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서 학교다니고 전교1등해서 외고에 갔는데요. 갈때도 일등으로 들어갔어요.
저희 아버지가 대기업 과장(부장?고딩때 아빠 직급이 기억이 안나네요). 엄마 전업. 그냥 올망졸망 평범가족이었어요. 1학년때 담임선생이
제가 부반장이 되고 일등으로 들어온 것을 알고 거의 무슨 외계인 취급했었어요.
학교다닐때 외국인 누구가 학교에 방문교수처럼 와서 데리고 홈스테이할 집을 구한다는데
아무 생각없이 부반장이니까 제가 할께요 했다가 또 뭥미? 표정의 담임.
결국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아버지였던 아이네 넓은 저택에 가셨죠 그 외국손님.
저희 엄마 부반장인데 학교 전혀 안 왔고, 담임이 어느날 수업전에
누구누구 일어나보라고 해서 열댓명 애들이 일어났는데 담임이 하나하나 붙잡고 "아버지 뭐하시니?"
"교수요" "의사요" 등등 일부러 그런 애들만 쫙 일으켜서 묻더니 "편하지? 마음이 좋지?" 이랬어요
모든 아이들앞에서.
그전까지 중학교에서 전교1-2등하고 모든 선생님이 인정해주고 이뻐해주고,
우리 아버지 회사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까진 몰라도 부끄러워했던 적은 없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사십가까운 지금도 남아 있네요.
유치원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사립보낸다고 하는데, 저는 저희 애가 저런 취급 받을까봐
강남으로도 굳이 안 가려고 하고, 사립도 안 보낼 거에요.
물론 재력 집안되면 보내고 싶지만, 그게 아닌데 애 머리 하나 좋다고 그런 곳에 넣었다가 받는 그 영혼의 상처는
이십년이 지났어도 완전히 극복이 안되네요.
저 담임이 사이코패스인 것 같지만 나중에 보니 그 외고 교장까지 했더라구요.
거기가서 중간쯤이라도 갈 재력이 아닌 평범한 집 아이들은 그냥 적정수준의 학교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그 외고 나와서 서울대 간 것도 아니거든요.
동문도 서로 스펙되는 애들끼리나 서로 연락하고 살지..
담임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니네들이 지금 한 교실에서 수업받는다고 다 친구같지? 나중에 또 볼 것 같지?"
아 소름끼쳐.
저 밑의 아이가 재력있는 친구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글 보고 옛날일 생각나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