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글을 올렸었는데요.
저희 딸(6살) 유치원 같은반 남자 아이가 배꼽과 고추를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고 장난으로 아이들에게 똥침을 하는데 엉덩이가 아닌 앞부분의 고추를 만진다고요.
만진다기보단 손가락을 세워서 그부분을 찌른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찌르다가 연약한 부분이 다칠까 걱정스러웠구요..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보내드렸습니다. 가감 없이 써서 보내드렸구요. 그 아이가 나쁘단 생각은 안하지만 장난이 좀 더 심하게 발전할까 염려스럽다고 했습니다. 정작 아이들은 당해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서 좋고 나쁘고 하는 개념조차 없는 상태라구요... 말씀 드리면서도 어른들 시각으로 일을 더 크게 만드는건 아닌가 걱정스럽지만 선생님이 더 잘아실꺼라 믿는다구요...
그 걱정이 현실이 되었네요... 그날 담임에게 연락이 왔구요. 저희딸에게 물어보니 똥침 당한적이 없다 했답니다.
근데 그 물어봤다는 과정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영 틀려먹은 방식인거예요. 저희 딸을 조용히 화장실로 데려가서 선생님이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친구가 그부분을 만졌냐고 물었다는 겁니다.
저희 딸이요. 완전 감수성 대마왕입니다. 선생님이 말하는 표정과 말투에서 단박에 분위기를 감지해 버리고는 그일이 심각하고 나쁜걸로 인식을 해버린 모양이예요.
똥침 같은건 안했다고 그러고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해버린 겁니다..
저도 물어볼때 아이가 눈치 챌까봐 막 웃으면서 물어보거나 딴짓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묻거나 했거든요.
어찌됐든 담임은 그 상대방 어머니께 말씀 드렸고 그 어머니도 잘 지도 한다고 했다 하고.. 담임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신경을 덜 쓴것 같아 죄송하고 앞으로 더 아이들을 주의 깊게 돌보겠다고 하고 일은 일단락 됐습니다만...
담임과의 전화를 끊고 나서 뭔가 찜찜한 거예요... 제 딸아이는 저에겐 일관된 진술(?)을 했는데 왜 담임한텐 엉뚱한 이야기만 한걸까???
아이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물어보시더냐고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물었습니다. 심각하게 물어보면 아이가 불안해 할까봐서요.
근데 어제만 해도 밝게 이야기 해주던 아이가 갑자기 시무룩 해져서는 딴청을 부리거나 '기억이 안나요' '모르겠어요'하고 얼버무리고 있네요..
그리고 딸아이 친구네 하고 같이 저녁을 먹는데 딸아이와 그 친구가 조잘조잘 떠들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근데 딸 친구 입에서 그 남자아이 이름이 나옵니다. 제가 그아이 아냐고 물어보니 딸친구도 안다네요. 유치원에서 같은 반은 아니지만 특강을 같이 듣는다고...
그와중에 저희딸은 또 그럽니다. 그애가 자꾸 똥침 한다고...
집에 와서 다시 물어봤어요. 선생님께 똥침을 왜 안한다고 했냐고. 엄마나 친구한테는 자연스럽게 잘 말하면서 선생님께는 왜 안했냐고...
여전히 딴청 부리고 모르겠다고만 합니다...
다음날 딸 친구 엄마한테 들었는데 딸 친구는 같은반이 아님에도 그 남자아이가 똥침을 하면서 앞부분을 찌르고 다니는걸 압니다...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혼날까봐 안한다고 했답니다..
똥침을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고. 그부분을 만졌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정작 딸아이는 아프지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고 했었구요. 아이들에겐 조금 짖꿎은 장난으로만 인식되어 있었던 겁니다. 전 다만 그장난이 더 발전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제가 담임에게 말을 할까 말까 했던건 어른의 잣대로 애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까 그게 걱정이었는데 담임이 아주 지대로 한것 같아서 속이 이만저만 상한게 아닙니다.
엄마에게 조차 입 다물고 말을 안하고... 그 남자아이 이야기를 물어보는게 싫다고 까지 이야기 합니다.
어차피 그 남자아이는 열감기로 일주일 넘게 결석중이구요. 그랬으면 차라리 아이들 앞에서 밝은 분위기로 똥침놀이를 하느냐 라고 물었더라면 아이들이 뭐라고 대답을 해주었을 꺼고 그런 분위기였다면 저희딸도 저한테 얘기했듯이 밝게 대답해 줬을텐데 말이죠.
엄마인 제가 건의를 했다는 이유로 저희 딸만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심각하게 물어봤다는게 정말 이만저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수가 없네요. 경력도 있으신 분이 어린이 성지식에 저보다도 더 둔감하다니... 게다가 아이에게 슬픈일이라고까지 말했다니...
그일로 저희 딸이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되버린겁니다...
어린이집에 뭔가를 기대하긴 어렵구요. 엄마인 저라도 아이게게 상처가 되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그 친구 이야기만 나오면 아이는 표정이 변하는 걸로 봐서 이미 늦은것 같단 생각에 마음만 졸입니다.
6살이면 후에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을수 있는 나이이고... 저역시 어릴때 비슷한 일을 겪어보았기에 아이에게 상처를 준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의 태도를 봐선 훗날 더 심한일을 당하더라도 엄마에겐 말을 꺼내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와요.
담임과는 일단락 된 이야긴인데 제가 그런걸로 또 따지면 안되겠죠? 엄마인제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