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한지 26년 되었고 울오빠는 저랑 13살 많아요
어릴때 제가 많이 울어서 울오빠가 업어 키웠대요
오빠 기억으로는 제가 말도 징그럽게 안듣고
오빠등에 업혀서 심술나면 오빠 등을 깨물면서 떼를 썻대요
학교 다닐땐 오빠가 머리감겨주고 수건으로 말려서
신중한 표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가해 가리마를 타고
양갈래로 따아도 주고 비틀어 올려도 주고..
미용사처럼 제가 그날그날 원하는대로 해주었는데
제맘에 안든다고 오빠를 마구 때리고..
제가 커서 결혼을 한다하니 오빠가 며칠을 울었어요
어릴땐 철없어 오빠를 구박? 했지만
커서는 돈벌어서 오빠 소도 사주고 경운기도 사주고
벼베는 기계도 사드렸어요
오빠 결혼할때 새언니 고생 덜하라고
불때는 부엌(아궁이없앨랬더니 울엄마가 난리치셔서)한쪽에
신식주방 꾸며주고(수도, 씽크대, 가스렌지..^^)
오래되서 자꾸만 허물어지는 흙담벼락 때려부수고
그자리에 개나리를 쫘~악 심어 주었어요
몇십년이 흐른지금 울오빠네집은 개나리집이라고 불려집니다^^
제가 결혼하고 울오빠는 때마다 나오는 푸성귀며 버섯,고로쇠등등을 가져다 주세요
오빠네 논두렁에 개복숭아 나무랑 뽕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들이 키가커서 논에 늘 그늘이 지니 동네분들이
그 씨잘대읎는 나무들 베어 버리라는데도
내 작은동생이 개복숭아랑 오디를 좋아해서 못베어버린다..는 차칸 울오빠..
쌀은 물론 보리차 끓여먹으라고 텃밭가에 보리를 심어 직접 볶아다 주세요
암튼 시골에서 나는건 무엇이든 그때그때 직접 갖다 주세요
지난 일요일날 칡뿌리(어른손가락굵기..이게 진짜 달고 맛있거든요)랑
냉이,달래,잎이 노란 대파를 갖고 오셨어요
제가 오빠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하고 깜장콩을 넣고 새밥을 지어 드렸는데
오빠다 고기를 잘 못씹는거예요..ㅠ ㅠ
오빠 왜그래? 하니까 치아가 다~ 망가졌다면서
이제 오빠도 늙었잖아.. 환갑이 넘었는데..
그때서야..아아악~ 진짜 울오빠 한갑이 지났구나..하면서
울오빠를 자세히 보니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인자 칡뿌리 캐는것도 아주 힘드네..허허허..
울오빠가.. 늙는게 너무 애달프고 인정하기 싫어요
그런 울오빠가 새언니랑 우리집에 오세요
제가 돈이 없어 보약은 못해드리고 대신 영양주사 한대씩 놔드릴려구요
이제 곧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힘내시라구요
이런건 일기장에 써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울오빠가.. 더 애처운건요
고등학교 다닐때 뇌를 다쳐 정신나이가 여섯살로 멈췄거든요
새언니도...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