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옆집에서 알고지내던 언니가 있었어요.
그분은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저보다 10살이 위였지만, 매사에
의욕적이었고 반듯했습니다.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어 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끔 만나 수다를 떨곤했지요.
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뒤에 저는 취업을 했고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지만
그래도 저를 친동생처럼 위로해주곤 했었어요.
3년전쯤 그 언니가 췌장암에 걸린걸 알았고 매우 초기여서 다행이다하면서 치료를
잘 받아라했지요.
근데 1년전에 복막에 전이된걸 알게되었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워낙 씩씩하고 긍정적이라
잘 이겨내리라했지요.
하지만, 버티지못하고 지난 12월1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그 전전날 언니를 만나고 아이들 결혼식때
부를테니 그때까지 꼭 살아 하면서 부탁을 했고 언니는 그러마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도 언니를 안았을때의 그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언니의 아들이 이제 27살입니다. 그 아이에게 담주에 아줌마가 연락할께...하면서 연말이라
이일 저일 때문에 연락을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어제 밤 10시 넘은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네요.
기운없는 목소리로 그냥 전화했다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던지...연락할게 하는 저의 대책없는
약속을 아이가 얼마나 기다렸길래 이 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하는 미안함.
정말 어쩔줄 몰랐어요. 저의 무심함에 새삼 저라는 실체가 보이면서 부끄러워지더군요.
새해 연초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무슨말로 그 아이를 위로해주어야할지....
엄마없이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아이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
고민되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먼저 간 언니. 미안해. 내가 이것밖에 안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