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얼마 전부터 자기한테 신경 좀 써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어요.
몸도 힘들고 집에서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는 낙이 없다고 했고, 잠자리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자기가 힘들다고 신경 좀 써달라고 하는데 제가 너무 무심하고 자신한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구요.
저는 저 나름대로 육아, 직장, 집안일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고,
남편은 더 이상 저에게 위로가 되거나 버팀목이 아닌 아들같이 느껴졌어요.
나이 많고 성격 예민하고 까칠한 큰아들이요. ㅜㅜ
남편은 집안일이나 육아는 둘이 같이 할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 일을 도와주는 거라고 말해요.
나만큼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이 어딨냐며 으스대고, 제가 그에 대한 대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가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은 아니고 자기를 더 많이 예뻐해주고 사랑해달라고 보채요.
근데 그게 참 그나마 집안일 돕는 게 어디냐 좋게 생각하려다가도
내심 부당하다, 드럽고 치사하다 이런 생각들이 쌓여왔어요.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사소한 것들로 자주 부딪히면서 저 자신도 너무 지치고 답답했고,
이러다 홧병나는 거 아닌가, 이혼해서 혼자 살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며칠 전에 정신과에 가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왔네요.
남편이 병원까지 다녀온 상황이니 신경 많이 써주고 보듬어줘야지 하는 생각은 드는데, 그게 맘처럼 잘 안돼요.
네가 그 정도로 병원 가면 나는 벌써 정신병원에 열두 번도 더 갔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ㅜㅜ
내 가슴에 꽉 막혀있는 이건 어떻게, 누가 풀어주나.... 억울하고요.
저 너무 지친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털어버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하나 포기하고 희생하면 우리 가족 모두 편안해질까요?
남편이 정신과까지 다녀온 상황이니까 제가 다 참고 받아주고 해야겠지요??
이대로 두면 우리 부부 정말 더 심각해지겠지요??
그냥 속이 너무 답답한데 쓴소리든 뭐든 한마디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