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사람을 떠나보내며 쓸쓸하면서도 담담하네요..

.... 조회수 : 3,180
작성일 : 2012-07-05 16:10:12

소중했던 한사람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데도 의외로 담담해지는건,

쌓여진 나이만큼의 단단함일까요 딱딱함일까요...

담담해지니 또 왠지 쓸쓸함도 느껴지네요...

 

인간관계가 함께 한 시간만큼 더욱 견고하고 깊어질거라 믿었지만

의외로 아주 사소한 계기로 허무하게 사라져버릴수도 있음을 경험하고 있어요.

아니면.. 내내 쌓여있던것이 계기를 통해 정리된 것일수도 있겠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오랜시간을 동고동락한 동기(여자)가 있었어요.

둘다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더 높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동료들의 텃세나

보수적인 직장문화 등으로 인한 애로들을 서로 의지하고 나누면서 절친 관계가 된것 같아요.

특히, 입사 초기에 그 동기가 가정사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많이 겪고 저에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어갔지요...

 

차분하고 신중하며 지나치게 원칙주의적인 저에 비해, 쿨하고 처세에도 능한 그 동기로 인해

힘든 직장생활에서 많이 의지도 되었고 일적인 면 뿐 아니라, 개인사들도 공유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사이.. 뭐 그런...

 

6년 이상의 시간들을 직장에서 함께하면서 서로 다른 면들(이를 테면, 대부분 원칙적 대응과 의사결정을 하는 저와 전략적 대응을 하는  동기)까지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그 동기가 먼저 승진을 하게 되었지요..

능력면에서나 조직내 인간관계, 처세 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았으니 저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어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기이기 때문에 질투나 부러움이 아니라 진정한 축하의 마음이

생겼던것도  정말 좋았구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승진한 그 동기와의 관계가 서서히.. 변화되어 갔어요.

직장내 동료들을 잘 이용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동기지만,

최소한 저만은 그 대상이 아니었을꺼라 믿었는데.. 점점 저도 관리대상의 한명 같은 느낌?

사소한 것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섬세히 챙겨주고 나누던 사이였는데

저의 말과 행동에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대하는 듯하지만 필요에 의해 관리하는 대상?

아니면... 오랜 관계의 찌꺼기가 된듯한 감정들을 점점 더 자주 느끼게 되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싫기도 하고, 또 설사 그 동기가 변했다 하더라도

제 자신은 사람에 대한 욕심보다는 관계에 대한 책임, 시간에 대한 소중함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제 입장에서는 예전과 변함없이 진심을 다해 대했던것 같아요..

 

그러다 얼마전.. 정말 사소한 일을 겪으면서

아.. 그간 내가 느낀 감정들이 틀린게 아니었구나...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어쩌다가 점심시간을 놓쳐 식사를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식사를 하고 막 돌아온 그 동기에게 "매점에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난 배터지게 먹고와서 배불러" 이런 대답을 들었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것 같은......

한참이 지나 오후 세시경쯤인가? 저에게 배고프면 매점에 가겠냐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바로 "그래 그럼~"하는 동기를 보면서 서운함을 넘어서 왜 허무한 생각이 들었을까요...

 

 참 별일아닌건데 제 스스로 혼자 지나치게 예민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이런 감정들이 쌓여서 그런건지..

왠지 저혼자 계속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 동기에게 부담을 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욕심도 없고, 사교적이지도 않아서 그런지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하다보니

소중한 사람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는게 참으로 큰일임에도 불구하고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 담담해지고.... 그러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저보고 참 한심하다 할 분도 계시겠지만..

이렇게라도 끌적이면서 마음정리 하나봅니다...

 

쓸대없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IP : 210.90.xxx.7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고.......
    '12.7.5 4:22 PM (121.167.xxx.160)

    직장생활 할 만큼 하신것 같은데
    마음은 아직 소녀구만요.

  • 2. 그냥
    '12.7.5 4:22 PM (1.226.xxx.153)

    지금 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분한테 너무 많은거 기대하지 말구
    대신에 님두 그냥 쿨하세 어느정도까지만이라구 생각해보세요
    너무 그분한테 느꼈던감정에 치우치면 님만 스트레스 받아요

  • 3. ....
    '12.7.5 4:29 PM (210.90.xxx.75)

    아이고... 님말씀처럼, 정말 아니고 싶지만 소녀인가 봅니다^^;;
    소중한 관계는 항상 순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넘 강해서....

    그냥님 말씀처럼 관계에서 더욱 담담해지는 계기가 되겠지요..
    순수하고 소신있다는 직장내 저에대한 평가가..
    제 스스로 틀을 깨로 나와야 하는 당면 과제인듯 하네요..

