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닥 열렬한 천주교 신자는 아닙니다.
그냥 어릴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자연스레 성당을 다녔고, 성당이 익숙하긴 합니다만
철이들면서부터는 신은 과연있는것일까에 고민이 많았고 스무살 무렵부터 (정확하게는 수능미사 끝나고부터 ) 냉담을 시작해서 그게 서른까지 갔었네요.
서른즈음.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에게 실연을 당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더랬어요.
너무 극복하기 힘들만큼 우울하고. 또 우울해서.. 이래선 안되겠다. 나좀 살아야 겠단 생각에
성당을 다시 찾았지요.
한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 성당이 쉬는 월요일 빼고요 ) 매일 미사에 참석했던것 같아요.
미사가 없는 날은 빈 성당에 가서 울면서 기도도 하고요.
제 기도 내용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였고요.
그렇게 몇달이 흘러 기분이 조금 나아지자 . 이번엔 좋은 남자좀 내려달라고, 왜 내인생엔 항상 나쁜남자만
꼬이는거냐고 원망조로 기도를 이어갔었죠.
그도 그럴것이 제 이십대에는 항상 나쁜남자 뿐이었거든요.
제가 차이거나, 찰수밖에 없는상황들.
바람이 피거나 이유없이 저에게 식어버리거나 .. 나는 온전한 연애를 할수 없을것만 같아 . 서른이 되었던 그해
무척이나 마음이 급했었습니다.
급한대로 묵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요. ( 네. 좋은맘으로 기도한건 아니어서 늘 죄송스럽네요 하느님께. ㅠㅠ )
그당시 그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매일 밤, 묵주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일기장에 지향할 것들을 꼼꼼히 적었고 간절한 편지도 썼어요
그렇게 기도를 시작하고.. 청원기도와 감사기도를 거쳐 54일 기도를 마쳤었습니다.
결론은.. ?
그당시엔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기도를 마치긴 했지만 54일이 되었을 무렵엔 그만큼의
간절함도 없어져서 흐지부지 이뤄지지 않았나보다 생각하고 넘어갔지요.
그렇게 다시 성당에 발길을 끊었고, 가끔 힘든일이 있을때만 기도를 올리곤 했어요.
그런데... 어제 우연히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심심하던차에 읽었죠. 날짜까지 기록하면서 적었던 묵주기도의 흔적들.
갑자기 소름이 끼쳤네요. 왜냐고요.
기도가 끝나고 며칠후... 저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고요. ( 정확하게 며칠후네요 )
그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거든요. ^^
물론 처음부터 남편을 좋아한것도 전혀 아니고 오히려 어우 내스타일 아니다 생각했던 남자였지요
남편의 열렬한 구애와 착한 마음씨에 반해 두달 후 반신반의하는 맘으로 사귀게 되었고요.
이후로 4년간 세상에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건가 - 싶을만큼 따뜻한 사랑을 받고
결혼해서 지금은 애둘낳고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남편은 연애할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잘해준답니다.
주변에서 모두들 그런남자 없다고 부러워할정도로요.
그때는 몰랐던 진실.
묵주기도는 이뤄졌던것이더라고요.
좋은남자를 바로 며칠후 보내주셨으니까요. 물론 안목이 없는 제가 알아보는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요.
저요, 이제 기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묵주기도도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이번엔 제 아이들을 위해서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묵주기도의 힘은 정말 위대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