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결정대로 경찰서에 가서
그대로 진술하고
스마트폰을 맡겼습니다.
오늘 일요일이라 민원봉사실이 잠겨있고
당직 서는 경찰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먼저 아이가 폰을 주웠는데
두어 달 정도 되었고
자기가 쓰려고 초기화해서
음악 듣다가
저에게 걸려서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가지고 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그게 절도죄가 되느냐
만약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지만
다른 면에서 그런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성실한 아이니
선처를 부탁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일의 방향도 제가 생각하던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 분 말씀이
절도죄는 아니고
점유이탈물 횡령죄 정도겠지만
물건 본연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계속 애매하다면서
요즘 폰같은 경우는 분실물 가지고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렇게 자진 신고하니
엄마도 바른 분 같고 아이도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으니
습득물로 신고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이 습득물 신고서 용지가 없다
프린터가 고장났다
아이디와 비번이 없어 접속을 할 수가 없다는 등등의 이유로
각종 부서와 여러 직함의 사람에게
담당자 전화번호 묻는 전화
아이디 비번 묻는 전화 등
십여 통의 전화를 하였고
저희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타 부서에 왔다갔다 하는 동안
아이가 제게
죄가 안 된다고 하니..
엄마는 아쉬운 것 같은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어이없고 화가 나서 화를 좀 냈습니다..
뭐, 그런 말이 다 있냐고...
엄마가 설마 네가 처벌받기를 바라겠냐고..
하지만 그게 죄가 된다면 그걸 피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네가 지금 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했지요.
아이는 그런 건 아니라고...
다만 엄마가 그런 표정인 것 같이 보였다고..
그런데...
그 사이 타부서에 갔다 왔던 경찰분이
아까는 습득물 신고로 그렇게 정리를 하자고 해놓고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설명하면서
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닌데
부모님이 아이의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하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앞에서 말이에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내 어떤 말이 그렇게 들렸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경찰관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제가 억지로 처벌을 원하는 건 아니고..
선처할 수 있다면
선처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이에요.
그제야 그렇냐고...
자긴 꼭 처벌해야 되는 줄 알았다고...
ㅠㅠㅠ
전 솔직히 처음부터 경찰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산만하게 하고
계속 정신 없이 전화하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말도 두서없이 이랬다저랬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경찰서에 아이를 데려온 부모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부모가 경찰서에 아이를 데려올 때는
타인의 물건이라도 가져가 마음대로 쓰는 건
이런 저런 죄가 성립하니...
절대 그러지 마라..
저에게도 아이가 이렇게 되도록 지도잘못하신 것은 문제라고...
도대체 아이지도를 어떻게 하신 거냐고..
하지만..
이번만은 어머님 얼굴을 봐서 용서해주겠다..
이렇게 처리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사 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보통의 부모가 원하는 건 그런 내용의 계도일 거니까요.
그냥 그야말로 시시한 사건 처리로만 몰두하는 모습도 그렇고..
그리고 이런 건 죄도 성립 안 된다는 식의 말도 그렇고..
아이 앞에서 범죄가 성립된 건 아니라고 계속 강조...
결론적으로는
습득물로 신고하고
혹시 돌려주어 주인이 고소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군요.
알았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제가 알아서 선수치듯...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아이와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면서 아이에게
왜 엄마가 네가 처벌받기는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냐고...
엄마는 네가 아무리 나쁜 죄를 저지르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 눈 앞에서 혼나고 이렇게 경찰서에 오는 것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네가 바르고 건전한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엄마가 용서해 준다고 한들
사회가 용서하지 않는 일들은 엄청나게 많다,
엄마가 네가 저지른 잘못을 그냥 넘어가면 바늘도둑이 소도둑도 될 수 있다,
네가 그런 걸 잘 알고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네가 처벌받기를 더 원하는 것 같다는 말에 정말 속상했다,
그렇게 엄마를 못 믿는 거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는 그렇다기 보다는
죄가 안 된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했는데
엄마의 표정이 너무 이상해서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경찰서에 가서
그렇게 신고하고 처리하고 나니
후련하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자고 하고
좋게 아이와 악수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중간에 경찰분이 조금 더 센스있게 해주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한 기대라는 걸 알았고..
이렇든 저렇든
결론적으로는 아이도 저도 좀 편안해졌습니다.
여러가지로 조언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