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랄 때 친정이 부족함은 없었어요. 아니 여유로웠다고 해야 맞죠.
그런데 남녀차별이 좀 유별나서 저는 용돈이 늘 궁했고,
딸이라서 부모님한테 용돈 받을 때마다 항상 자존심 상했었어요.
언니들은 부모님 기분 봐가면서 타고 그랬는데
저는 대학생 때가 되니깐 그럴 바에야 아예 돈을 안받고 말겠다.. 이럴 정도였어요.
어느 날엔 아버지가 궁금해 하시면서 너는 공기먹고 사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당연히 알바도 하고 그랬지만, 쓰는 건 지극히 검소하게 쓰는 게 체질화 되었어요.
남들 예쁜 옷 사고 좋은 악세사리하고 그래도
저는 돈이 없으면 못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꾸미지 못하는 것도 별로 아쉽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어요.
학교 졸업하면서 바로 직장에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껏 한번도 안 쉬고 근 30년 일하고 있네요.
저희 살림은 시댁이나 친정에서 정말 단돈 일전한푼도 도와준거 없어서
젊을 땐 정말 하나도 돈이 없어서 천원에도 벌벌 떨면서 넘넘 고생 많이 했어요.
첫째 어릴 땐, 바로 다음주면 돈이 하나도 없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적도 많거든요.
아껴서 살면서 부지런히 저축해서 지금은 여유있지만
지금도 제가 검소하게 생활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저는 비싼 거를 사면 불편해요.
저는 저한테 쓰는 것도 쓸데없는데 돈 쓰는 거 싫어하거든요.
음식을 해도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든다거나 하면 싫구요,
제 생활 모든면에서 허례허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그렇지만 애들 학비라든지 집을 산다든지.. 이런 데에는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아요.
솔직히 제가 저 자신을 위해서 쓰는 건 제 수입에서 아주 극도로 작아요.
그런데 우리 남편은,
낭비를 하는건 아닌데 제가 뭘 살 때 아끼느라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그런거 아낀다고 돈 남는거 아니라고 하면서 툭 써버려요.
지난번에도 소셜커머스에 나온 레스토랑이
남편 직장 근처에, 원래 잘 가던 좋은 곳이 나왔길래 이런 식당도 소셜커머스에 나왔다고 하니까
자기가 사람들하고 가겠다고 하면서 사달라더군요.
얼마전에 제가 그거 유효기간 얼마 안남았는데
당신이 안 갈거면 내가 친구들하고 가겠다니깐 자기가 갈거래요.
근데 오늘 물어보니깐 그새 유효기간 끝나서 못갔다고 하더라구요.
매사에 이런 식으로,
꼭 낭비를 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생각없이 돈을 버리는 일이 잦아요.
울 남편이 볼펜은 좋은 거 쓰는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자기 마음에 드는 볼펜 좋은 거 사고선 잃어버려서 또 사고,
고급 머플러도 사주면 하고 다니다가 어디에 풀러놓고 와요. 잊었다면서요.
저는 그런거 정말 돈이 아깝거든요.
근데 남편은 소셜커머스 식당도 유효기간 끝나서 못 간게 별로 아깝지도 않나봐요.
저는 그거 값만 생각해도 속이 너무 상하고
그돈이면 다른 거 할 수 있는거 정말 무궁무진한데 말이예요.
제가 속이 좁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