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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좀 칭찬해 주세요..

꽁꽁 조회수 : 988
작성일 : 2012-03-09 16:08:36

신랑과 저 오랜 연애 끝에요.. 정말 조건안보고 사랑만으로 결혼했답니다..

결혼 할때도 양가 도움 일절 없이..

저희 돈만으로 결혼했는데 사실 거의 90%가 제돈이긴 했어요..

수도권 완전 끝자락에 살짝 걸친 지방인지라 집값이 비교적 싸거든요..

그중에서도.. 저 사는 시에서 제일 작은 평형.. 그중 젤 오래된..

퇴근하면 천정과 싱크대에서 바퀴벌레가 먼저 맞이해주는 그런 아파트..

그런곳에서 신혼 살림 시작했어요.. 전세금 3천요^^

그래도 신혼집이라고.. 도배 장판 싱크대 싹 새로 하고..

다행히 제가 모아돈 돈이 조금 있어서 혼수도 맘에 들게 장만하고..

나름 행복했어요..

그러다.. 신랑이 사업한답시고.. 전세금에 맞먹는 3천을 홀라당 날려 먹어서..

신혼 3개월만에..

정말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버렸답니다..

당시 저희부부 맞벌이 수입이 세후 4백이 훨씬 안됬었어요..

신랑에 대한 배신감과.. 날려먹은 3천에 대한 아까움.. 당장 전세 빼라고 하면 길에 나앉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 등등.. 진짜 신혼 3개월차 새댁 속이 말이 아니었죠..

안되겠다 싶어.. 정신 차리고선 당장 계획을 세웠답니다..

결혼할때 제가 갖고온 주식이며 펀드며 다 팔고.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퇴직금까지 챙기니..

천 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이제 남은 돈은 마이너스 2천..

신랑에게도 절약하자 단도리 하긴 햇지만.. 하는 일 특성상 지출을 줄이기 힘든 상황이었죠..

별수없이.. 저에게 들어가는 돈을 전부 줄였답니다..

궁상맞게 들리겠지만 결혼 만 6년 다되가는데 여태 화장품으로 들어간 돈이 채 2십마넌이 안될껄요..

머리는 딱 한번 매직한게 다에요..

늘 묶고 다니고 집에서 머리 자르고.. 자를줄도 몰라서 걍 머리 묶은채로 댕강했어요.. ㅠㅠ

교통비 아끼기 위해 월급은 훨씬 줄었지만 집 바로 옆으로 회사도 옮기고..

그 즈음 임신을 했는데요.. 그렇게 입덧 심하게 하면서도 출산 바로 전날까지 회사 출근했고요..

입덧하면서 귤하나 제대로 못사먹고.. 그렇게 먹고 싶던 자두가 비싸서 끝내 못사먹었답니다..

참 궁상맞았죠?

어쨌든..

지금은 결혼 만5년 반째인데요..

애낳고 전업이 되어.. 외벌이 월수 280입니다..

근데, 그동안 대출이 좀 끼긴 했지만 1억짜리 '우리집'도 장만했답니다..

양가 도움 없이요.. 대출도 다 갚았어요...

그 1억짜리 집이 요새 좀 올라서 1억 3천이에요!!!!!!

애기도 하나 낳았고요.. 한창 이쁜 네살요..

그동안 적금도 꾸준히 부어서..

신랑통장 제통장 애기통장 다 하면.. 2천 정도 현금도 있고요..

올해 둘째도 가질 계획입니다..

물론.. 중간에 갖고 있던 차도 팔아서 지금은 뚜벅이고요..

예물로 샀었돈 금도 다 팔고.. 제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펀드, 주식도 다 팔아서 하나도 없네요..^^

제 비상금으로 꽁꽁 감춰뒀던 건데요..

저도 나이가 됬고.. 결혼 5년이 넘다보니..

주위 친구들이 요새 한창 집을 넓여 이사가는 시기가 됬나 봅니다..

친구들이 죄다 30평형 이상 살고 있어요..

전 결혼 후 지방으로 내려온 경우라..

집값만 따져도 몇배씩 차이나죠..

그 친구들 물론 절약하며 열심히 살아서 몇억씩 하는 집으로 넓여가는 거겠지만..

적게는 몇천, 많게는 억단위로 시댁친정서 도움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 얘기 들으면 부럽긴 하지만 속상하진 않아요..

사실 조금 속상해요^^;;;;;

그래도..

그 친구들 비싼 집보다는..

