는 놀래서 소리는 커녕 벙어리처럼 어버버 하며 몸이 굳고 덜덜덜.
그 아주머니는 한참을 히히히히히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티비에선 뉴스를 하고. 저는 겁이나서 우유는 커녕 방에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창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IP : 211.246.xxx.19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ㄷㄷ
    '12.8.14 7:14 PM (1.238.xxx.232)

    왜 이래요?무서워요~

  • 2. 쓸개코
    '12.8.14 7:22 PM (210.107.xxx.101)

    반전이네요 ! 히히 웃는 부분 소름 쫙 돋아요^^;;

  • 3. 오오
    '12.8.14 7:41 PM (118.219.xxx.240)

    히히히히힣 부분 너무 무서워요ㅋㅋㅋㅋ근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 4. ..
    '12.8.14 9:06 PM (58.141.xxx.6)

    아 무슨 러브스토리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게 뭐에요 ㅠ
    무섭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9645 안철수는 20가지 거짓말 왜 해명을 안하나요? 10 그냥착한척 2012/10/27 1,513
169644 결혼전 바람핀 남자친구. 결혼해도 될까요? 52 오늘내일 2012/10/27 30,437
169643 베스트에40 대 임신이야기 4 ㄴㅁ 2012/10/27 3,250
169642 요즘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일 무섭지 않나요 4 할머니들 2012/10/27 3,171
169641 루이비통 백 낡은 손잡이 손질 어떻게하나요? 6 루이 2012/10/27 2,391
169640 성폭력 추방을 위한 수원맘 모임 - 10월 30일(화) 수원역 .. 수원엄마 2012/10/27 599
169639 강철대오 대박 재미있네요. 9 영화 2012/10/27 2,222
169638 우리결혼했어요.. 7 예뻐요.. 2012/10/27 1,814
169637 블로그, 얼만큼 믿으시나요? 12 고민녀 2012/10/27 4,982
169636 윤건 멋져 보여요 8 슈스케4 2012/10/27 2,306
169635 삼국지와 수호전, 정말 좋은 책인가 3 샬랄라 2012/10/27 1,534
169634 이젠 인생을 정말 포기하고 싶습니다 20 상처뿐인 나.. 2012/10/27 11,301
169633 대전대에서 코스트코 대전점 가까운가요 3 대전사시는분.. 2012/10/27 963
169632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앉혀놓고, 피고인석에 앉아 .. 1 보스포러스 2012/10/27 828
169631 사춘기 두아이의 밀담을 우연히 들었어요.. 23 루비 2012/10/27 9,932
169630 중앙일보 김진은 정말 단일화를 위해서 문재인을 미는 걸까요..?.. 7 dd 2012/10/27 1,202
169629 포트메리온 커피잔 3 건너 마을 .. 2012/10/27 2,061
169628 닭강정 많이들 드시나요? 2 ... 2012/10/27 2,285
169627 요즘 스타킹 어떤거 신나요? .... 2012/10/27 747
169626 믿습니까? 뭣하러… 샬랄라 2012/10/27 539
169625 파트타임으로 근무시 초과시간 용인해야하나요.??? 3 돈벌기어려워.. 2012/10/27 912
169624 180만원짜리 코트.. 제 값을 하나요? 33 사도 될까요.. 2012/10/27 15,599
169623 저도결혼식 옷차림요 5 나일론 2012/10/27 1,669
169622 경제민주화 단상 1 학수고대 2012/10/27 409
169621 우리개는 순둥이 개. 11 패랭이꽃 2012/10/27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