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트렁크 하나의 살림으로도 충분히 살아지더군요.

이고지고 조회수 : 3,547
작성일 : 2012-08-04 06:02:32
아래 자발적 가난 관련글 읽고 댓글로 달다가 너무 길어져 새로 글 올립니다.

예전에 일때문에 한 일 년 정도 기본적인 짐만 가지고 지방 가서 산 적이 있었어요.
세 식구 살림을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 분량으로 맞춰 가지고 갔지요.

가서 초소형 냉장고, 2구짜리 가스레인지, 초미니세탁기 이렇게 사서 쓰다 팔고 왔습니다.

그런데요...
전혀 부족함없이 잘 먹고 잘 지냈습니다.

밥 해 먹을 때 살짝살짝 아쉬울 때 있었지만, 그래도 매식 거의 안 했고요.
학교 다니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살림으로 잘 지냈었네요.

일년이면 짧다면 짧은 기간이긴 해도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사계절 옷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짐의 대부분이 옷이었어요.

진공청소기 없으면, 청소 못 하는 줄 알고 살던 사람인데...
물걸레 밀대 하나로 밀어내면서 청소하니 집이 더 깨끗하게 유지되더군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처음엔 중간중간 필요한 짐 가지러 오지뭐...이런 생각으로 그것만 가지고 내려갔는데...
그 사이 다른 일때문에 서울집에 들렀지, 짐때문에 온 적은 없었습니다.

소형 아파트에 짐이 없으니, 조그맣게 얘기해도 에코가...ㅎㅎ
그래서 저희 아이가 그 집을 메아리 아파트라고 불렀었어요. ㅎㅎ

그 때 얻은 교훈과 아래에 쓸 들은 교훈 하나가 아마도 제 평생의 나침반이 될 듯 싶어요.

어느 노부부께서 가세가 기울어 아들네 합가하러 오셨는데...
이층집에서 아주 제대로 갖춰 살던 분들이 세간살이 싹 다 정리하고 각각 가방 하나씩 가방 두 개 딱 들고 오셨다더군요.

이렇게 가방 하나면 될 것을 평생 너무 많이 이고지고 살았다...그러시더랍니다.

일면 서글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맞는 말씀 같았어요.

물론, 그 이후로도 짐 안 늘린다 안 늘린다 하면서도 물건을 보면 욕구가 생기지요.
그래도 한 번씩 그 때를 떠올리면 물욕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IP : 58.76.xxx.2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물욕...
    '12.8.4 7:45 AM (211.109.xxx.244) - 삭제된댓글

    부러운 글이예요.
    집도 없이 네식구 살면서 하도 짐이 많아 짐 늘이지 말자 늘이지 말자 하면서도
    계속 사들이게 되거든요.
    어쩌다 사용하는 것을 위해 돈 지출하고
    쌓아 둘 것들을 위해 지출하는게 참 많네요. 제 생활을 또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

  • 2. 부끄럽네요.
    '12.8.4 8:32 AM (139.168.xxx.215)

    이고 지고.......

    그런 사람이 접니다.
    차고에 꽉 차있는 박스들.

    한국에서 이 나라로 오면서 줄인 짐들이
    몇년 사이에 또 불어났어요.
    한국에서 가져온 짐들은 '사연(?)'이 있어서
    못 버리고

    한나라에서만 산 것도 아니고 몇나라를 몇년 간격으로
    돌아 다녔는데도
    이렇게 짐이 많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 3. 공감
    '12.8.4 8:55 AM (121.88.xxx.153)

    예전에 캠핑갈땐 대 소 배낭 2개면 며칠 잘지내다 올 수있었는데 요즘은 집을 통째로 옮기는 수준이더군요.
    편하려 사들인 물건때문에 불편해지는 세상이됐어요.

  • 4. 공감
    '12.8.4 10:58 AM (218.159.xxx.194)

    저의 로망이 절간같은 집입니다.
    지금은 남편 땜에 불가능하긴 하지만요.
    버린다고 맨날 싸우지요. 거기다 물건 사놓는 건 어찌나 좋아하는지 원.
    인화가 더 중요하니 그냥 냅두기로 했어요.

  • 5. 좋은
    '14.1.27 1:13 AM (121.169.xxx.156)

    좋은 글이네요
    정리에 관한글 찾아보다 읽게되었습니다.
    짧지만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5491 남편 어깨뭉침, 혹시 침과 사혈 등으로 치료하는 한의원 아실까요.. 3 수색에서일산.. 2012/08/04 3,881
135490 8살 여아 병원관련 문의 좀 드려요. 1 .. 2012/08/04 748
135489 외국인이 받아보고 감동한 가장 한국적인 수제팥빙수 3 맛있겠다!!.. 2012/08/04 4,012
135488 경주 시티투어 이런 날씨에 괜찮을까요 3 여행 2012/08/04 1,806
135487 모자 세탁은 어떻게 하시나요? 5 ... 2012/08/04 1,968
135486 그래 가자!!! 1 엄마최고 2012/08/04 995
135485 트렁크 하나의 살림으로도 충분히 살아지더군요. 4 이고지고 2012/08/04 3,547
135484 이번주 뉴욕타임즈에서 1 안철수 2012/08/04 1,316
135483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의리’의 남자 강금원 24 눈물만이. 2012/08/04 3,070
135482 펜싱 금메달~~ 4 펜싱만세^^.. 2012/08/04 2,502
135481 원석팔찌 만들어 보려는데... 4 궁금이 2012/08/04 2,530
135480 샵밥 200불 신발 관세 나올까요? 1 궁금이 2012/08/04 4,039
135479 잠실 우성 아파트에서 강원도 방향 올림픽대로 진입하기까지 걸리는.. 1 ///// 2012/08/04 1,104
135478 19금 질문을 이따금 하고 싶을 때 갈수 있는 사이트 좀 알려 .. 5 ///// 2012/08/04 4,563
135477 위대한 영화 50 발표 Sight & Sound'의 위대.. 2 현기증 2012/08/04 1,415
135476 연애 관련.. 징크스?? 상담드려요.. 12 젠틀K 2012/08/04 2,694
135475 긴청바지 잘라서 반바지 만들면 이상할까요?? 4 ... 2012/08/04 2,997
135474 펜싱이 일취월장한 이유 5 ㅇㅇ 2012/08/04 3,991
135473 티셔츠 17만원 3 ... 2012/08/04 2,252
135472 날씨가 더워도 저녁엔 웬지 가을이 느껴져요(저만 그런가요??) 12 .. 2012/08/04 3,010
135471 오진혁과 기보배선수 결혼한대용 ㅇㅅㅇ/ 기사주소추가욤 9 what12.. 2012/08/04 8,098
135470 어제도 글썼는데 적신수건 어깨에 덮고 선풍기 틀면 좋아요. 6 얼음동동감주.. 2012/08/04 1,985
135469 오진혁 선수 듬직한 곰같지 않나요^^ 1 금메달축하^.. 2012/08/04 2,127
135468 한국 육상에 두손 든 자메이카 코치 4 what12.. 2012/08/04 3,704
135467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애국가요 5 올림픽만 봐.. 2012/08/04 2,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