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나꼼수>에 대한 오판
안 된 일이지만 이번 정봉주 수감은 정권 최악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정봉주의 수감은 그동안 공론화 되지 못한 BBK의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나꼼수>와 정봉주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즈에 이어 워싱턴포스트도 정봉주 수감과 관련하여 한국의 퇴보하는 언론자유에 관하여 논하지 않았던가.
정권은 이번 정봉주 수감으로 인해 <나꼼수> 열풍이 잦아들길 바라겠지만, 아마도 이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더 <나꼼수>를 열심히 들을 것이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정봉주가 수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진실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꼼수>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었다. 비록 언론들은 뒤늦게 <나꼼수> 열풍을 보도했지만, 적지 않은 청취자들은 계속되는 <나꼼수>식 폭로와 '깔대기'로 인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꼼수>가 옳은 것도 알고, <나꼼수>가 이렇게밖에 운영될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인정하지만, 계속되는 폭로와 그로 인한 논쟁으로 피곤해진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아군과 적군도 구별하지 않은 채 꼭 칼라TV와 진중권을 까야 했는지, 마치 <나꼼수>의 모든 것이 옳다는 식의 독선이 옳은지 자문하는 사람들. 이들은 정봉주 의원의 경박한 행동을 거북해 했으며, <나꼼수>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꼼수> 멤버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나꼼수>의 유통기한을 MB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 물론 가카의 임기가 끝나면 방송을 헌정할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그들이 <나꼼수>란 형식의 미디어가 가지는 한계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지금의 <나꼼수> 형식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신 지속되기 어려우며, 따라서 언론이 정상화 되면 그것으로 <나꼼수>의 역할은 다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요컨대 <나꼼수>의 가장 큰 적은 <나꼼수> 자신이다. 그것은 마이너에서 만들어진 <나꼼수>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이다. 작은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려고 하니 더욱 격하고, 더욱 섹시하게 방송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봉주 전 의원이 너무 경박하다고? 만약 그가 근엄하다면 누가 <나꼼수>를 듣겠는가.
<나꼼수> 시즌2를 기다린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나꼼수>. 그런데 너무 큰 변수가 생겼다. 그런 <나꼼수>에게 가카가 정봉주 수감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신 것이다.
정봉주가 수감된 이상 <나꼼수>는 이제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되었다. 가카야 <나꼼수>의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를 것이다. 정봉주는 이 정권의 대표적인 양심수가 되었으며, 오히려 反MB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의 말을 인용한다면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했던' 전 국회의원이 명실공히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정봉주의 수감으로 인한 대중의 분노는 <나꼼수> 자체가 지녔던 한계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두면 지리멸렬 할 수 있었던 <나꼼수>가 정봉주의 수감으로 인해 거대한 파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꼼수>에 대한 지지가 단순한 오타구적 지지를 넘어 표현 자유에 대한 지지, 합리적인 법치에 대한 지지, 썩어빠진 기득권들에 대한 저항 등의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된 <나꼼수> 시즌2. 정봉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진행이야 여전할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중의 자세는 다를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감옥이 아니라 잊혀지는 것임을 끊임없이 상기해 가며 정봉주를 기억해낼 것이며 또한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대중의 분노는 4월 총선까지 <나꼼수>의 동력이 될 것이며, 4월 총선의 결과와, 뒤이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거대한 비리 의혹들과 함께 또 다른 동력이 되어 12월 대선까지 <나꼼수>의 존속을 도울 것이다. 그들이 소멸하기 바랬던 <나꼼수>가 오히려 횃불이 되어 타오르게 된 것이다. SNS는 불씨가 되어 그 횃불을 더욱 크게 번지게 하겠지.
비극은 이런 사실을 가카가 모르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카, <나꼼수> 시즌2가 나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기를.
참, 마지막으로 다들 쫄지말자. 씨바.
11.12.27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