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제가 대학 다닐때 이혼하셨고, 그 이후로 엄마 혼자서 학원을 운영하시며 저와 제 동생을 키우셨어요.
전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 장학금 등으로 대학 공부를 마쳤고, 졸업 후 외국에 나와 살면서 취직하고 결혼까지 했구요.
친아버지와는 부모님 이혼하신 후 10년동안 연락 한번 안하고 지냈어요. 아버지의 독특한 성격, 잦은 외도, 폭력 등의 사유로 부모님이 이혼하셨지요.
처음에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버지가 밉고 싫었는데, 제가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해보니, 아버지 청춘 바쳐서 열심히 돈벌어 일군 가정이었는데 가족들한테 버림 받고 말년에 혼자 쓸쓸히 지내시는 게 생각할수록 마음이 짠하고 아프더라구요. 엄마한테는 나쁜 남편이었지만, 자식들이 원하는 건 묵묵히 다 들어주셨거든요.
대기업에 20년 이상 근속하셨기 때문에 자라면서 어려운 거 아쉬운 거 하나 몰랐어요. 아버지 없었으면 이렇게 잘 자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자식들 다 결혼 시키고 친정엄마가 재혼하셨어요.
새아버지 사람은 참 좋은 분이세요, 집안일도 거의 도맡아 하실 정도로 엄마한테 잘하시고, 엄마 자식인 저랑 제 여동생한테도 따뜻하게 대해주시구요.
새아버지한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친구도 참 착해요.
밖에서 보면 재혼 가정이란 표 안날 정도로 다같이 화목하게 지내요.
근데 새아버지는 돈을 잘 못버세요. 한달에 100만원정도 벌어오시는 듯.. 모아 놓으신 돈도 하나 없구요.
젊었을 때 이혼하시고 돈 벌면서 아들 하나 키우셨는데, 남은 돈은 다 어머님을 드렸다고 해요. 그 어머님은 돈을 다 어디로 꿀꺽 하셨는지 모르지만 과거에 드린 돈을 이제와 어쩔 수 없는 거구요.
그래서 저희 엄마랑 재혼 하실때도 자식들인 저랑 제 동생, 그리고 새아버지 아들 셋이서 돈 모아서 결혼식 해드리구요.
저희 엄마 전세로 살고 계신 집으로 들어가셨어요.
친정엄마는 학원을 운영하시면서 한창 잘 버실땐 월 3~400만원도 수입도 올리셨지만, 이젠 나이들고 기력이 딸리시는지 요즘엔 월 150만원 정도 버시는 거 같아요.
전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엄마한테 용돈을 보내드리기 시작했고, 결혼하고 부터는 월 40만원씩 드리고 있어요. 시집간 제 동생도 월 10만원 정도 드리고 친정 가까이 살아서 장 봐드리고, 외식 같이 하고 그렇게 친정을 보조하고 있구요.
새아버지 아들(남동생)은 아직 결혼 안했는데, 따로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건 없어요. 부모님도 그 친구 결혼할 때 해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그저 혼자 벌고 저축해서 부모님한테 손 안벌리고 결혼해 주는 것만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시구요.
대신 명절 때, 생신 때 얼마씩 드리는 거 같더라구요. 뭐.. 그건 저랑 제 동생도 다달이 드리는 용돈 외에 명절, 생신, 크리스마스때마다 더 해드리고 있구요..
거기다 제가 외국에 떨어져 살기 때문에 부모님이 한번씩 다녀가시는 비행기삯, 여행 경비, 그리고 제가 한국에 갈때마다 용돈 더 드리고 집안에 자질구레한 살림살이 (청소기, 전자렌지 등등) 바꿔 드리는 돈만 해도 사실 일년에 몇백은 되요.
친정 부모님 월 수입으로 치면 자식들이 드리는 용돈까지 월 300은 될 거 같은데, 엄마가 예전에 대출 받으신 거 갚고, 또 노후 대책으로 저축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지 항상 돈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 엄마가 사치하는 분은 아니지만서도, 구질구질하게 사는 건 딱 싫어하는 분이라 그게 가끔 자식들 힘들게 하는 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얼마 전 전세집을 옮길 때도, 두 분이서 그냥 평수 작은 곳으로 가셨으면 했는데, 구지 저한테 천만원을 빌려서 30평대 새 아파트로 들어가시질 않나.. 차 바꾸실 때도 그냥 경차 타시면 좋겠는데 중고차라도 꼭 중형차 이상은 타야 된다고 무리하게 사시질 않나..
