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행정대집행이 통보된 이후로 두물머리 사람들이
잠들기 전, 남몰래 비는 소원 역시 바뀌었습니다.
'올해만 버티자'에서 '오늘도 무사히'로.
오늘도 여지없이 두물머리에서 새벽을 맞은 사람들.
예상했던 대로 오늘 공권력의 침탈시도는 없었으나
사람들은 너나없이 만장과 몸자보를 두르고 길을 나섰습니다.
고요히 흘러가는 북한강을 따라 이슬 맺힌 풀숲으로 자박자박 걸었습니다.
앞사람의 등을 보며, 뒷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두물머리에 비상이 걸린 요 몇 주간 아저씨들은 농사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셨고.
우리의 텃밭은 정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마냥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전국각지에서 천주교 신부님, 신도님들이 두물머리까지 달려와 주셨습니다. 1,200여 명의 신도님들이 한자리에서 두물머리를 위해 생명평화미사를 올려주시는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지요. 농부 아저씨들도 슬쩍 눈시울을 붉히시고...
두물머리 농부들은 처음부터 이 땅에서 농사만 지속할 수 있다면 본인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본인보다 더 이 땅을 잘 보존해줄 수 있는 농부가 땅을 달라고 한다면 보상이고 뭐고 하나도 안 받고 그냥 내어줄 수 있다고.
4년 전이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지난하고 힘겨운 싸움을 겪으셨음에도, 자신 속의 미움도 원망도 다 제쳐놓고 오로지 이 땅의 미래를 우선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어미가 자식에게 그러하듯이, 땅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농부라는 말이 가슴을 칩니다. 차라리 두물머리로 하여금 직접 선택하도록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는 누구와 함께하고 싶으냐고.
['두물머리를 포기하지 않는 네 농부는.... 한 조각의 땅이라도 농지로 남겨서 전국 강 주변의 농지가 제자리로 되돌려지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농민마저도 농지 지키기를 포기하면 대한민국의 농업에 미래는 없고 농업의 미래가 없는 대한민국은 미래자체가 없는 것이다.'
-8/7 두물머리 최요왕 농부의 프레시안 기고문 中,
정부는 8월 6일 두물머리에 공권력을 대거 투입해 행정대집행을 시도하려다가 두물머리에 모여든 범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에 일순 주춤해 일단은 한발 물러서는 척 농민들에게 협상을 청할 것이라 밝혔으나, 이는 결국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늉에 불과했습니다. 그 증거로 협상은커녕 비열한 협박뿐이었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 8차례나 두물머리 농민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불통이었노라는 일방적인 발표를 냈습니다.
결국, 두물머리에 평화로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평화로운 행정대집행' 이는 평화로운 전쟁, 평화로운 학살, 평화로운 폭력이나 다를 바 없는 말이지요. 그야말로 어불성설, 언어도단입니다.
어제 국토부는 농민들에게 자진철거를 종용하고 내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국토부가 농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내일. 내일 새벽이 바로 결전의 날입니다.
경찰력과 용역을 대거 동원한 침탈이 예상됩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내일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편지를 띄웁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청합니다.
부디 두물머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울지도, 포기하지도 말고...
<언제 용역과 공권력이 투입될지 모르는 두물머리 긴급상황을 대비해 요청합니다.>
하나. 두물머리를 지키는 범국민 비상연락망, 두물머리 레인저에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둘. 제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두물머리의 새벽을 생중계 채널로 함께해주세요.
셋. 두물머리를 위해 움직여주세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끝까지...
반드시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