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을 시장보고, 부침개 부치고 그리고 큰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찾아뵙고 했더니
온 몸이 녹신녹신....(저, 뚜벅이라서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하는 이런 일이 힘에 부치네요.)
아침 열시에 겨우 일어나니 부침개 외에는 먹을 게 없어서 다시 사다놓은 해산물 다듬어 해물덮밥 해서 먹고
빨래 두 탕 돌리고 고구마 맛탕 만들어 먹었더니 와~ 시간 잘 가네요. 다시 저녁시간....
저녁은 나물 세가지 해서 비벼먹었는데 맛나서 과식했더니 식곤증으로 눈이 사르르 감기는데...
큰아이가 아홉시 오십 분 영화 예매해 놨다고 가자는군요.
제가 김명민 씨 팬이거든요.
애들 셋 앞세우고 영화관 갔더니 관객이 7명이네요.
영화... 좋았어요. 7명만 보기에는 아까움.
줄거리는 좀 빤하지만 어눌해 보이는 김명민씨 매력있고
어찌 보면 초라할 수 있는 일상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스포츠 영화임에도 훈련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그리고 결말도 해피엔딩....
그리고 고아라 양... 참 예쁘네요.
결말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큰아이 논평에
"이런 게 영화의 환타지 아니냐? 특권이야 이건."
막 옹호했네요.
이 영화에 이렇게 점수를 준 건
사실은
사춘기 맞아 자신을 찾는 작업을 지나치게 과도하게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엄마한테 불손해진 막내가
못 이긴 척 따라 와서는
많이 좋아하는 것이 고마와서....
엄마 따라 영화관에 온 것도 감사한데... 약간 감동도 한 것 같더군요...
약발 길게 가진 않았지만 얼마 전 완득이를 보고도 저에게 약간 부드러졌었어요.
저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는데 큰아이가 기억하고는 이 영화를 골라 예매해 놓았던 거였죠.
날씨도 저희를 도와 주었어요.
영화관을 나서니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낼 출근할 사람들 고충... 살짝 잊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애들이랑 뚝방길을 20여분 걸어 집에 왔어요.
함께 셀카도 찍었네요.
지난 해는 막내 때문에 정말 정말 힘든 한해였는데...
이젠 좀 여유가 생기네요.
그래도 구비구비 고빗길이 남아 있겠죠?
특별히 사춘기 자녀을 둔 어머님들......
힘내세요. 화이팅(저에게 하는 소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