사실 그 때마다 단돈 몇십만원이라도 빚이 늘거가는 거고, 새아버지 수입은 고정이라서 더 늘지도 않고, 엄마 수입은 변동이긴 하지만 계속 줄어만 가는 상황인데..
엄마가 예전에 친아버지랑 살때 생활 수준을 아직 잊지 못하고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시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엄마 혼자 사실땐 혼자서 월 300정도 버시고, 제가 용돈 드리고 해서 그나마 유지가 되었는데, 재혼하시고 부터는 수입도 반 이상 줄었고, 설상가상으로 새아버지도 경제관념이 별로 없으신 분이라 어떨 땐 버시는 것보다 쓰시는게 많을 정도에요. 한달에 한 두번 회식, 동창회 등등 나가시고, 스맛폰 쓰시고, 취미 생활로 붓글씨하고 표구하시고 하는데 그러면 돈 100만원 벌어서 남는게 뭐 있나요.
저랑 제 동생이 드리는 용돈도 어떻게 보면 두분이서 나눠 쓰시는게 되는거고,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엄마는 부업을 해볼까, 창업을 해볼까 하면서 동동거리시는데, 새아버지는 천성이 느긋하신지라 별 걱정이 없어보이세요.
성격이 워낙 퍼주는 거 좋아하고, 아무 걱정 없고, 특히나 돈에 관해서는 악착같이 뭘 해서 벌어볼까 라는 생각이 없으신 분이에요.
저희 엄마는 예전 친아버지에 비해서 새아버지는 따뜻하고 선비같은 분이라며 좋아하시지만.. 뭐 그리고 엄마 남편이니 엄마가 좋아하시면 그걸로 된거지만.. 자식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죠.
몇 달 전에 친아버지하고 연락이 닿아 만났는데 많이 늙으셨더라구요. 저랑 제 동생 결혼할때 와보시지도 않고 아무 경제적 지원도 없으셨던게 마음에 걸리셨던지 돈 백만원씩 쥐어 주시더라구요.
아버지도 퇴직하시고 혼자 임대아파트 사시는데, 벌어봐야 얼마 버시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단촐하게 사시면서 혼자 노후 대책은 세우신 거 같더라구요. 다달이 연금도 50만원씩 받고, 친척 일 도와주고 계시는데 거기서도 100만원 이상은 벌고 계신데요.
저희 아버지가 생활력은 강한 분이었거든요. 떼돈을 버신다거나,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리는 건 못하셔도, 없으면 땅을 파서라도 구하시는 면이 있어요.
저도 그 동안 용돈 한번 못 드리고 10년동안 잊고 지낸게 넘 죄송스러워서 백만원 정도 용돈쓰시라고 드렸는데, 그걸 구지 돌려주시더라구요. 아직까지는 자식들 용돈 없이 살 수 있으시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도움 청할 일은 없을 거라하시면서.. 당신이 자식들한테 어떻게 돈을 받겠냐고,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우시는데 제가 그 이후로도 몇날 며칠 생각하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새아버지 만나서 평생 못 받던 남편 사랑 받으면서 행복하다는 엄마도 아침 저녁으로 돈 걱정이 끊이시질 않으니 그것도 속상하고,
자식들한테 최대한 짐 안지울라고 뒤로 피해서 혼자 외롭게 사시는 친아버지도 불쌍하고,
그 와중에 새아버지 이가 빠지셔서 새로 해 넣어야 하는데, 치과가서 견적을 받으니 150만원이래요. 엄마 말로는 남동생한테 연락했고 그 친구가 병원비 내주겠다고 하는데, 왠지 미심쩍어요. 남동생이 자기 아버지 챙겨서 병원비 대주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일부만 대준다 하면 그 나머지는 또 엄마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결혼하셔서 합쳐진 주머니라 할지라도 그 중에 70% 이상은 엄마가 버시는 거 혹은 엄마 자식들이 부양해 드리는 건데, 그게 자꾸 새아버지쪽으로 가는게 불편하고 기분 나빠지려 해요.
그럼에도 엄마 고생하는게 안타까워서 새아버지 이 치료하시는 데 몇십만원이라도 보태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또 그렇게까지 해드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이번에야 남동생이 해준다해도, 나중에 더 늙으셔서 더 큰 병원비 들어가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들고..
참.. 절 낳고 키워주신 친아버지도 제대로 못챙겨드리는 마당에 엄마의 남편이란 이유로 새아버지 병원비까지 해드려야하나 싶은 게.. 착잡하고, 한편으로 짜증나기도 하고 그러네요..
혹 저랑 비슷한 상황인 분들 있나요?
새아버지 어디까지 챙겨드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