  • 4. ..
    '12.7.5 4:33 PM (203.249.xxx.25)

    님 같은 분 참 좋은데....현실에서는.......참 드물고, 맨날 치이더라구요...ㅜㅜ
    저도 님과 같은 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갑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시고, 남도 나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 5. ....
    '12.7.5 4:39 PM (210.90.xxx.75)

    ..님 위로도 주시고 조언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저도 변해야 하고 또 변하고 싶은데,, 저에게는 세련된? 관계의 인자가 없는것인지..어렵네요^^;
    간혹,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저보다는 영리하게?? 인간관계를 하고 처세하는 것을
    보면서 당혹스러울때가 많거든요ㅋㅋㅋㅋ

    사람에 대한 기대... 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관계일수록 깊어짐의 묘미가 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인데
    이또한 불가능한 기대이겠지요~~

  • 6. ....
    '12.7.5 5:50 PM (210.90.xxx.75)

    로그인 님...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분이라 괜히 더 반갑습니다^^
    그래요 님... 소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소한 것에 이렇게 맘에서
    떠나보내면서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는데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계에 대한 원칙이랄까.. 저는 지키고 싶었는데 이또한 쓸데없는 집착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닥 나눌것 없는 글에도 조언주시고 관심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 7. 인정 하셔야...
    '12.7.5 10:16 PM (61.79.xxx.213)

    저 위에 아이고님 말씀 좋게 하신것 같아요
    사회친구 입니다
    진급해도 동일한 일을 한다면 그 친구 문제 겠지만
    다른 일을 한다면 인정을 해야 합니다
    진급을 괜히 시켜 주는것이 아니거든요
    진급을 했는데 진급전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행동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문제 겠지요

  • 8. 원글이
    '12.7.6 1:01 AM (116.124.xxx.54)

    인정하셔야...님 제 직장은 특성 상 진급해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진급으로 인해 업무적인 말과 행동은 바뀌더라도
    오랜동안 어려운 시간들을 고스란히 함께하고 마음을 나눈 사이라면
    제가 느낀 감정들이 터무니없다란 생각은 안들어요...

    다만 관계는 언제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야겠지요

  • 9. ᆞᆞᆞ
    '12.7.6 9:31 AM (203.226.xxx.35)

    인간관계 학원이라도 있음 다니고 싶은 요즘입니다..덕분에 많이 느끼고 더불어 배워갑니다.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0495 고구마줄기 안벗기고 먹으려면 8 먹고파요 2012/09/10 2,871
150494 도깨비방망이와 대용량믹서기 1 선택해주세요.. 2012/09/10 1,408
150493 전세가 3억 이상인 경우 부동산 수수료 12 허거걱 2012/09/10 5,529
150492 5살 아이가 자꾸 발가락이 가렵다고 해요 3 어쩌죠 2012/09/10 1,194
150491 가지 안에 씨앗같은 거 박혀있는데 상한 건가요? 가지볶음 2012/09/10 2,179
150490 매실 거를때 1 매실 2012/09/10 916
150489 어떤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화들짝 드나요? 7 초보커피녀 2012/09/10 2,210
150488 학교폭력, 학생부기재 그리단순한 문제가 아니네요. 26 해진 2012/09/10 2,909
150487 일산쪽에 괜챦은 커피원두 파는곳 있나요? 6 눈토끼 2012/09/10 1,460
150486 우리 가카 북극 갔어요?? 12 에? 2012/09/10 1,822
150485 이번 주말 여수 엑스포 간다면 아쿠아리움만 볼 수 있을까요? 1 여수 2012/09/10 841
150484 데리야키 삼치구이 해 보신분....~~ 1 요리초보 2012/09/10 906
150483 조망권이나 일조권 침해를 당해보신분 계시나요?? 2 신혼집 2012/09/10 970
150482 미숫가루 같은 것도 유효기간이 있죠? 1 ... 2012/09/10 2,210
150481 김미경원장- 결혼에대해서 26 짧은동영상 2012/09/10 7,905
150480 공주대게임디자인학과 6 수시준비 2012/09/10 1,333
150479 제사 일년에 몇번 지내세요? 25 집안일 2012/09/10 6,090
150478 수영 배울때 애들 감기 잘 걸리나요? 4 감기 2012/09/10 1,256
150477 7일 서울역 집회 다녀오신분 계신가요(mbc보다가) .. 2012/09/10 536
150476 췌장에 뭔가 보인다고 하는데ᆢ 7 명의 2012/09/10 2,746
150475 커텐 추천 부탁합니다. 플리즈 2012/09/10 565
150474 베이비시터 급여, 적당한지 봐주세요 6 soㅇ 2012/09/10 1,694
150473 박근혜 조카가족,주가조작 40억 부당이득 의혹" 3 커피우유 2012/09/10 1,164
150472 7살 딸이 말해준 7세들의 장래희망. 24 완전 웃겨요.. 2012/09/10 4,219
150471 장준하선생 암살에서 김용환은 왜 가족에게 전활했을까요? 13 나꼼수 2012/09/10 3,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