정말 저희 힘으로.. 어렵게 마련한..

좁고 오래된.. 저희집이 더 가치있고.. 더 행복한거겟죠^^

사실 오늘 좀 우울한 날이었는데..

저 칭찬 좀 해주세요~~~

친정엄마한테 말했더니..

우리딸 고생해서 이정도 된거라.. 기특하긴 한데.. 맘이 많이 아프다 하시네요.. ㅠㅠ

IP : 211.207.xxx.8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시아
    '12.3.9 4:13 PM (183.109.xxx.249)

    정말 장하세요
    결혼 5년차라면 아직 신세대라고 해도 될텐데....
    마치 우리세대 이야기를 듣는것 같아서요
    요즘 사람같지 않게 조건 안따진 결혼도 예쁜데 알뜰 살뜰 너무 예쁘십니다
    나중에 내가 바라는 며느리 감이네요
    하지만 늘 요즘 그런 처자가 어디 있겠나 하면서 나를 달래고 있지만 서두요
    그정도의 단단한 정신력을 가지셨다면 왠만한 우울함은 그냥 이기실수 있겠는데요
    정말 예쁘세요

  • 2. 짝짜짝~
    '12.3.9 4:27 PM (211.246.xxx.245)

    대단하세요 제가 박수보내드려요
    젊은분이 먹고픈거 입고픈거 갖고픈거 다 견뎌내시고 그만큼 이뤄내셨으니 정말 대단한거예요 분명 앞으로도 더 잘되실겁니다

  • 3. 일단
    '12.3.9 4:30 PM (112.168.xxx.63)

    축하드리고요!!!!!!! 장하십니다!!!!!!!!!!

    글 읽다보니 저희랑 너무 비슷해요.
    저희 양가 도움 일절 없었고요. 십원 한푼 못 받았음.
    시댁에선 되려 예단, 예물 원해서 제가 했고요.
    절 값도 안주셨음.
    그때 저희 가진 돈으로 결혼식이며 신혼여행 대충 다녀오고요.
    그렇게 시작한 곳이 원룸이었어요.
    남편이 살던 자취 원룸이 경매 넘어가서 빼지도 못하는 상황..
    남편 가진돈 경매 넘어간 원룸 전세금 2000이 전부였어요.

    결혼하고 저도 그 원룸집에서 살면서 직장 구했고요.
    신혼살림 아무 것도 못했어요. 넣을 자리가 없어서..ㅠ.ㅠ
    둘다 쓰던거 모아 썼어요.
    그렇게 시작했고 그때 둘이 벌어도 300이 안돼었어요. ㅠ.ㅠ
    워낙 박봉인 곳이라서요.

    저희 결혼 7년차에요. 지금은 급여 올라서 둘이 합해서 400정도 되는데요.
    아직 아이도 없고.
    중간에 전세 옮겨서 다세대 17평에 전세 살고 있어요.

    그래도 원글님은 저희보다 맞벌이 수입이 훨씬 높으셨네요.ㅎㅎ
    저흰 경기도인데 집 값 비싸서 살 염두 못내요.
    저도 죽어라 모으긴 했는데 집 값이 비싸서 아직이네요.


    원글님은 내집 마련하셨으니 이제부터 또 잘 될겁니다.ㅎㅎ

  • 4. 짝짝짝짝짝
    '12.3.9 5:01 PM (125.182.xxx.131)

    모처럼 기분 좋은 글이네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밝고 기운찬 에너지도 받구요.
    남편 분 행복하시겠어요.

  • 5. .
    '12.3.9 6:04 PM (121.169.xxx.126)

    이.쁘세요. 엉덩이 퐝퐝.

  • 6. 순이엄마
    '12.3.9 6:37 PM (112.164.xxx.46)

    칭찬해 드리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새댁이 이렇게 살림 살아가니 기특하네요.

    친정 엄마가 얼마나 대견스러울까.

    힘들어하는 원글님 보며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전화해서 그렇게 말해주세요. '엄마 나 낳아줘서 고마워 행복해.'

    부모님 특히 친정엄마는 그 말을 제일 좋아하는것 같드라구요.

    행복하다구. 하는말. 낳아줘서 고맙다고 안태어났으면 이런 행복 몰랐을텐데 이런식의 말을 되게 좋아해요.

    전 그 말로 모든걸 떼운답니다. ㅠ.ㅠ

    언니들은 돈으로 떼우고ㅠ.ㅠ

    오빠는 그냥 아들인걸로 떼우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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