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건망증 이야기보니 생각난 울엄니이야기.더하기 할아버지이야기.

건망증도 유전. 조회수 : 1,987
작성일 : 2012-02-02 05:26:21
제 친정어머니가 한번씩 깜박깜박 하시는 분이에요. 이 냄비는 3중바닥, 저 냄비는 3중 바닥이라더니 아니었네 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는...
냄비 바닥이 하나씩 떨어질정도로 태우시는거죠.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적 건망증이 심하셨는데 엄마도 한번씩 그러시네요.
것도 유전인가...ㅡ.ㅡ

암튼, 
몇가지가 있는데,

1.한번은 티비를 아버지랑 보시면서 조용히 리모턴을 드시더니 번호를 꾹꾹 누르시더래요.
아빠는 조용히 엄마를 지켜보시고.
번호를 꾹꾹 누르니 티비 채널이 막 왔다갔다 하니까
"티비가 왜 저 지*이래.."
그러시면서 열심히 버튼을 꾹꾹....
그러시더니 자연스럽게 귀에 턱 .
그런데 아무 소리 안나니까 다시한번 리모컨을 쳐다보고,, 다시 귀에 붙여보고..
그걸 두어번 하시더니 그제서야 이게 전화기가 아니고 리모컨이었다는 것을 인식...
처음부터 말없이 쳐다보시던 아빠는
"또 시작이다 했다."
그러시고 엄마는 그저 말없이 큭큭 거리시며 웃으셨다는....

2. 하루는 엄마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셨는데 집에 연기가 하나 가득이랍니다. 
가스불 끄는거 걸핏하면 잘 잊어버리시는 분이라 그날도 어머나 내가 뭐 켜놓고 나갔었나 싶어 신발도 못벗고 두리번 거리시기만 하는데 마루 쇼파에 남동생이 대자로 누워 있더랍니다. 
엄마는 놀래서 "야이노무자식아 이 연기 안보이냐. 어디서 불난거냐!!" 하심서 난리를 치시는데 남동생은 눈만 껌벅껌벅하고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엄마는 당황스러운데다가 화도 나기 시작해서 
"이놈이 미쳤나 집에 불이나서 연기가 가득인데 뭐하고 있냐!!"고 소리지르시면서 코를 들고 킁킁 냄새를 맡아서 어디서 불이나는건가 찾고 있었지요 
역시 남동생은 부동자세로 눈만 껌벅껌벅.. 
엄마는 신발벗고 집안을 이리뛰었다 저리 뛰었다 난리가 나고... 
그러다 어느순간 맑아지기 시작한 시야. 
안개가 걷히듯 사악 그 연기가 걷히면서 멀쩡해진것입니다. 
엄마는 멈칫 하시더니 ... 

안경을 벗으시면서 

"아...김 서린거구나" 


그제서야 동생은 "으아 내가 미치겠다. 난 엄마가 미친 줄 알았네. 이 난리가 대체 뭐냐 !!"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엄마는 엄마대로 동생이 미친줄 알고 난리를 치셨던거고(그래서 그 와중에 한 대 맞기까지 했다는..).. 

그냥 단지 약하게 색이 들어간 안경이 김이 서렸던 것 뿐....ㅡ.ㅡ;; 


+++
3분의 댓글주신 성원에 힘입어 원조이신 외할아버지 이야기도 몇가지 올립니다.

1.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휴게소에 들른 고속버스에서 할아버지는 화장실을 간다고 내리시니 할머니가 그럼 오는길에 우유한개만 사다달라고 부탁하셨지요. 
할아버지는 알았다고 하시고 내리셨는데, 한참후에 나타나신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내 우유는요?' 하시니까 할아버지는 "자" 하고 손을 내미셨는데 
그 손에는 빨대 하나뿐... 
우유는 어디에~~~ 

2.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읍내를 나가신다고 버스를 타고 함께 가셨습니다. 
그 당시 내릴때 버스비를 내리게 되어서 할아버지가 할머니 요금까지 계산해서 내셨지요. 
그리고는 내려서 막 혼자 가시는 겁니다. 
할머니는 숨이 차니까 "거 혼자 가지좀 말고 같이 가요"했지요 
그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는 뒤를 돌아보면서 깜짝 놀라 한마디 하셨지요 
"임자 언제 장에 왔댜??" 

3. 할아버지가 큰손주랑 목욕탕에 가셨습니다. 
 일단 들어가자 마자 할아버지는 몸무게를 재고 고개를 끄덕거리구선 내려와 옷을 주섬주섬 벗어 사물함에 넣었지요. 다 벗고 목욕탕을 들어가기 전 다시 몸무게를 재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또 고개를 끄덕거리구선 내려와 사물함에서 옷을 꺼내 입기 시작하신겁니다. 
다 입으시고 나가시려고까지... 같이 간 손주(저에겐 사촌)가 "할아버지 목욕 안해요?"하니 
할아버지 왈"우리 목욕 안했냐?" 

4. 읍내를 나갔다 오시겠다는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셨습니다. 
몇시간 후 집에 오신 할아버지 터덜터덜 걸어오시는겁니다. 
식구들이 자전거는 어디다 버리고 오시냐고 하니 
"나 자전거 타고 나갔었냐?" 

