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호스트바에 가보고 싶다는 글을 읽고 씁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상대가 호스트가 아니라 일반인이었죠...
글을 읽으시기전에....
남편이 바람나보지 않으신 분들은 제게 ‘그러면 안된다’ ‘자신을 지켰어야한다’‘애보기 무섭지않냐’ 이런말씀 하지 않으셨으면해요....전들 몰라서 한 것 아닙니다... 제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남편으로 인해 지금 지옥에 계신 분들게 제가 겪었던 일들을 조금 들려드리고 이런 케이스도 있더라...라고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몇 년 전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돌때쯤이었죠. 우리는 10년간 연애를 했었고 그동안 한번도 싸우지 않았을정도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다소 까칠하고 예민한 스타일인 남자와 털털하고 쿨한 여자의 만남이었고 서로 톱니바퀴처럼 잘 맞았어요. 가끔씩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행복해서.... 하느님이 시기해서 그사람을 먼저 데려가버리면 어쩌지? 혹시 큰 불행이라도 닥치면 어쩌지???
아이를 낳고 전 우울증 비슷한게 왔어요. 독립적이던 성격인 제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저 자신을 온전히 바쳐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죠. 남편이 육아를 나누어주길 바랬는데, 남편은 육아는 제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어요. 예민한 남편은 아이를 키우며 집안이 어질러져있는 것을 힘들어했고, 저는 남편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정도였고,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편은 아이낳기 전과 그닥 달라지지 않은 생활 패턴에 화가 났어요. 제가 부탁을하면 남편은 마지못해해 주었고요.
아이 돌때쯤 해서 그래도 몸과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고, 전 복직을 했어요. 제가 먼저 끝나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회사를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했어요....그래도 그렇게 큰 불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주말에 남편이 아이를 봐주길 바랬는데, 그렇게 자상하던 남편은 이상하게 아이보는건 어려워 하더라고요....
그리고 우연히 남편 핸드폰을 보다가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보낸 문자를 보게 되었어요...
아...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수 있을까요. 심장이 만갈래로 찢어지는 느낌? 이대로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은 느낌? 두께 10센티는 넘을 것 같은 강철로 된 금고에 나혼자 들어가있는 느낌? 부인을 말려죽이고 싶다면...바람을 피세요. 그리고 들키세요. 아마 부인은 평생, 죽는 날까지 마음에 못하나를 박고 살거에요. 뭘해도 그게 안뽑아져요.
그뒤에 일은 너무 기니까 생략할께요.
전 제 자신을 잡기위해 상담을 받았어요. 안그러면 정말 미칠 것 같았죠.
다행히 좋은 상담선생님을 만났어요. 여기저기 상담센터도 다녀보고 전화상담도 받았는데 ‘남자는 다 그렇다. 나이가 들면 다 이해할거다’라는 말도안되는 엄앵란 스타일의 상담선생님도 있더군요. 하하. 몇군데 알아보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남에서 전 단호히 ‘이혼하겠다. 못산다’했죠. 선생님은 저에게 눈을 감고 저한테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했어요..‘ xx야, 얼마나 힘들었니, 많이 힘들지????’ 라며 저에게 스스로에게 말하게 시키셨죠. 첫 마디를 내뱉는데 눈물이 폭포처럼 흘렀어요. 엉엉..통곡했습니다... 아...지금 떠올리니 또 눈물이 나네요.
그런데 상담을 받아도 제 안의 분노가 너무 커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분노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건 일종의 ‘질투’였던 것 같아요. 저에겐 남편이 첫경험 상대이자 첫사랑(그전에 1명사귀긴했지만..) 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유혹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정절(?)을 지켰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와...
마음속에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고 자꾸 되뇌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 분노를 삭히려면 나도 남편과 똑같이 맞바람을 피워봐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러고 나면 남편을 용서할수 있을 것 같았죠. 남편에게 보란 듯이 피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 감옥에서 절 해방시키기 위해 할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저의 계획을 절대 몰라야했죠. 들켜서도 안되고요. 그냥...남자랑 한번 자고나면 서로 샘샘이 되니까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거든요.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혹은 어떤 모임에서 남자를 만나기만 하면 바로 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외모는 좀 된다고 자타 공인하는데, 그래도 서른넘은 애낳은 아줌마한테 누가 들이대주나요...--; 마음은 굴뚝인데 실행이 안되더라고요...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예전에 알던 남자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어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거나, 가벼운 인사만하고 헤어졌을텐데, 전 그당시 누구라도 걸리기만 해봐라...라는 심정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전화번호도 따고, 전화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어요.
그리고나니 정말로 마음이 가벼워 지더군요. ‘아, 이런거였어? 별거 아니구나.’
남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그 상황에선 정말 애는 생각도 안나요. 예전엔 ‘우리 애를 두고 어떻게 그런짓을 할 수가 있어’ 였는데 말이에요.
무협소설 같은데 보면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다음에 허무함에 절규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전 허무하지 않았어요. 똑같이 하고 나니 시원했어요.
그리고 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남편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그뒤에 이야기는 또 한참이라 생략합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전 너무 많은걸 잃었어요.
가정도, 제 마음도...그리고 아이에겐 이제 아빠가 없죠.....
이제 전 드라마를 보지 않아요. 멜로 영화도 보지 않아요. 거기서 나오는 사랑을 나도 해봤는데,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사랑을 나도 한때는 했는데....그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할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친구들을 만나서 그 친구들이 ‘남편이 어쩌구저쩌구;...’ 이야기하면 속으로 저는 생각해요 ‘네 남편도 언젠가는 내 남편처럼 그럴지도 몰라...너무 믿지마....’
이세상의 모든 사랑이 우스워보여요. 아마 전 앞으로 연애를 하더라도 그사람에게 100% 제마음을 못줄 거에요. 아마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겠죠...
전 지금 제 생활에 충실하고 아이도 혼자지만 씩씩하게 잘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그당시 제가 했던 행동을 후회하진 않아요. 그때 그일을 하지 않았다면 전 정신이 좀 어떻게 되었거나, 우울증에 걸렸거나, 아이를 학대했거나, 성격이 변했을거에요.
마치 바람으로 가득찬 풍선이 터지기 직전에 입구를 열어서 바람을 조금 뺀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지금 제가 그 상대와 지금까지 쭉 만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에게도 조금은 미안하죠. 제가 그 사람을 이용했으니까요.
남편의 바람이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면...그것보다는 이런죄가 조금은 작지 않을까요...이것도 자기 합리화일까요?
이 글을 쓰는 중간중간 계속 눈물이 나네요... 다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절 괴롭히는 건...... 이젠 아빠없이 자라야할 아이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전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남편은 한번 엇나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집을 나가버렸어요...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께 그냥....자신을 사랑하시라는거... 내탓으로 남편이 바람을 피는거 아닌가 자책하지 마세요... 아무리 얼굴이 이뻐도, 살림을 잘해도..시댁한테 잘해도.... 바람필 사람은 어떤 이유로든지 바람을 피워요....
그리고 상담도 받으시고...본인의 감옥에서 벗어날 다른 어떤 것을 찾으세요. 남편이 바람폈는데 남편에게 더 잘해주면 돌아온다는둥 이런 이야기는 개나 줘버리세요. 남편에게 잘하고 어쩌고 하기 전에 상처받은 자기 마음을 돌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