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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잘했다고 해주세요..

조회수 : 2,688
작성일 : 2012-02-10 17:03:57

얼마전에 글 올렸었어요. 3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제 말에 남자친구는 알겠다고 했지만 그 후 연락이 없었고..

저는 그래 헤어진 걸로 받아들이자 마음을 먹고 힘들게 지내고 있었죠.

 

근데 이상한 건 그 사이에 구정이 있었거든요.

원래 명절마다 남친이 자기 고향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바로 저희 집에 들러서

늘 인사 챙기고 같이 밥 먹고 그랬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고 헤어진 직후니까 전 방안에서 찔찔 거리고 울고 있었는데요.

 

엄마가 갑자기 무슨 전화를 받으시는 거 같더니

화색이 되어 제 방에 들어오셔선 "너 XX이랑 헤어진 거 맞아??

명절 잘 쇠시라고, 곧 인사 드리러 가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데??" 하시는거예요.

 

전 뭔가 싶긴 했지만... 정황상 그게 아닌데. 나한텐 전화 오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좋아하시는 게 마음 아파서.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저 딴에 갑자기 연락 끊기 뭐하니까

인사 챙기는 거라고. 신경쓰시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고도 사실은 내심 기대했네요. 정말 헤어지는 걸로 마음을 굳힌거라면 왜 전화는 했을까.

혹 자기도 아직 마음을 못 정해서, 나중에 돌아올 거에 대비해(?) 어른들께는 인사를 챙겨두는 걸까.

 

웬걸요.. 인사를 오기는 뭘 와요. 그길로 저에겐 역시나 계속해서 연락 없고..

잘 하지도 않던 싸이만 일촌 끊어놨더라고요. 새삼 확인사살 당한것처럼 마음 아프더군요.

저도 마음 아파서.. 제 홈페이지에 남아있던 그 사람 사진이랑 가지고 있는 커플 물건,

다 버리고 지웠어요.

 

근데 헤어지던 날 챙겨온 제 물건 중에, 미처 못 가져온 게 남친네 아직 몇몇 남아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것 좀 보내달라는 문자를 보냈었는데 알았다고 하고서 일주일 정도 그냥 지나가길래.

오늘 다시 문자 보내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답장 와서 자기가 갖다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고민 했는데....

보고싶다는 생각 많이 했으니까. 집앞에 잠깐이라도 오면 그 핑계로 얼굴 보고 다시한번 달래 보면

남친도 마음이 약해져서 혹시... 그래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라고, 그냥 부쳐달라고 했어요.

XX씨 얼굴 보면 내가 힘들어질 거 같다고...

 

사실 다시 만나려면 저나 힘이 없지 남친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잖아요.

근데 계속 연락 없고 또 싸이 끊고 하는 걸 봐서...얼굴 한번 더 봐봤자 서로 잠깐 반가운 거 말고는

남친은 그대로 돌아가고 저만 다시 마음 고생 시작일 거 같아서. 오지 말라고 했네요.

 

알았다고 오늘 내일 안에 부쳐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하루이틀 안에 물건 오면 그걸로 정말 끝이겠네요..

 

저 아직도 문득문득 시계 보고 그 사람 출근 시간이구나 퇴근 시간이구나

자려고 누웠겠구나 오늘 밥은 뭘 챙겨 먹었으려나.. 그래요.

며칠전에 꿈엔 그 사람이 나와서, 막 웃으면서 저보고 다 장난이었다고 그걸 속냐고 놀리는 거 있죠.

아 역시 그랬구나 그러고 얼마나 반가웠는데, 금방 깨어선 많이 울었어요.

 

저번에 글 올렸을때 달아주신 답글들... 하루에도 몇번씩 떠올리면서 참고 있어요.

어느날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도 절대 찾아가지 말라는 말, 전화하지 말라는 말, 할 만큼 했다는 말...

맞는 거 같아요.

전 그냥.... 남자의 마음이 떠나서, 보기 좋게 차인 것 같아요. 인정하기 싫지만..

 

다만.. 결혼하려던 남자친구와 딱 서른 되는 해에 헤어졌다는 게

저 자신이 더이상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거 같아서 초라하고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고 그러네요.

 

 

그래도 만에 하나 오늘 만났다가 또 가슴 찢어놓는 말만 들었다면

그간 힘들게 참은 몇주나마 물거품이 되었을거라고, 난 오늘 잘한 거라고 생각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기운내게 도와주세요..^^

IP : 122.37.xxx.11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2.10 5:10 PM (211.237.xxx.51)

    생각할수록 잘 헤여진 인간이네요..
    아놔.. 오지도 않을꺼면서 어디 감히 전여친엄마를 놀려요?
    가만히나 있지...

    원글님........
    그 인간 언제고 한번쯤 밤에 술먹고 전화올껍니다.
    뭐 미안하다는둥 하면서 다시 보자는 식으로 ;;
    저얼때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아예 안받으면 더 좋고 (수신거부)
    잠결에 모르고 받아도 헛소리 말아라 하고 끊어버리십시요..
    꼭이요..

    서른이라는 나이 부럽네요..
    저는 마흔이넘어섰는데요
    앞으로 몇달간 시시때때로 죽을만큼 힘들겠지만
    잘 넘기기 바래요..

