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8년을 회사생활하다 지쳐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를 주장하고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한 33살 싱글 처자입니다..
회사생활 바쁘다는 핑계로
딸 하나뿐인 엄마를 너무 힘들고 외롭게 했구나 하는 마음에
"내가 집안 살림 50%를 하겠음!"이라는 객기어린 선포를 해버렸지요..ㅠㅠ
이때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는데..
한달간 겪어보며 엄마들의 고충이 어떤지 조금 알게되었습니다~(라고 하면 돌맞을듯..ㅎㅎ)
하아.. 집안일은 그 말로만 듣던 뼈빠지게 해도 티안나는 그런 일이더라구요
일단 아침에 밥을 먹으면 네식구임에도 개수대가 반쯤 찹니다.
게다가 저희 집은 아침식사 후 꼭 요거트를 먹는데 만들어진 그릇을 다시 컵에 담고
그 컵에 과일 갈면 또 그 설겆이.. 스픈 하나씩에.. 혹시 아침에 과일을 먹으면.. 개수대는 일단 넘치죠
도시락을 싸야하는 날이 가끔 있는데 그럼 식구들 식사하는 동안 옆에서 먹는둥 마는둥 도시락싸고
밥먹고 나면 바로 요거트랑 커피준비.. 다들 먹고 나서면 설겆이 시작
몇시간 지나 점심때가 되면 엄마랑 저만 먹으니까 간단하게 밥먹고 설겆이.
또 저녁준비하면 시간가고 바닥이 더러워 청소하다보면 후딱 한시간
이주일에 한번쯤 냉장고 청소하고 김치냉장고 정리하면 두어시간
저녁 식사는 간단히 하니까 정리하고 낼 먹을 음식거리 준비
한두시간 준비해도 먹는건 길어야 30분. 짧으면 10분도 안되어 한가득 설겆이가 되어 나오면 한숨나오구요
열심히 이거저거 봐가며 했는데 "이거 누나가 한거?" 하면서 실실 쪼개는 동생눔. 주먹 날라가욧.!!
제가 손이 느린편도 아닌데 여기에 거실에 각방 청소하고 컴퓨터 조금 하다보면 하루가 갈때가 있어요..ㅠㅠ
게다가 마트가면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요..
무쌈 해먹으려고 파프리카 실한놈 하나 잡으니 4천원..
과일도 비싸고 야채도 비싸고 그렇다고 안먹을 수 없으니 사긴 하는데
어떨땐 필요한걸 사는게 아니라 싼걸 찾게될땐 좀 어이없구요..
요거트를 하루에 한번씩 꼭 먹는데 만들어 먹긴 하지만
우유도 보통 900미리 한통에 1800원에서 2000원. 일주일에 5통쯤 소비하니 거기에 불가리스까지
집근처 마트는 좀 더 비싸고 그렇다고 싼우유 사려니 기름값이 더 들고..
마트 한번 가면 대충 장봐도 10만원 거뜬. 코스트코는 20-30만원 들어도 필요한걸 다산것도 아니구요..
이불 한번 털려니 팔아프고 2층에서 옥상까지 겨우 한층인데 낑낑거리며 오르내리기 힘들고
빨래는 왜케많은지! 수건은 빨아도 빨아도 끝이 없고
양말 속옷은 좀 뒤집어놓지 말고 바로놓지 백번 말해도 안고치고
가루세제 안좋다해서 액체세제 쓰는데 그 가격도 꽤 비싸고..
널어서 개기까지.. 어후..
욕실청소 해도 끝도 없고 잠시 방심하면 곰팡이 대박..
샴푸린스 등 용품 위치 정해놓고 백번 알려줘도 들어갔다 나오면 도루묵..
변기 청소는 남의나라 일인듯 사는 동생눔 욕하면 헤벌쭉 웃고말고,.
비누에 머리카락 붙여진거 보기 싫데도 안고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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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겪은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죠? 엄마들에 비하면?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지더라구요.
회사일을 핑계로 바쁘다고 하숙집처럼 집에 아무 관심없이 살아오던 8년동안
아니 그 이전부터 훨씬 오랫동안..
엄마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속으로 하루에도 백번 뒤집어 지는 일을 겪고 힘드셨을텐데..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하지만! 망각의 동물인 저는 미안함과 감사함은 잠시 잊고..ㅎㅎ
매번 당당히!! 생색내고. 자랑하고. 또 짜증도 냅니다.
요즘은 82에서 본 각종 팁을 자랑하며 "에이.. 엄마는 살림이 몇년인데 것도몰라..ㅋㅋ"라며
얄미운 썩소를 날리곤 하죠.. 그러다 가끔 얻어맞기도..ㅎㅎ
아무튼 이세상의 엄마들은 너무 고충이 많아요!
엄마를 사랑합시다..!!!! (왠 계몽운동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