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관심은 많았지만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라야무 부시코(the ballad of Narayama)를 보게 되었네요.
82년 제작되었고 83년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일본 영화인데 예전부터 대충 내용을 알고 있던 터라 많이 주저주저했네요.
겨울나기가 너무 빠듯한 고립된 산간마을을 지배하는 질서라는 것이 문명화된 야만인지 야만스런 문명인지 헷갈리네요.
어떻게 보면 비료가 대량 생산되고 안전한 피임법이 나오기 이전 척박한 땅에 자리잡은 모든 농경공동체가 실제로는 저런 고통스럽고 인정하기 어려운 질서체계를 나름대로 다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한정된 생산량으로 긴 겨울을 나야되다보니 당장 노동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출산을 기피하여 영아살해나 여아의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식량 도둑은 일가족 생매장이라는 극단적 처벌을 받아야하고, 70이 된 노인은 산골짜기에 버려지는 것이 하나의 숙명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단지 근대이전의 어느 일본 산골짜기로만 한정할 수 있는지 실제로 우리와는 인연이 전혀 없는건지 자신이 없네요.
영화 자체로 우울하면서도 석유기술문명의 끝자락에선 우리의 디스토피아적 앞날이 서양에서는 좀비영화로 주로 투사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나라야마 부시코의 마을처럼 야만을 내재한 문명(또는 질서정연한 야만)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