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버스 한대 정도의 인원만 받아 사저에서 떡국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운영자의 실수로 140명 정도로 확대되었다고 하네요. 사저에서 직접 떡국을 먹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지 못해 아쉽지만 어쨋든 늦게 신청한 저로서는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도착한 봉하마을은 생각보다 너무 작고 소박했지만 그분의 기상이 어려있는 듯 청량하고 담박하며 강건한 느낌이더군요.
모두 모여 차례로 사저로 들어서는데 모두들 여기가 아방궁이구나 하며 농담들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모두 어떤 마음들이실지 느껴지더군요.
이 정도의 저택을 아방궁이니 뭐니 찧고 까불던 그 죄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뻔뻔함과 저열함을 입증했다고 봅니다.
들어가길 기다리는 잠깐 동안 사저 현관 앞에 누군가 휙 지나가는 은발의 신사가 보여서 혹시나 했더니 문재인님이더군요. 남자도 '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
입구에서 환대하시는 여사님과 문재인님과 차례차례 악수하는데, 여사님이 어찌나 애잔하던지 마음이 찡해서 혼났습니다. 얼굴이 너무 깨끗하시고 맑으세요. 자그마하시고 단아하시고...
그리고 바로 손을 잡은 문재인님이 제 눈을 똑바로 보시며 미소를 지으시는데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왠지 가슴이 둑흔-- 그리곤 단체사진을 찍을때 문재인님 바로 뒤에 바짝 붙어서 끝까지 자리 고수하는 자신을 발견. (나 이젠 정치돌에 빠진 거야, 그런거야? ㅠㅠ)
오늘 출마선언을 하신 김경수 비서관은 또 얼마나 핸섬하시고 목소리도 좋으신지... 아무래도 노통께선 은근히 심미안이 높으셨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마을 전체가 한 가득이었습니다. 친노인사들이 많이 오셔서 미래의 스타들을 한번에 보는듯 설레더군요. 일반인들과 사진도 찍으시고 덕담도 나누시고...
제 마음이 그래선지 오늘 봉하마을에 계신 모든 분들이 선하고 공경하는 분위기, 아리지만 한편으로 희망적인 기운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5-60대 아주머니들끼리 서로들 민주당 선거인단 권유를 하시더군요. 가족참배객 뿐 아니라 어린 연인들도 손잡고 다니며 마을 구석구석을 찬찬히 둘러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던 어느 분의 말이 이해가더군요.
다만 대통령님의 젊었을때부터의 사진을 보는 것은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지막 장례식 사진 앞에서 다 큰 남자들이 묵묵히 눈물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니 더더욱 코끝이 찡했습니다. 2004년 대통령님의 신년인사 동영상을 보는데 정말 저것이 지금이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 미어지더이다.
혹시 채널 잘못 돌려 원하지 않는 얼굴과 맞닥뜨릴때의 뭐한 요즘의 기분에 비하면... 그 기운차며 또렷한 목소리, 겸허하면서도 당당한 그분의 모습이 그야말로 뼈에 사무치더군요. (네, 저는 노통도 미남이라 생각합니다. 문재인님은 꽃미남과, 노통은 쾌남과)
대통령님묘 둘레 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얼마나 깨끗하고 정갈한지 그분을 기리는 손길들이 느껴져더군요. 바보라고 불리웠던 그 분을 사랑하는 힘이 사실 얼마나 꿋꿋히 강물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지.... 이러니 그들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바도 아닙니다.
끝으로 노란가게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 진작부터 생각했던 창신섬유의 담요들을 사고 (사이즈도 좋고 품질좋다고 소문났죠~) 동료들 줄 봉하빵도 사서 돌아왔습니다.
한 마디를 해도 모두 웃고 배려하는 분위기고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인지 생각한대로 좋은 기를 많이 받고 온 것 같습니다. 올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마지않는 좋은 일이 있고 나면, 그래서 겨울이 가고 진정한 봄이 오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