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아이들 키우는 10년차 부부에요.
요즘 우울증 걸리기 일보직전이랍니다.
전 남편이랑 뭘 해도 재미가 없어요.
여행을 가도, 외식을 해도, 공원에 가도...
얼른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을 정도에요.
남편은 말이 별로 없어요. 제가 이야기해야하는데, 반응도 미적지근..
대화가 되려면 핑퐁핑퐁 반응이 오가야 하는데..
그게 안돼요. 뭘 사야하거나, 뭔가를 결정해야하거나 하는 문제 이외에는
대화가 길게 오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에게 문제가 있는건 아니에요. 전 친구도 많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사람을 잘 사귀는 편이에요.)
남편은 누굴 만나도 그러니 따로 연락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보통 애들이 어리면 주말만 기다리잖아요. 혼자 애들 건사하기 힘드니..
그런데 전 월요일을 기다려요.
남편과 있는 주말이 숨막힐 듯 힘들어요.
그렇다고 남편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착하고 순한 편이죠..
연말이라고 남들은 다 기쁘고 즐거운것 같은데 저만 이런것 같아요..
애들 재워놓고 남편이랑 술한잔 할라해도 같이 마주앉아서 할 얘기가 없어요.
저만 떠들어야해요..
그러니, 그냥 각자 노트북 붙잡고 두어시간 보내다 잠들어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답답하고 재미도 없고 그럴까 자다가도 그 생각에 이르면 잠이 다 안와요.
지금은 애들이라도 어리니 이러고 살지만 애들 다 키워놓고 저 사람이랑 어찌 여생을 지낼까 생각하면..ㅠㅠ
지금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월요일 아침, 애들 깨기 전이요..
남들은 큰애 학교 방학해서 힘들다던데..전 그래도 지금 월요일 이 시간이 좋네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남자와 왜 결혼했을까..
전 친정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지독하게 권위적인 아버지, 폭력적인 오빠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걸핏하면 집에서 나는 전쟁같은 싸움..
그러다 만난 남편, 이정도 착한 사람이면 될것 같았어요..
날 어떻게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바람피울 것 같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살다보니, 이 사람이 절 숨막히게 하네요..
아이들은 너무 예뻐요..애들이 없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