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어서 친정에서 살고 있어요.
저랑 올해 5살 큰 아이, 그리고 이제 백일 된 둘째..
신랑은 장기 해외 출장 중이구요.
저번 주말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자기 부모님집 왔다고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
나올 수 있냐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 때문에 나가는 건 조금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우리 둘째도 볼 겸 그럼 자기가 오겠대요.
엄마한테 여쭤보고 그럼 그래라 했어요.
10분 후 그 친구가 왔는데..
빈 손으로 온 거예요.
꼭 뭐가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 혼자 있는 집도 아니고
부모님도 같이 계시는 집이란 걸 뻔히 알면서 더구나 친구가 출산한 후로 처음 보는 건데
그렇게 빈손으로 올 수 있다는 것에 저로썬 놀라웠어요.
거기다 제 얼굴 보고.. 아기도 보고.. 다과 하고 1시간 안엔 갈 줄 알았더니
저녁에 다른 친구들 만날 때 까지 있겠다는 거예요..
그 친구가 오후 3시에 왔는데 7시까지 있겠다고 하더라구요.
하다못해 귤 한봉지라도 사 왔으면.. 혹은 저 혼자 사는 집이었으면 덜했겠지만
엄마도 계시고 곧 아빠도 오실텐데 너무 당당하게 7시에 가겠다고 말하니 정말 울컥 하더라구요..
엄마 눈치도 보이고.. (별다른 눈치는 안 주셨지만.. 평소에 저한테 그런 예의 중요시하며 가르치신 분이라...)
그러다 엄마가 저녁 장 봐오라 하신 게 생각나서 장볼 목록 받아들고 첫째랑 친구랑 태우고 대형 마트에 갔어요.
마트까지 가서도 저희 집에 뭐 하나 살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 가방을 50만원 주고 샀니.... 마트에 파는 옷이 이쁘다며 다 입어보고...
보다 못해 제가 한마디 했어요.
화내면서 한 건 아니고... 좋게 좋게 웃으면서...
넌 귤 한봉다리라도 사 오지 그랫냐..
나 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부모님이랑 사는 집이라 눈치 보이는 게 좀 있다..
했더니 응.. 그럴 수도 있겠다.. 하더라구요.
그걸로 끝...
식품매장에 귤 싸게 팔길래 작은 거 한 박스 사고 차 타면서
이 귤은 니가 샀다고 말씀 드릴께. 연기 좀 해 줘라~ 했더니
응 그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기분 나빠할 줄 알고 걱정 했는데 너무 해맑게...........
뭐.. 집에 가서
엄마께 시킨대로 연기는 잘 하더군요....... 비싼 거 아니예용~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