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쩌면 처음으로 써보는 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지자 시를 쓰고 싶어지네요.
이창동 감독의 '시'의 할머니도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같잖으면 돌던지셔도 됩니다.
수정아,
네 해맑은 미소가 난 참 좋았단다,
아저씨 나이가 되면 특히 너같은 딸들을 보면
입이 귀에 걸린단다,
풋사랑에 막 빠진듯한 네가 귀여웠고
아버지를 참 좋아하는것 같아 네가 대견했다.
수정아
제 신세가 암담한던 옛날로 돌아갈까봐
너를 깔아뭉게고 말던
네가 좋아했던 스타가수를 보며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본다.
하지만 난 부끄럽게도
그 녀석의 잔인한 마음도
이해를 좀 한단다.
한번쯤 바닥으로 떨어져본 사람으로써...
사람은 말이야,
더이상 뒷걸음질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아니면 지금의 현재가 너무 달콤할 때
악마가
짐승이
될수도 있단다
그러면 안되는데
또 사람이란 한편 그렇게 나약한 존재란다.
어쩌면 그래서 어둠속에서도 기어이 빛을 향해
의연히 달려내는
네 아버지 홍석씨나 최정우 검사 같은 사람이
더 우러러 보이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너를 보며
우리가 자신과 우리의 가족만 생각하며
그저 내일이 아니니까
안도하며 외면하고
가증스런 눈물을 흘렸을지 모를
수많은 수정이들을
현실 속의 수정이들과 홍석씨들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웠단다.
이 드라마가 고마웠던 건
그게 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저 착각일지 모른다는
진실을 가르쳐준 것일테지.
더 중요한 건
남의 아이 수정이와
내 아이가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한번쯤 새기게 되었다는 거겠지.
부디 나만 그런게 아니기를 바란단다
이 아저씨는,
진심으로...
수정아
그리고
마지막에
너무 고마웠다.
네가 혼령으로 나타나
말해준
'아빠 고마워. 아빤 무죄야'
이말이
우리 죄많은 시대에게
더없이 쿵하고 울리는
경종이 되었기를 바래.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한번쯤 소스라쳐 뒤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기를 바래.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꿈이
당신의 아이가
당신의 인생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걸
지금이라도 알았기를 바란단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단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잘 되는 인생은 없다고.
그말이
모쪼록
상식이 되고 진실이 되기를
이 아저씨는 바래.
그리고 너무 미안해.
다시는
너 같은
그런 슬픈 죽음이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