5.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저희 부모님이 시골에서 서울로 모시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에 휴게소에 도착하게 되니 할아버지가
"오늘은 이 아버지가 점심 사마! 내 맛있는거 사줄게!"하시더랍니다.
왠일이시래 저양반이...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식구들이 다녀와 보니 할아버지가 사라지신겁니다.
아빠,엄마,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아 휴게소를 뒤지며 찾아다니셨고..
약 30분 흘러 휴게소에 있는 한식카페테리아? 거기에서 거하게 점심을 드시고 계시더랍니다.
아빠,엄마가 "아니 같이 점심먹자고 사주신다더니 여기서 혼자 드세요??"하니까
할아버지...."니들 점심 안먹었어?".......................
IP : 204.15.xxx.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2.2 5:34 AM (72.213.xxx.138)

    아하하하하핳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우껴 죽어요 ㅠㅠㅠ

    당하는 아버님과 아드님 지못미 ㅋㅋㅋ

  • 2. ㅋㅋㅋ
    '12.2.2 6:27 AM (119.69.xxx.194)

    아침 댓바람에 혼자 미친* 처럼 ㅋㅋ거리고
    있어요.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 시작합니다^^

  • 3. 대박 건망증
    '12.2.2 7:30 AM (59.86.xxx.217)

    우리는 우끼지만...저렇게 건망증심하면 가족들 속터질것 같아요
    건망증이 치매로 오진않겠지요?

  • 4. 원글
    '12.2.2 7:50 AM (204.15.xxx.2)

    윗님, 뭐 그닥 속터지진 않아요 ㅎㅎ 할아버지는 치매없이 암으로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구요,
    엄마는 이제 70 다되가시는데 책도 많이 읽으시고 활동도 많이 하시고 연세보다 많이 젊게 사세요.
    아직은 괜찮으세요^^

  • 5. ~~
    '12.2.2 7:56 AM (121.142.xxx.228)

    건망증과 치매는 정말 관련이 없는거군요. 다행이예요~~
    저는 제가 건망증이 심해서 이러다 치매오면 어쩌냐 걱정하는데. ^^
    에피소드들이 정말.. 유머나라 수준이네요.

  • 6. 엄마위너
    '12.2.2 9:28 AM (112.118.xxx.41)

    엄마편이 더 재밌어요. 귀여우신거 같아요. 반면 할아버지는... 독불장군 스타일...

  • 7. 원글
    '12.2.2 9:34 AM (204.15.xxx.2)

    앗 윗님, 어떻게 아셨나요? 할아버지 독불장군이신거.. 태어날때부터 부잣집에 독자로 태어나서 땅을 밟아본적이 없다고 할만큼 귀하게 크셨다네요.
    게다가 그 당시 도 의원을 하시면서 짚타고 기생집 엄청 다니시고 바람 무지 피고 암튼 돌아가시는 날까지 독불장군 무대포였어요.제가 할아버지를 무지무지 싫어했지요. 그런 것 들 때문에.;...

  • 8. 너무
    '12.2.2 11:06 AM (112.169.xxx.82)

    재미있어요
    꺼억꺼억 숨차게 웃어봤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0708 반포에 불면증치료 받을만한 데 없을까요? 저 너무 심.. 2012/02/16 475
70707 시집 한권 사고싶어요 7 추천좀 2012/02/16 497
70706 삼성증권 온라인 쓰시는 분, 펀드 해지관련 도움 부탁드려요 어려워.. 2012/02/16 501
70705 쌍용차.. 21번째 희생자 발생..세상은 조용하지요.. 4 아마미마인 2012/02/16 606
70704 후기 고(인문계)도 20% 선지원으로 뽑자는 안이 나왔는데.. 2 글쎄.. 2012/02/16 495
70703 참깨소스.. 2 사월 2012/02/16 1,319
70702 강촌스키타러가는데근처놀곳먹을곳추천부탁요 2 쉬고싶다 2012/02/16 584
70701 해품달을 보고 싶은데 무료보기가능한곳을 3 무료보기 2012/02/16 1,019
70700 지하철카드 3 서울 2012/02/16 453
70699 이렇게 일자리 찾기가 어려울줄이야... 13 줄리엣 2012/02/16 3,854
70698 아버지보다 키가 더 큰 딸이 있나요? 15 ㄴㅁㅇㄹ 2012/02/16 2,720
70697 직업과 적성 : 조언이 절실히 필요해요 ㅠ.ㅠ 6 절실녀 2012/02/16 1,775
70696 돌쟁이한테 사주면 좋을 책 추천해주세요 5 .. 2012/02/16 743
70695 엉겁결의 촌아짐 백만년만의 서울나들이 ~ 8 대구아짐 2012/02/16 1,334
70694 제가 참을성이 없는건가요..입덧때문에 눈물만 나요 ㅠㅠ 11 고통 2012/02/16 4,822
70693 우리 조카가 말하는 장난감 이거 뭘까요? 4 미도리 2012/02/16 915
70692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가 어려워진 요즘에 1 ... 2012/02/16 763
70691 셜록 아이린 편에 관해 궁금한 게 있어서요 1 영어발음 2012/02/16 1,460
70690 토종닭으로 삼계탕할때 압력솥에 끓여도 되나요? 6 급해요 2012/02/16 2,720
70689 프런코 이번 시즌 4는 눈에 띄는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아요 10 프런코 2012/02/16 1,373
70688 도망가고 싶습니다. 7 홧병 2012/02/16 2,675
70687 "병무청도 못믿겠다" 박원순 아들 놓고 우파 .. 15 세우실 2012/02/16 1,323
70686 담석증 ㅠㅠ 도와주세요.. 5 다봄맘 2012/02/16 2,008
70685 더마오일(페이스오일) 50%할인하네요 1 이뻐지자 2012/02/16 1,751
70684 여러분은 사람을 따라가세요. 일을 따라가세요? 1 흠... 2012/02/16 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