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국토부 직원, 공무원 몇몇이 보트를 타고 와서는 두물머리 일대를 돌아보고 나갔습니다.
북한강변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그냥 웃어주었어요.
4대강 사업으로 연일 녹조비상이 걸리자 국토부와 환경부에서는 SNS를 통해서
한강의 녹조가 두물머리의 영농행위 때문이라고 퍼뜨리고 있습니다.
빤히 보이는 비열함엔 화도 안나요. 그저 웃을 수 밖에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농사일을 거들어주고 오신 두물머리 농부 아저씨 한 분은 일하는 내내 따라다니는 국토부직원에게 시달리셨다고요.
보상을 왜 안 받겠다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둥. 자기 연봉이 오천인데 자기라면 넙죽 받겠다는 둥...
그저 웃으셨다지요. 듣는 우리도 그냥 웃습니다.
오는 월요일엔 병력이 투입된다고도 하고, 수요일이 더 유력하다고도 하고..
그래도 그냥 웃어요.
웃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모두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그저 웃습니다.
어제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저씨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행정대집행에 대비해서 멀리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보내두었던 아이들이 집에 오고 싶다고 보채서 결국은 데리고 왔다고
아저씨 부부는 두 분 모두가 두물머리 최후의 다섯 농부에 속해 계시거든요.
혹여 우리 둘 다 잡혀가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보내뒀는데 이제는 어떡하지...
이런 얘길 들으면서도 울지 못해서 그냥 웃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이대로 계속 웃을 수 있었으면 하고.
이 웃음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하고...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부디 두물머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곳을 지키는 힘은 국회의원, 유력단체장, 유명인사.. 이런 대단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게 아녜요.
이런 것은 그저 한시적인 기삿거리가 될 뿐.
두물머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
그건 오로지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뿐입니다.
우리 모두의 두물머리를 지켜주세요. 함께해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