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갈 집 후보 중 하나가 안주인이 돌아가신 집이랍니다.
모친이 그렇댄다, 어떠냐? 하시길래 사람 사는 집에서 누구 돌아가시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최종 후보 중 결국 그 집이 정해졌고 저도 벽지며 가구며 내 방 꾸밀 생각을 하던 중에
갑자기 어머니가 난 그 집 죽어도 못 들어간다...라는???
생각할 시간이 없던 것도 아니고, 다른 집이 없던 것도 아니고,
아버지랑도 가서 보고, 이모랑도 가서 보고, 동생네랑도 가서 보고,
모친 명의로 모친이 사는 집이기에 계약도 손수 하고 와서는
당장 그날 저녁부터 '기분이 안좋다, 그 집 들어가면 내가 죽을 것 같다, 작은 아파트 얻어 살다가 3년 후 팔거다.'
라는 구체적 계획까지 토로하시대요.
애초에 부동산에서 처음 소개할 때 이미 내력을 밝힌 집입니다. 모르고 보신 집이 아니에요.
그렇게 맘에 걸리면 왜 계약하고 왔느냐, 라고 하니 아버지랑 같이 갔다가 아버지가 부추겨서 해버렸다.
에...또...울 모친은 잘못을 약간 남의 탓 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많이 소심하고, 살짝 나약하신 분이세요.
이성적으로야 갑자기 바뀐 모친의 갈등이 참 이해가 안가죠, 아버지나 동생이나 저랑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아버지의 호통으로 결국 그 집에 들어가는 걸로 결정은 났으나
마음을 추스르려고 새벽 기도까지 가는 나이롱 신자 모친을 보기가 씁쓸합니다.
계약금 그냥 떼더라도 딴 집에 가고 싶다는 모친. 이성으로는 이해 안 갑니다.
하지만, 울엄마가 저렇게까지 싫어하는데,
남자들은 절대 이해 못해도 여자인 저는 이해하는 뭔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이사가도 나중에 작은 일 생기면 집 탓 할거 보이고요
그러면 자기 탓이다 우울증 걸리실 염려도 있습니다.
전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진짜 이사'의 경험이 없어요.
여기 안주인 분들 중에 '처음엔 껄끄러웠으나 들어가 살다보니 괜찮더라.' 이런 경험 좀 나눠주세요.
이제 그 집으로의 이사는 돌이킬 수 없으니 울 엄마 위안이나마 드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