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년차입니다. 아이는 없고요.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인지 아이가 안 생겨 인공수정을 여러차레하고 유산을 거듭하다가
저는 일년 전 회사도 그만두고 아이갖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용돈 수준이고요.
남편과의 사이는 괜찮은 편인데 워낙 남편이 독특한 성격(좋게 말해서)이라 제가 어르고 달래야 하죠.
남자들이 아이같다지만, 이 사람은 정말 아이처럼 대해야만 관계가 유지되요. 잘못됬다고 지적하면 입을 다물고
요지부동입니다. 그 앞에서 살살 달래서 말해야 나중에 본인이 잘못했다고 나없으면 못산다고 아이처럼 달라붙고
따르죠. - -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친정에도 잘하고 장점도 있긴합니다.
아뭏튼 그의 외도는 너무나 어이없게 드러났습니다.
남편은 최근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이틀전, 새벽 자는 저를 깨워서 자기 꿈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길 어느 젊은 남자가 오늘은 꼭 집으로 바로가라고 말을 했는데 자기는 술집을 갔다가 어느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집에왔다. 집에 왔더니 어제 만난 젊은 사람이 왜이렇게 늦어냐고 집앞에서 말하더래요.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가 아버지가 많이 기다리셨다고 말하는 데. 정작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는 자신의 원래 아버지가 아니라 못보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며 뒤를 돌아보니 그 젊은 남자는 투구를 쓰고 창을 들고 있던 천사라 변해있었다고 합니다.
이 꿈을 꾼 남편은 하나님의 계시인것 같다며 이제는 정말 거듭난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농담으로 뭐야 자기 정말 바람핀거 아니야 했더니 정색을 하고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끝냈어야 하는 데 전 또 뭐야 하나님앞에서 맹세할 수 있어 했더니,
진지하게. 말못해, 말하면 자기 도망갈거야. 하더라고요.
전 순간 얼음이 되고 더 이상 묻지 못했어요.
전 결혼전부터 다른 건 다 참아도 바람피면 끝이다라고 누누히 말해왔었거든요.
그날 하루종일 고민하며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모른 척 할 것인가 괴로운 시간을 보냈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지않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있자니, 정말 최악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랬어요. 그러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죠. 괴롭겠지만.
근데 남편은 괴로워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나만 묻겠다고 했어요. 최근 일이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려는 생각에
언제 일이냐고 물었더니 2년 전 친구 생일에 롬싸롱갔을 때라고 하는 거예요.
어리석게도 내용까지 다 알 수 있는 발언을 한거죠. 제가 싫어하는 남편의 성형외과 의사 친구. 그 친구를 만나서 그런 곳을 몇 번 갔기에 제가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었거든요. 한 때 자주 만나더니 요새는 안 만나더라고요.
하여튼 그 이후 악몽은 시작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지만, 뻔하잖아요.
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남자들끼리 그런 곳에 가면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다고 말하며 잘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날은 기가 막혀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어요. 앞으로 어떡하냐고 했더니....제가 늘 이혼을 말했었기에 자기(저를 지칭함)가 용서해주면 본인은 좋겠지만, 아니면 이혼당하는 수밖에 없겠지라고 말하는 거에요.
기가 막혀서 저는 바로 집을 나가서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왔죠.
근데 집에 와보니 혼자 안주를 만들어 술을 마시고 있는 거에요.
정말 너무 화가나서 잘도 쳐먹는다. 양심이 있냐고 소리를 지르고 제 조카들이 선물해준 신랑신부 곰인형을 던져 버렸죠.
하지만 그날은 저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순순히 말하는 남편도 기가막혔고, 저도 멍했고요.
다음날인 오늘밤 계속 기다렸는 데 야근을 했다며 두 시쯤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전화 한 통도 없고 들어와서도 잘못했다는 말도 없냐고 따졌더니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말도 안합니다. 혼나는 아이처럼. 따져물어도 답이 없어서 제가 먼저 말했죠.
당신이 한 일이 뭔지 모르는 것 같은 데 난 지옥이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가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자기 옷을 다 찢고 싶었다가 훌쩍 여행을 떠날까 하다가 얼른 다시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가.....울면서 자기가 한 일이 뭔지 진심으로 느끼고 나한테 어떻게 진심으로 다시 사과할 지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입을 떼고 주일에 말하겟다고 합니다.
평상시에도 워낙 말 한 번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여쭤보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일단 지금 마음은 지옥이지만, 막상 닥치니 이혼은 마지막 방법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이 사람에게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지 확실히 알려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번째는 제가 다음달에 시험관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아이를 갖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바보 짓일까요? 제게 있어서 아기는 남편과는 별개입니다. 물론 남편의 피가 섞이겠지만, 저는 정말 딸 하나를 갖고 싶습니다. 이혼을 한다해도 다시 결혼할 생각은 없으며 그냥 아이키우며 서로 의지하고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이를 갖는 것 보다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이렇게 집에 있다가는 진심으로 이혼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생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믿을 수 없는 남편을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얼른 일을 시작해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고 독립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드네요. 아직까지 생각으로는 언제든지 다시 일 시작할 수 있고 제 한 입은 책임질 수 있다고 판단은 들지만서도요.
하지만 나이들면서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 당장 시작해야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하지만, 아이갖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형편이고요. 제가 이제 마흔이 되었거든요. - -
이런 일이 제게 일어날지 정말 몰랐습니다. 늘 남자는 99프로 바람핀다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이 왜이렇게 부정적이냐고 말해왔었는 데 정말 닥치니까 정신이 없네요. 슬펐다가 아무렇지도 않다가 저를 객관화시켜보면서 이렇게 해야해라고 마치 역할극을 하듯 행동했다가 미친 사람같아요.
저보다 결혼생활을 많이 하신 선배님들께 조언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