    적극적으로 다른 남자 만나는거 시도해보세요.
    소개팅도 좀 받고... 동호회 같은데도 좀 가입해보시고요.

  • 2. 유지니맘
    '12.2.10 5:12 PM (203.226.xxx.24)

    기억해보면 그땐 모든게 암흑이였는데
    다시 화창한 날은 돌아와요.
    잘 하셨어요.

  • 3. ..
    '12.2.10 5:13 PM (1.227.xxx.195)

    지나고나면 별것 아닌것처럼 느껴지실때가 있을거에요...
    서른이면 아직 충분히 젊어요.^^
    일단 뭔가에 몰두해보세여....

    어른들이 시간이 약이다고 하시는데..
    그말이 딱 입니다.

    저도 예전 애인생각 자주하는데....
    요새 알리 '촌스럽게 굴지마..' 그노래 들으면서
    맘 달래요^^

  • 4. ,,
    '12.2.10 5:18 PM (121.138.xxx.122)

    잘 하셨어요
    인연이 아닌 사람 억지로 부여잡을 필요는 없더라구요
    마음 한 번 정하셨으면 흔들리지 마세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련을 두시다 보면 상처가 오래갑니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우시고 몇 번 그렇게 하다보면 탈탈 털어져요 ㅋ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아요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들 찾아서 씩씩하게 지내다보면 옛말할날 옵니다 ^^

  • 5. 똥차가고
    '12.2.10 5:20 PM (118.47.xxx.228)

    벤츠옵니다...괜히 똥차에 시간 허비 마세요..
    서른은 아직 한창입니다..지나고 나면 그때가 참 이뻤다 싶습니다..
    괜히 시간 낭비 마세요

  • 6. 서른
    '12.2.10 5:23 PM (183.100.xxx.68)

    서른 한창 이쁜 나이에, 성장통 앓고 계신 이쁜 님
    다음에 더 좋은 인연이 옵니다. 털어내세요.

  • 7. ......
    '12.2.10 5:27 PM (124.54.xxx.226)

    서른이 뭘요. 진짜 이쁜 나이임.
    제 아는 이는
    10년 사귄 남자와 서른에 헤어지고 2년 뒤에 진짜 좋은 남자 만나..자식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어요.
    그 사람 말로는
    자긴 정말 이제 결혼도 연애도 못할거 같다 싶었는데
    어느날 사랑이 오더라고^^

  • 8. 잘하셨어요
    '12.2.10 5:28 PM (112.168.xxx.63)

    얼마나 힘들지 알아요.
    사람 정이란게 그래서 지독하거든요.
    실제로 사랑이란 감정은 며칠 안됀다고 하잖아요
    나머지는 정이래요.
    정이란 놈이 그리 독하고 무서운거니 단시간에 정리하기 힘들죠.
    생각날때 생각만 하세요.
    기억나는 걸 지울 수도 없으니.
    하지만 더 꾸미시고 더 바빠지셔서 그 생각나는 시간을 단축하세요.
    일부러라도 돌아 다니시고 친구 만나시고 바쁘게 지내세요
    그러다 어느순간 피식..웃고 마는 추억이 될거에요.

  • 9. ..
    '12.2.10 5:29 PM (180.64.xxx.42)

    저는 남친과 헤어진 후 더 씩씩하게 살았어요.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내가 헤매고 있다는 걸 남친이 알면 더 비참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딱 2년 후에 기사님이 나타났어요.
    외모도 꿈에 그리던 얼굴
    성격도 완전 이상형지금은 개구장이 아들 하나 키우면서 아둥바둥 살지만
    맘은 너무 행복하고 그때 그 사람을 놓친게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되고 운명이구나 생각해요.

    님과 헤어진 것도 모자라 어머니를 두고 빈말 하는 그 사람.. 인격이 보이네요.
    절~대 다신 만나지 마세요.
    곧 좋은 날 옵니다. 진짜루요.

  • 10. 댓글
    '12.2.10 6:20 PM (59.29.xxx.44)

    저 그때도 글 달았었는데 맘이 아프네요

    근데 너무 잘 헤어졌어요

    살면서 계속 그생각 나실거에요

  • 11. 진짜
    '12.2.10 7:30 PM (122.35.xxx.107)

    잘하신것 맞네요...

  • 12. 원글
    '12.2.10 7:49 PM (122.37.xxx.113)

    고맙습니다.. 기운 낼게요. 벌써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 13. 정말 나쁜 넘일세
    '12.2.10 11:56 PM (222.238.xxx.247)

    오지도 않을거면서 왜 원글님어머님께 인사온다고 전화는했는지......생각할수록 나쁜 넘이네요.

  • 14. 우와
    '12.2.11 1:40 AM (14.47.xxx.105)

    인사 전화왔다길래 그래도 사람이 됐구나 잘돼겠네 했다가 안왔다는글 보고 어이가 없네요.
    대체 왜 그런 전화한건지. 그 소리 들으면 님이 펑펑 울며 감사 전화라도 할줄알았나.
    님 정말 잘 참으셨어요. 대견합니다. 분명 더 좋은사람이 나타날테나 쫌만 기다리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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