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기한 멈춰 마법

노르웨이식 조회수 : 1,985
작성일 : 2012-01-01 02:25:33

2010년 3월 초 충북 청주시 동주초등학교 5학년 교실. “우리 다 같이 약속하자. 친구들을 서로 괴롭히지 않기로.”

 담임 김미자(41) 교사가 새 학년 첫날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른 명의 아이는 무슨 말인 줄 몰라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심한 욕을 하거나, 몸을 밀치고 때리거나 따돌리는 것을 보면 누구든 ‘멈춰’ 하고 외치는 거야, 알았지?” ‘멈춰’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학교폭력을 막게 하자는 김 교사의 열정이 계기가 됐다. 그도 여느 교사와 마찬가지로 ‘멈춰’ 교육을 알기 전까지는 학교폭력은 골칫거리였다. 아이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방학을 항상 기다렸다. “솔직히 얘기하면 아이들에게 ‘빨리 서로 사과해’라는 말밖에 할 줄 몰랐어요.”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학교폭력 앞에선 늘 벽에 부닥쳤다. 김 교사는 충북 지역의 뜻 맞는 교사 10여 명과 2010년 1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교사들과 외국 사례를 공부하다 노르웨이에서 시행 중인 멈춰 교육을 알게 됐다.

 김 교사 반 아이들에게 ‘멈춰’는 생경했다. 덩치 큰 아이들의 거친 행동을 봐도 모른 척하거나 입 안에서만 ‘개미 소리’가 빙빙 돌았다. 김 교사는 3월 한 달 내내 큰소리로 멈춰를 외치도록 가르쳤다.

지난해 동주초등교 학생들이 그린 ‘학급 위계질서(카스트)’. 1 피라미드 맨 위에 있는 김○○군이 반에서 가장 힘이 세고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는 학생. 맨 아래 조○○군은 친구를 괴롭히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킨다. 2 학생들의 힘 관계도. 왼쪽 위 왕관 그림의 김○○군이 가장 힘이 세다. 화살표는 김군이 대부분의 학생에게 장난을 치거나 괴롭힐 수 있다는 의미. 김군을 상대로 장난칠 수 있는 학생은 세 명뿐이다.
 4월이 되자 아이들 목소리가 커졌다. 5월 들어선 하루에도 네댓 번씩 “멈춰” 하는 아이들의 외침이 교실에 울려 퍼졌다. 외침이 나오면 아이들은 곧바로 학급총회를 열었다. 가해·피해 어린이들은 전체 급우 앞에서 상황을 재연했다. 그러고선 역할을 바꿔 한 번 더 재연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역지사지 (易地思之)’를 배웠다.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IP : 114.207.xxx.16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소식이네요
    '12.1.1 2:46 AM (1.225.xxx.126)

    이런 좋은 아이디어는 많이 많이 알려졌음 좋겠어요.

    이 멈춰마법을 우리 집에서도 사용해볼까해요. 좀 응용해서...
    애들끼리 너무 많이 싸워서....ㅠㅠ

  • 2. 작은그릇
    '12.1.1 3:09 AM (114.205.xxx.41) - 삭제된댓글

    원글님, 새해가 시작하는 오늘 너무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에 감동이 넘치네요.
    원글님이 옮겨오신 기사의 링크입니다. 학생들이 그린 학급의 위계질서(카스트) 그림이 있네요.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698/7025698.html?ctg=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179 일본대사관 앞 '왜 그 소녀의 가로등만 껐을까?' 1 참맛 2012/01/07 2,129
57178 "호남과 영남" 어쩌고 하는 글 패스하셈 ... 2 패스하셈 2012/01/07 1,478
57177 음식이 나오는 영화, 드라마, 책 추천해주세요 15 분홍하마 2012/01/07 3,520
57176 LA 나 오렌지카운티 계시는분들 날씨 여쭙니다~ 2 날씨 2012/01/07 2,450
57175 명절 선물을 뭘로 해야할지... 노총각 2012/01/07 1,595
57174 도토리묵 중국산 먹어도 될까요? 2 흐앙 2012/01/07 3,488
57173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 알약 과 V3 Lite 중 어느 것이 .. 6 ... 2012/01/07 2,627
57172 나이들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거 방법이 없나요? 1 에휴 2012/01/07 2,863
57171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70만 명 돌파 27 참맛 2012/01/07 3,208
57170 고양이 학대 8 냐옹이 2012/01/07 2,144
57169 감기 떨어진지 한 달도 안돼서 다시 감기 걸려보셨나요? 3 ... 2012/01/07 2,009
57168 발가락 끝이 벌겋고 가려운데, 혹시아시는분 있나요? 5 sk 2012/01/07 2,798
57167 [끌어올리기]분당, 수원, 용인 연합 FTA반대 단체집회가 열립.. 1 행복한생각중.. 2012/01/07 1,840
57166 조국 교수님이 이인영 후보를 지지하십니다. 26 민주 통합후.. 2012/01/07 3,900
57165 죄송합니다. 글쓰기 오류가 있었습니다. 8 개발자 2012/01/07 2,272
57164 경향신문, 무슨일 있나요? 9 오늘자 2012/01/07 3,551
57163 어릴때 읽은 동화책 오딘?을 찾아요 5 ㅠㅠ 2012/01/07 1,664
57162 악몽같던 일주일-컴텨 하드 수리하고 아이 사진.... 1 감사합니다 2012/01/07 2,195
57161 민주통합당 국민참여 선거인단 신청마감 한시간도 안남았어요. 3 나거티브 2012/01/07 1,798
57160 남극의 눈물 bbc살아있는 지구랑 넘 비슷하네요.. 3 dd 2012/01/07 3,009
57159 글내용 잘 보이시나요? 2 오류? 2012/01/07 1,731
57158 관리자님께(중요한 게시물이 본문 삭제 됐어요) 4 카루소 2012/01/07 1,967
57157 함 써봐요..글이 안 보이는지 8 저도 2012/01/07 1,828
57156 임신했을때 건강검진 하는게 나을까요? 초보 2012/01/07 1,553
57155 요즘 코스트코에 메이플 시럽 파나요? 5 코스트코 2012/01/07 2,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