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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 바오로 곽노현
요즘 우리는 뜻하지 않은 법 공부를 하고 있다.
검찰은 물론 네티즌들도 공직선거법 232조의 내용이 무엇인지 친절한 안내를 주고받고 있다. 법은 잣대이다.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과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 법이다. 그래서 이리 저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정돈되어 제 자리에 놓이는 듯 보인다.
우리나라 천주교 성인 중 '하상 바오로'라는 분이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가장 훌륭한 순교자 중 한 분이라 칭송받는 정약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학문과 교리탐구에 열중하였으며, 성직자 없는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한국교회는 마침내 한 분의 주교님과 두 분의 신부님을 모시게 되었다. 그리하여 박해로 흩어졌던 신자들을 다시 모으고, 복음의 씨앗이 한국 곳곳에 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후 정하상은 1839년 기해박해까지 한국인의 신앙을 굳건하게 증거 했던 성인이었다.
하상 바오로는 곽노현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세례명에도 그의 유별남이 드러난다. 서양의 성인이 아닌 우리나라의 성인이 보여준 명증한 자취를 따르고 싶은 그의 마음이 담긴 세례명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곽노현은 법학자, 서울시교육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읽은 한 장의 편지를 보면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어쩜 그의 삶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안녕하세요. 오래 전에 시작된 인연이지만 갑작스럽게 교육감이 되셔서, 교육감이 되신 이후에는 사실 그 분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봐 멀리서 바라보고.... 하지만 요즘 TV에서 수척한 곽노현 교육감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그동안 저희 집에서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글로 올려봅니다...." 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IMF 직전인 1997년에 청주교구의 한 신부님이 조기은퇴를 준비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접한 곽노현과 아내는 기도 끝에 그분의 바램을 이뤄드리겠다 약속하였고, 은퇴 후 거주지 겸 신자들을 위한 피정의 집을 위해 충북 청산의 큰 슬레이트 가옥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당시에 3천 5백만에 매입하였고, 가옥을 피정의 집에 적합하게 개조하는데 약 3천 5백여만원을 들였으니 모두 7천여만원의 돈을 들여 노신부와 신자를 위한 피정의 집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은퇴 후 사정상 청산으로 오지 않으셨고, 그 집은 베드로와 루시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앙심 깊은 부부의 손에 맡겨져 어려운 이웃과 영혼의 휴식이 필요한 피정자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바로 그 루시아였다.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 할 때 곽노현 교수님으로부터 한 가족 같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경제적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도움을 발판으로 저희 가족은 지금껏 힘든 시골생활을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어려워 한전에서 전기를 끊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제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때도 저희들을 위로하시며 생활비를 보태 주셨습니다. 제가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하였을 때도, 저희 아이들이 아플 때에도, 할아버님 할머님이 편찮으실 때도 말없이 저희를 위로하여 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한 포도농사를 지어놓고 팔지를 못하였을 때에도 서울로 가지고 오라고 하여 그렇게 바쁜 가운데에서도 목이 쉴 정도로 전화를 하셔서 팔아 주시려고 밤낮으로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진정 이런 분이 아이들의 교육을 이끌어나가시는 것에 너무나 기뻤고 크나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
곽노현과 함께 회의를 해 본 사람은 그의 냉정함과 치열함을 똑똑히 안다. 자신의 소신에 대해 어정쩡한 타협은 없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고 정확히 이야기 하고 스스로 이해될 때까지 집요하게 묻고 또 물으며 파고든다. 그의 질문을 받으면서 회의를 한 바탕 치르고 나면 설명하던 사람들이 '아,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무서우리만큼 문제의 바닥까지 파고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해 본 사람은 그의 천진함과 따뜻함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자신이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들에 대해 누가 이야기해 주면 마냥 재미있어하며 아이마냥 깔깔대고, 힘든 사람을 보면 누구보다 마음 아려하며 궁리하는 사람이 바로 그이다.
그런 그가 선의를 의심받고 이리저리 내몰리며 말없이 피 흘리고 있다.
사실과 현상만으로 인간을 해석한다면 얼마나 우리는 빈약한 삶을 사는 것일까? 소중하게 다뤄야 할 것은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부정된다면 과연 진실은 어느 구석에 있단 말인가?
20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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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다에게 보내는 편지 (루시아)
안녕하세요
저희와는 오래전에 시작된 인연이지만 갑작스럽게 교육감이 되셔서, 교육감이 되신 이후에는 사실 그분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봐 멀리서 바라만 보고 가끔씩 사모님을 통해 안부전화만 묻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TV에서 수척한 곽노현 교육감님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그동안 저희 집에서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글로 올려봅니다.
저희들이 13명의 대식구를 이끌고 시골로 이사 온 지가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이곳에 정착하여 자연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농사짓는 수사님에게 그 당시 귀농 수업을 받고 첫 포도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수도원 원장님의 주선으로 곽교수님 내외가 저희 집에 피정 오셔서 하룻밤을 묵어가셨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 저희 집에 방문하셨을 때에 저희들이 피정 집에 관하여 의논을 드렸습니다. 편찮으신 모 신부님께서 이곳이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은퇴 후에 이곳에 사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집 피정 공간도 작고해서 여기에 신부님도 모시고 피정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면 어떨까하고 말씀 드렸더니 조금 생각을 해 보시겠다고 하시면서 그 후로 이곳을 자주 방문하시고, 피정 집을 짓자고 하셨습니다. 그 후로 피정 집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들어갔습니다. 땅도 매입했고, 옛날 스레트 집을 수리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저희 집이 어려울 때 생활비로 주신 금액까지 모두 다 합치면 어림잡아도 5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 3칸, 부엌 1개, 욕실 1개, 마루가 딸린 작은 피정집이 지어졌고, 그 후에 수도자 분들과 휴식이 필요한 분들이 다녀가시고, 지금도 피정 집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을 모시려고 터도 닦고, 준비를 하는 중에 신부님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시골에 오실 수 없다고 하셔서 신부님을 모시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기농법의 농사법이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족들이 무척 힘들어 할 때 곽노현 교수님으로부터 한 가족 같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경제적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도움을 발판으로 저희 가족은 지금껏 힘든 시골생활을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어려워 한전에서 전기를 끊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제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때도 저희들을 위로하시며 생활비를 보태 주셨고, 제가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하였을 때도, 저희 아이들이 아플 때에도, 할아버님 할머님이 편찮으실 때도 저희를 위로하여 주시면서 말없이 경제적인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또 우리 큰아들이 눈이 아파서 서울에 올라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하셔서 그 집에서 3일간을 머물면서 치료를 받았고, 그때에도 시골에서 무슨 돈이 있느냐고 수십만 원을 병원비에 보태라고 주셨지요.
유기농 포도 농사를 실패하고 제가 생활이 너무 어려워 감나무라도 심어서 앞으로의 희망이 있어야 되겠다고 했을 때에 감나무 묘종 값도 수백만 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또한 포도농사를 지어놓고 팔지를 못하였을 때에도 서울로 가지고 오라고 하여 그렇게 바쁜 가운데에서도 목이 다 쉴 정도로 일일이 전화로 하셔서 2500평에 포도를 다 팔아주셨습니다. 수년간 매년 해 주셨습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팔아 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진정 이렇게 남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하지 않는 분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교육을 이끌어나가시는 것에 너무나 기뻤고 크나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지난 15여년간의 인연으로 다른 건 몰라도 곽 교육감님은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보살피는 분이시라는 건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만 정진하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를 깊이 간청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