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아이와 함께 집에 오는 길에 기막힌 광경을 봤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대각선 맞은편에 할머니가 손녀딸로 보이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있었어요.
할머니는 50대 후반쯤으로 보였고 아이는 5~6세쯤?으로 보였는데 덩치는 좀 큰 편.
아이는 계속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할머니는 뿌듯한 표정으로 손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할머니, 나 쉬!' 하는거에요.
마침 지하철이 다음 정거장으로 들어가는 중이라 전 혼자 속으로 다행이다, 아이라서 오래 못참을텐데
얼른 데리고 나가서 화장실 갈 수 있겠네 생각했지만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어요.
할머니가 아이에게 얼른 일어나서 바지 벗으라고 하는거에요... 주말에 날이 추웠잖아요... 아이가 내복에
옷을 겹겹이 껴입었는데... 애가 신발신은채로 의자 위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바지를 내려요...
할머니는 가방에서 기저귀 하나를 꺼내더니 애가 천천히 옷을 내리고 있자 "빨리 좀 내려" 하면서
손녀의 바지를 확 내리는겁니다... 상의가 조금 길어서 아이의 중요한 부분이 조금 가려지기는 했지만..
전 그 와중에 주변을 둘러봤어요... 할머니와 아이의 목소리가 좀 큰 편이었고 지하철에 사람이
대부분 앉아있고 듬성듬성 서있었는데.... 제 바로 건너편에 서있던 아저씨 고개까지 확 돌려서
아이를 계속 쳐다보고 있고, 옆의 노약자석의 할아버지는 옆사람이 서있어서 잘 안보였는지 허리를 숙여
고개까지 쭉 빼고 바지를 벗은 아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토나오면서 아이가 불쌍하더라구요... ㅠ_ㅠ
할머니는 결국 그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힌 뒤에 "기저귀에 싸. 집에 가서 기저귀 빼줄게"...
라고 하고 아이는 불편한 듯이 바지를 여러번 추스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할머니가 미쳤나, 하는 생각에 너무 미우면서도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주말에 왜 할머니랑 밖에 나와있을까,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제 옆에 있던 딸은(5세에요) 왜 쟤는 부끄럽게 지하철에서 옷을 벗냐고,
제 속을 더 상하게 하는 질문을 하네요....
정말 별별 사람이 다 있지만.... 그 할머니에게 뭐라 한 마디라도 했으면 제 속이 편했을까요?
자꾸 무표정하게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바지 내리고 기저귀 차는걸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아이가 떠올라서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속이 상하네요... (그리고 고개 빼고 아이가 기저귀 차는걸 보던 할아버지 모습도
자꾸 생각나서 진짜 토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