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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스런 스무살 아들 2 (많이 길어요)

나는 엄마다 조회수 : 1,659
작성일 : 2012-01-07 16:33:36

 

지난번에 이어 스무살이 된 아들 이야기입니다.

 

어제 친구들과 술을 먹고 새벽1시가 되어 들어온 아들놈이 (12시가 귀가시간인데 어젠 특별상황이라 1시까지였어요)

다짜고짜 엄마를 한번 안아보자고 껴안습니다.

징그럽게 왜 이러냐며 지청구하는 제게 눈에 눈물을 가득담고

마치 어렸을적처럼 자꾸 제품을 파고 듭니다.

술냄새에 기름기절은 음식냄새가 섞여 고개를 흔드는 제게

엄마가 있어 너무 좋다며, '내가 엄마 사랑하는거 알지?'라고 반말을 하며 무작정 고개를 파묻습니다.

 

엄마가 없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술한잔 마시고 들어오는 길이었답니다.

그아이는 저도 기억이 납니다.

고1때 울 아들이랑 친하게 지냈던, 공부도 곧잘 하던 아이였어요.

고2 어느날 그아이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며

상을 치르는동안 그아이곁에서 밤새 빈소를 지켜주고 싶다길래

그마음이 너무 대견해 그러라고 했었지요.

저도 장례식장에 들러 그아이를 안아주었었구요.

그아이 엄마는 스스로 생명줄을 놓아버린거였기에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죽하면,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리 귀한 아이 둘을 두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어찌 그리 모질게 갔을까. 저리 귀한 아이둘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일면식도 없는 그엄마가 미웠다가, 이해도 됐다가... 했었습니다.

 

제가 엄마가 없이 컸기에

엄마없는 그 슬픔을 뼈저리게 알기에

그아이들이 이불속에서 소리죽여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지 너무도 잘 알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이지요.

 

아버지는 지방에서 일하시고

동생과 둘이 원룸에서 살고 있다고,

수능 본날부터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어떻게 견디었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자기도 죽을거라고,,,

 

노래방에서 그 아이가 지오디의 어머님께를 부르며 우는데

눈물이 나서 같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그 감정을 고스란히 집까지 가져와 제 품을 파고 든 거였어요.

자기가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도 옆에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엄마 말도 잘 들을거고, 엄마한테 잘할거라고

밤새 열번은 들락거리며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울먹였어요.

아들에겐 의연한척 등을 두드려 주었지만

저도 눈물이 나서 밤새 뒤척였습니다.

 

물론 그감정이 오래가진 않겠지만

전 어제 이생각저생각으로 잠못이루며

제아들을 제게 주신 신께 감사 기도를 했습니다.

저렇게 착하고,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제아들로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람마음이 얼마나 간사하지...

아들이 속을 썩일땐

왜 하필 저런 아이를 자식으로 내게 주셨냐고,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만 주신다더니 난 더이상 힘들어서 쟤를 못키우겠다고

얼마나 투덜거렸었는데...

 

아이를 공부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려고 했을때

제눈에 비친 아이는 미운오리였어요.

그 잣대를 내려놓고 보니

제 아이가 미운오리가 아니라 너무도 이쁜 백조네요.

 

공부를 엄마의 기대만큼 못해서, 엄마의 욕심을 채워주지 못해서

늘 불평하느라

아이가 얼마나 더 귀한것들을 많이 갖고 있는가는 살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른 눈으로 보는 아이는 참으로 매력 있습니다.

그렇게 반항하던 녀석이 맞나 싶을만큼 달라져 있습니다.

고약한 제가 진짜 달라졌나 확인하느라 불러봅니다.

예전같으면 대답이 없거나 왜?하는 소리만 있을뿐이었는데

지금은 열번을 부르면 열번을 달려 옵니다.

 

또 확인을 합니다.

'엄마 추워서 나가기 싫으니 얼릉 와서 재활용 해라' 문자를 보냅니다.

조금후 득달같이 나타납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씩씩하게 재활용을 합니다.

 

얼마전 남편과 좀 다투었어요.

동생이 형에게 전화해 엄마,아빠가 다투니 불안하다고 했나봐요.

마치 경찰처럼 금새 출동합니다.

사건경위 조사하듯 엄마,아빠 얘기를 다 듣습니다.

누구편도 들기 곤란했던지

지동생을 불안하게 만들거냐며 씩씩댑니다.

 

공부를 기준으로 했을땐

이런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랐습니다.

목이 아프다는 엄마에게 유자차를 타다주고

청소기를 돌려주고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어주는 그런 행동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도 몰랐어요.

사춘기를 겪는 동생얘기를 들어주고, 다독여주고

공부도 가르쳐주고,,(동생이 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두녀석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려올만큼 행복합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12시를 넘겨 집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제말도 꼬박꼬박 지킵니다.

전 남자아이라고 외박을 쉽게 하거나, 자주 늦게 들어오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버릇이 되면 나중에 결혼생활에 나쁜 불씨라도 될까봐서요.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성은 있지만요.

 

12시가 되기전 서둘러 집으로 들어오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울 아들 별명이

'신데렐라'랍니다.

가끔은 지금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통금이 12시냐며 볼멘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금세

지가 반항하느라 훨씬 힘든상황에서도,

학교에 불려다니며 각서 쓴 엄마의 고마움과 미안함을 생각하면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라며 해맑게 웃습니다.

 

오늘은 아이의 생일입니다.

미역국을 끓이고,오징어를 데치고, 생선을 굽고

못하는 음식이지만 정말 즐겁게 생일상을 차려주었어요.

맛있게 밥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 아들은 이제 또

신데렐라가 되어 돌아오겠지요.

기다려집니다.

오늘은 신데렐라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아들

사.랑.한.다.

이세상을 네 엄마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IP : 122.34.xxx.1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7 4:53 PM (115.41.xxx.10)

    ㅠㅠㅠ
    무한감동에 부러움까지.....

  • 2. ㅁㅁ
    '12.1.7 5:12 PM (114.205.xxx.254)

    최고의 아들을 두셨군요.
    돈독한 형제애까지...
    두 아들들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부러울게 없을것 같아요..

  • 3. ..
    '12.1.7 8:13 PM (175.112.xxx.155)

    멋진 아들을 두셨네요.^^

  • 4. 아ㅡ
    '12.1.7 9:09 PM (122.34.xxx.199)

    울컥 눈물나네요.
    아드님 멋지네요. 행복하세요.

  • 5. @@
    '12.1.8 6:13 AM (121.55.xxx.223)

    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네요.
    엄마로서의 행복을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 6. 중1맘
    '12.3.28 7:16 PM (118.39.xxx.238)

    너무 멋진 아드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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