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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곰배령부부를 보고나서요.

추억 조회수 : 4,099
작성일 : 2012-02-20 14:55:07
인간극장 곰배령부부를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그리고 추억이 떠올랐어요.
기존에 다른 부부들도 그렇고
도시에서 귀촌,귀농한 부부들 중에
꼭 한사람씩은 능력이 있더라고요.
목공기술이 있는 분들은 소소한 것 부터 크게는
본인들 집 짓는 것까지 혼자 힘으로 다 하고요.

번역을 하던가, 학교선생님 이었거나 
글쓰는 일로 돈을 벌거나 등등이요.


이런저런 기술이나 능력없이 그냥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용기내기는 더 힘든 거 같아요.


그리고 방송 내내
주변에 같이 사는 마을 주민끼리 눈도 같이 치우고
놀이도 같이 하고 음식도 같이 나눠 먹고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생일날 각자 작은 거 하나씩
마련해서 모여 축하하고 놀고...

어른이지만 어린아이 처럼 놀고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서 흐믓~해 지다가
순간 어릴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시골태생인 저.
초등,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마을 아이들과 실컷 놀고
저녁엔 집집마다 애들 부르는 소리에 집에 가서
저녁 먹고는  또 나와서 친구네 모여서 놀다가
늦은밤 새하얀 눈에 반사되는 달빛을 가로등 삼아
차가운 바람 맞으며 집으로 냉큼 달려가
따뜻한 아랫목에 푹 들어가 잠들던 날들.


마을 어르신들도 겨울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십원짜리 화투도 치시고
같이 모여 음식도 만들어 드시면서 놀다가
저녁 무렵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시곤 했는데요.


산에 나무도 많이 하러 다녔고
눈이 많이 내리던 지방이라  초등학생 어깨까지 쌓인 눈 때문에
학교에 못가던 날도 있었고
양 옆으로 쌓아올린 눈 덕분에 눈 터널을 걷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요
어느해 정말 추웠던 겨울에는
산에 산비둘기가 동사해서 떨어져 죽은 것들도 많았고요.
땡땡 얼어붙은 논에서 대나무로 만든 썰매 타고 노느라
콧물이 얼어 붙어도 추운 줄도 몰랐고

저녁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느라
볼이 발그레하게 익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고
타고난 장작불에 김이며 생선이며 가래떡이나
고구마 구워먹는 재미가 쏠쏠했고

가게가 없던 작은 마을이라
겨울에 입이 심심한 애들에겐 고구마나 밤이나
가을에 따다 넣어놓은 항아리 속의 홍시나
감말랭이 감또개 감껍질 말린게 간식이기도 했고
튀밥이 간식이기도 했지만


큰 감나무에 매달려 얼고 녹기를 반복한 감을
따먹는 것도 제법 신나는 일이기도 했어요.
그런 감이 정말 맛있었거든요.

연날리기며 자치기며  놀이도 무궁무진하고...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IP : 112.168.xxx.6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돈과 사회적 지위
    '12.2.20 3:03 PM (116.127.xxx.24)

    그 둘만 내려놓으면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해질수 있다잖아요. ㅎㅎ
    근데....그 두가지가 가장 어려운....ㅎ
    쳇바퀴인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저로선 마냥 부럽고 셈나고 그래요.

  • 2. 두사람이
    '12.2.20 3:19 PM (61.76.xxx.120)

    잘 맞더라고요.
    남편은 목공일이나 이런저런 부지런함이 있고요.
    아내도 솜씨도 있고 일단 남편에게 미루거나 게으르지 않고 야무지고 괜찮았어요.
    손님이 오시면 작은 가짓수의 반찬이라도 척척 해내고...

  • 3. 아아
    '12.2.20 3:25 PM (223.134.xxx.172)

    원글님 글이 어찌나 예쁜지, 콧잔등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겨울공기의 향기가 저를 감싸주는 듯 해요~!

  • 4. ,,,,,
    '12.2.20 4:03 PM (121.148.xxx.53)

    저도요 , 어제 방송에서 보고, 동네 사람들이요. 친정간다고 하니까, 나와서 눈치워주던거 뭉클하고
    그런 주변사람들 있는곳에가서 정말 다 내려놓고 살고 싶었어요
    어릴땐 그랬던거 같은데, 무슨 걱정이 없어 보이고,
    하루종일 고민에 싸여 사는 저와 많이 비교되고 샘나고 하더라구요.
    저는 저희 아이들이 그냥 그렇게 살았음 좋겠어요.
    다만, 아이를 낳게 되면 좀 그렇지만,
    고민없이 사는거 보고 무척 부러웠어요. 몸은 고되보이긴 하더라구요.

  • 5. 정말
    '12.2.20 4:24 PM (222.107.xxx.181)

    아이 있는 집이 없더군요.
    아이가 없어야 가능한 삶이지 않을까 싶어요.

  • 6. ...
    '12.2.20 4:54 PM (61.74.xxx.243)

    방송보고, 여자분 블로그 가봤는데, 글솜씨가 참 좋아요.. 일기처럼 쓴 글들 읽다보면, 아름다운 수필 한편씩 읽는 기분이예요.. 부부가 참 잘 어울리기도 하고, 서로 배우자를 잘 만난듯해요.. 자연도 좋고, 인심도 좋고, 사람도 좋고.. 다 부러운데, 저는 그런곳에서는 각종 벌레 때문에 못살듯...

  • 7. 생일날
    '12.2.20 6:53 PM (124.50.xxx.136)

    이라고 부인이 남편분께 미역국 끓여 달라고 하니 선선히 응해주면서
    생일이라 응석부리는 거라고 부엌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보니 저래서 부부구나 싶더군요.
    평소 부인이 음식솜씨를 비롯 손끝이 참 야무진거 같아요.
    8살 차이나는데도 서로 존중해주고 떼쓰거나 크게 바라는것도 없이 평등하게 잔잔하게 사는거 같아요.
    꾸ㅡ밈없이...부인은 언제든지 도시에 내려오면 아주 세련된 커리어우면 냄새 폴폴날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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