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대 초반 무수리짓

친구란 이름으로 조회수 : 1,177
작성일 : 2012-04-23 17:23:49
제가 뭐. 별로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지금도 간혹 아주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이십대 초반에 친구 무수리짓 한거요.
대학 때였는데, 애교 많고 화를 낼 때는 좀 무섭게 내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걔는 여자인 친구가 없었어요. 다 친구는 남자뿐.
유일한 여자 친구가 저였는데요.
1학년 말부터인가 저한테 막 친해지자고 해서...
제가 힘들어서 3학년 때부터 연락을 안했죠. 그렇게 한 1년 연락 없이 지내다가
4학년 되면서부터 다시 연락해서 (저는 답을 안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친하게 지냈는데
대학 졸업하고 얼마 지나니까 연락이 뚝 끊겼어요. (아마 제가 필요 없어진 듯. 대학 때는 같이 다닐 친구가 필요하니까)

그러다가 걔 결혼할 때쯤 되니까 다시 연락 오더라고요... 싸이로. 씹었죠.

애교도 많고 잘해줄 땐 잘해주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러면 화를 내는데... 무섭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잘못했는지 조곤조곤 말하면서 설득하고 협박하는 스타일.
수업 같이 들어야 되고.
한번은 제가 딴 교양수업 신청했더니
왜 자기랑 같이 안듣냐. 정말 실망했다. 우린 같이 듣기로 약속하지 않았냐. 우리 사이가 그것밖에 안되냐. 친군데...
뭐 이런 식으로 화냈다가 설득했다가...
이건 일례구요.
남자 만나는데 저 데리고 가기. 뭐 이런 것도 했었어요.
단둘이 만나기엔 좀 부담스러운 상대인데 간볼 때 꼭 저 데리고 나가고.
남자들한테 인기가 참 많았는데,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일까 항상 저한테 말하고 헤어지고 나면
하소연에... 한번은 널 생각해서 편지 썼어 하고 줬는데 열어 보니 헤어진 남자 때문에 슬프다는 내용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서랍 정리하다가 발견했음)
그리고 제가 다른 친구랑 친해지려고 하면 엄청 질투하고. 제가 그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동아리 나가지 말라고 ㅋㅋㅋㅋㅋ 왜 나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 앞에서 다른 친구랑 인사했더니 그 친구 사라지자마자 걔 이상하게 생겼다고 막 욕하고...

뭐 제 잘못이죠.
그땐 좀 어리버리하기도 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어떤 면역 같은 게 생기긴 했어요.
그런 사람들은 잘 피해다니고, 누구한테 호구짓 안하는 그런 면역???
뭐 나름 배움의 시간이라고 위안하기도 해보고 ㅋㅋㅋㅋ
다 제가 못난 탓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나요.
아. 난 참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

그때 생각으로는 걔가 좀 못됐긴 했지만 여리고 상처가 많구나... 내가 더 배려해줘야 되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후...
그런 기미가 있는 공주님 여왕님들은 정말 귀신같이 피해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제 인생에 배움을 준 고마운-_-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서로 안맞아서 그랬나보다 쿨하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삼십 년 넘긴 제 인생에서 제가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후회하는 일이에요.
나는 참 어리석었구나, 하고요.


IP : 211.196.xxx.17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효
    '12.4.23 5:29 PM (211.207.xxx.145)

    애교가 많은 사람들 중에 타인을 징검다리로 많이 쓰는 사람 있어요. 꼭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타인을 정서적으로 착취하는 왜곡된 나르시시스트라고 심리학책에도 나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5199 초등1학년 학부모 정말 힘들어요... 6 찌찔이.. 2012/05/09 2,743
105198 전에 해품달에서 액받이 무녀라는게 있었잖아요... 4 야옹 2012/05/09 2,216
105197 우리집은 개포동에 융자하나 없이 10억되는 아파트 보유하고 있고.. 3 마리 2012/05/09 2,741
105196 긴 화분에 부추를 심었는데 진딧물이 생겼어요. 4 진딧물 어떡.. 2012/05/09 2,477
105195 기사/5년동안 독신100만명 늘었다 주간경향 2012/05/09 1,145
105194 故노무현 대통령 추모3주기 시사IN 광고시안 23 salem™.. 2012/05/09 2,163
105193 어제 패션왕 뒤에 못봣어요 2 패션왕 2012/05/09 1,198
105192 스파르타쿠스 2 3 미드 2012/05/09 1,742
105191 영양제 통 재활용 방법 있을까요? 2 호호 2012/05/09 1,480
105190 아파트평수 이야기할때 실평수로 이야기하나요? 1 ... 2012/05/09 1,119
105189 자고 일어나면 집이 싹 정리돼있음 좋겠어요 11 ㅇㅇ 2012/05/09 2,783
105188 급질문) 냉동돈까스 해동 안한채로 튀겨도 되나요? 4 급해요 2012/05/09 8,966
105187 경주 분들에게 여쭤봅니다.. 3 답변 꼭~ 2012/05/09 851
105186 저녁 준비 해놓으셨나요? 수요일 저녁은 뭘 먹어야 할지.... 16 brams 2012/05/09 2,898
105185 트윈케익이나 파우더 냄새 심한거요~ 2 궁금 2012/05/09 756
105184 친구어머니가 전신80%화상을 입으셨다는데... 22 *** 2012/05/09 12,095
105183 파출부 업체 수수료 주고 사람 불렀는데 두 번 다 마음에 안드네.. 해피베로니카.. 2012/05/09 949
105182 카톡에 제가 누굴 차단해 놓으면 3 차단 2012/05/09 2,793
105181 아이 열없어도, 콧물계속 나고 기침하면 병원가봐야할까요? 5 .. 2012/05/09 2,314
105180 백화점서 파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어떤가요? 상당히 고가던데 7 ........ 2012/05/09 2,858
105179 조현오 前청장 '각별한 의전'…서초서 경찰 40여명 출동 1 세우실 2012/05/09 632
105178 중3 중간고사 영어문제 정답이 이상해서요. 18 영어문제 2012/05/09 2,215
105177 예전에는 아들 처가에 주고, 아들과는 끊고 사는 것만이 답이라 .. 4 ... 2012/05/09 1,593
105176 홈텍스에서 종합소득세 신고했는데, 제대로 했는지 봐주세요. 3 호텔아프리카.. 2012/05/09 10,040
105175 제주 일정 문의 3 복뎅이아가 2012/05/09 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