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어서 울집에 잠깐 머물고 있는 고양이가 있어요.
저는 애완동물을 지금까지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어요.
지금 혼자 자취하고 있는데 경제 사정이 궁핍해서..
내 주제에 무슨 애완동물이냐.. 하고 엄두를 못 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를 잠깐 맡게 됐는데..
이런 재미에 애완동물 키우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네요.
첨에 왔을 때는 갈색 털이 무성하고 취향이 아닌 생김새라서ㅋㅋ
약간 긴장도 되고 그랬는데.. 대충 성격 파악하고 나니까 애기 같고
발톱이나 이빨이 별로 무섭지 않고 그렇게 됐어요.
고양이 발톱이나 이빨 무시무시하잖아요.
그래서 첨엔 물릴까봐 무서웠는데.. 얘가 뭘 아는지..
물거나 긁더라도 힘조절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고양이 울음 소리 때문에 저는 좀 거부감을 갖고 있었거든요.
하악거리는 앙칼지고 무서운 소리 말이에요.
얘한테서는 한 번도 그런 소릴 못들었어요.
인형처럼 예쁜 소리만 내내요. 먀~ 묘~ 이런 소리ㅋㅋ
제가 냉장고 문을 열고 고양이스낵 봉지를 부스럭거리면 깊은 잠에 빠져있던 것처럼 보이던 녀석이
어느새 제 뒤에 와서 앉아 있어요 ㅋㅋ 그럴 때마다 넘넘 웃겨서..
과자 줄 마음이 없는데도 일부러 부스럭거린 적도 있어요.
세상 모르고 널부러져 있다가도 어김없이 오네요.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그리고 일하다가 가끔 생각나서 두리번두리번 이 녀석을 찾으면
시커먼 어둠 속에서 동그란 눈 두개가 번쩍거리고 있어요.
꼭 램프처럼.. 옛날에 M이라는 공포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 주인공처럼 눈에서 불을 밝힌답니다.
이것도 예전 같았으면 무섭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렇지가 않고.. 넘넘 웃겨요ㅋㅋㅋ
어둠 속의 동그란 눈 두개.
한가지 적응이 힘든 점은.. 평소 착하고 순하고 애기 같던 놈이..
가끔 밤에 눈빛이 달라지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뛰어다니는 거예요.
그럴 때는 낚시대로 유인해서 거실로 내보낸다음 제 방문을 닫아요.
그런데 거실에서 혼자는 그렇게 뛰어다니지 않더라구요ㅋㅋ
제 옆에서 거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ㅋㅋ
암튼 제일 힘든 점은 밤마다 그렇게 갑자기 달라지는 점인데..
뭐.. 건강하다는 증거려니.. 하고 좋게 생각하려구요.
그래도 제 옆에서 그러는 건 싫어서 그럴 기미가 보일 때마다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는데.. 얘가 혹시 무섭거나 할까봐
걱정이 쫌 되네요. 아직 1년도 안된 아가라서..
이쁜 고양이가 와서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보여주기도 하고 싶은데..
제가 맡고 있는 동안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초인종이 울리거나 누가 오는 기색이 있으면 침대밑으로 쏙 들어가서
안나오거든요.
잠깐 키워본 거고.. 아직 아프다거나 병원에 데려갈 일은 없었지만..
밥주고, 모래 치워주고 하는 건 일도 아니고.. 제가 알레르기성 비염인데..
털 때문에 비염이 심해지는 기색도 없고.. 하루에 한 번씩 꼭꼭 청소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마음에 안정이 되고..
고양이 키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게 됐어요.
물론 고양이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다르겠지만ㅠㅠ
시간이 갈수록 이 녀석 주인이 참 많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