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이제 만 35개월,다음달이면 벌써 꽉 채운 세돌짜리 네살아이가 됩니다.
원래도 유순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지난 봄에 동생을 보고 심경의 변화가 널을 뛰는지
어느 날은 좋았다가 어느 날은 말 그대로 지옥같은 순간을 지났다가 ..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 타입이라서 오히려 자기가 먼저 까칠하게 대하고 성질을 피우는.. 그런 성격이에요.
최근들어 고집이 아주 늘었어요. 그 강도도 세졌구요.
덩달아 제 목소리도 훈육을 핑계삼은 잔소리와 맴매도 늘었지요.
그러다 급기야는 제 몸이 너무 힘들 정도로 아이와 기싸움을 하는 저를 깨닫게 되었어요.
기운이 쭉 빠지더군요.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단지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정작 그 아이와 소통이 어렵다는걸 깨달은 것이지요.
아이는 그저 제 사랑을 필요로 하고 안기고 싶을 뿐이겠지만 이제 갓 10개월 되어가는 작은애를 함께 돌보면서
오직 큰 애만을 위해 사랑을 베풀기는 어려운 일이니.. 그게 문제지요.
아휴.. 하소연이었구요.. 궁금한 점은.. 아이가 고집을 피울 때
엄마가 같이 흥분해서 혼을 내는건 확실히 안좋은 방법인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 순간 그냥 무시하고 제 화를 참고 버티는건 어떤가 싶어서요.
예컨데.. 아이가 언젠가 좀 그러다가 잠잠해졌다가 요즘 다시 또 고집을 피우는게..
엘리베이터 버튼 먼저 누르는 것과, 밥솥에서 밥을 뜨는 것이에요.
말만 들으면 웃기죠. 밥 먼저 뜨려고 떼쓰는 애기라니..
그런데 거기 너무 집중해서 울고 불고 떼쓰고 드러눕는걸 보면 저는 웃겨지지가 않아요.
오늘 낮에는 제가 밥을 뜨기 전에 니가 먼저 뜰래? 물으니 저더러 뜨랍니다.
그래서 제가 밥을 뜨고 상을 차려, 먹자- 하니까 그 때부터 자기가 뜰건데 왜 그랬냐고 뒤집어져요.
차분히 말했죠. 아까 묻지 않았니, 엄마한테 뜨라고 니가 그랬지, 그런데 이제 그러면 안되지. 그냥 먹자...
애는 뒤집어지고 소리지르고 울고 .. 네 .. 그래 니가 다시 떠보렴, 하면 될 일이었겠지만
제가 늘 그렇게 애가 하고 싶은대로 비위를 맞춰주니 얘가 점점 더 그러나 싶어서..
이제 곧 어린이집도 가고 제가 없는 공간에서도 지내야 할텐데 버릇없이 저러면 어쩌나 싶어서.
안된다, 이건 이미 니가 선택한거다, 이따 저녁엔 니가 떠라 - 그랬지요.
애는 그저 빽빽 울고불고 .. 저는 소리를 지를 뻔 했어요.
그런데 애한테 소리지르는게 무슨 득이냐 싶어 그냥 자리를 피했어요.
안방에 들어가서 부엌을 보니.. 애가 계속 울다가 멈추고는 제가 뜬 밥그릇을
밥솥에 다시 엎어 자기가 원하던대로 다시 밥을 뜨더군요.
그리고는 밥을 먹었어요.
그게 다에요.
별거 아닌거 같지만
저는 참 심난하더라구요.
애가 다시 식탁에 앉은 후에 방에서 나와 아이에게 말했어요.
뭐든 니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단다.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 있었지.
다음엔 그러지 마라.. 했어요.
애는 애라서 그냥 잊고 밥 먹고 놀고 .. 그렇게 있지요.
저는 이렇게 심난하구요. 더 자세히 설명하면 말만 길어질테고
이런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든 자기 뜻대로 관철되어야 울음을 멈추는 그런 경우요.
이런 식으로 그냥 무시하고.
그 순간을 넘겼다가 아이가 잠잠해지면 그때 제가 타일러도 잘 알아들을까요?
아니면 아이는 그저, 결국엔 자기 뜻대로 됐다는 그것만 기억하고 다시 또 떼를 쓰고 그럴까요.
아이 키우기. .참 어려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