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친정부모님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자식 셋이지만 가까이 사는건 저 하나라서 이런 저런 소소한 날들 제가 같이 챙겨드리곤 해요.
결혼기념일이면 늘 꽃다발이랑 케익 들고가서 조촐하게 케익 먹고 외식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마침 저희 도시에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가 열리길래 예매 해 드렸어요.
예매 전에 엄마한테 쎄시봉 온다는데 그거 보여드릴까? 하니 엄마가 좋아하셔서
처음엔 S석 정도 생각하다가 만원 차인데.. 하면서 큰맘먹고 R석으로 예매했지요.
그런데 아빠가 감기에 걸리시더니 이번엔 좀 오래가시네요.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고 하시니 공연장가서 두어시간 앉았다 오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으시나봐요.
그래서 엄마가 예매한거 취소하라고.. 저는 잠깐인데 그래도 다녀오시지.. 했지만
그래도 가지 않으시겠다고 해서 예매 취소 알아보니.
아이고.. 공연 하루 앞두고 취소하려니 수수료가 무려 티켓값의 30%.. 6만원 정도 손해봐야겠네요.
아빠 감기가 오래가서 기운 없으신 것도 속상하고
엄마는 가고 싶어 하셨는데 아빠때문에 덩달아 못 가시니 속상하고
6만원 버릴 생각하니 속상하고.. 6만원이면 차라리 어디 가서 근사하게 식사라도 사 드릴텐데요.
부모님께 취소 수수료가 6만원이라고 말씀드리면
아마 내키지 않으셔도 돈 아깝다고 가실 것도 같지만
그렇게 다녀오셨다가 더 기력 없으실까봐.. 그래서도 안될 것 같고..
이래저래 그냥 속상하네요.
서른 중반 넘고 애기 키우다보니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뭘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눈에 밟히고 괜히 속상하고 마음 아프고.. 그럴 일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