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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반자 미국과 중국

쑥빵아 조회수 : 501
작성일 : 2011-12-23 17:47:51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갈등은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지만 환율문제, 계속된 통상마찰, 이란 핵문제 처리의 시각차이, 기후변화협약의 실패, 구글 사태,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과 중국의 반발, 달라이 라마 면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예전에도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은 있었습니다. 미국은 텐안먼 사태, 파룬궁과 소수민족 탄압 등 중국의 비인권적인 행위를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맞대응을 피하고 조용히 힘을 길러왔습니다. 개방을 통해서 중국은 경제력을 키워갔고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중국의 부상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 무기 판매 결정을 연기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 찬밥 신세였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0년 2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력하게 시사했습니다. 그 다음날, 중국은 미국 기업의 금수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면담은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하자 외교부 성명을 통해서 내정간섭 행위를 중단하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사실 2007년 10월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을 당시에, 중국은 외교부 명의의 유감 성명을 내놓는 정도의 약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중국은 과거처럼 수세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배수진을 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적대정책과 다름없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즉각적인 보복조치로 미국 기업에 대한 금수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서 미국을 응징해야 한다. - 뤄위안 중국 군사과학원 소장

여기에 중국 군부는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과 관련해서 “단순히 군사적 수단에만 보복이 국한되서는 안되며,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월에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를 결정하자 3억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항의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의 격앙된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케 합니다.

미국에게 있어서 지금의 중국은 미국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최소한 예전의 중국은 미국에게 겉으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약 30~40년 전으로 돌아가면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주 작았고 영향력도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며, 세계의 공장이고, 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세계의 자원을 선점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던 중국 제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힘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유소작위(有所作爲)
*도광양회 - 빛을 감추고 어둠에서 힘을 기름
*유소작위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뜻을 이룸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위상은 달라졌습니다. 든든한 돈줄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나라가 되었고, 위안화 결제를 시작해서 달러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친중국 세력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국부펀드를 앞세워서 중국의 지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게 고개 숙이며 어둠에서 기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글로벌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통제된 중국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강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금융위기를 통해 상처받은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발전하여 현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것입니다. 여기에 양국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려서 분위기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전략도 가세했습니다.

미국이 두 자릿수 실업률로 고전하는 동안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일전은 오바마에게 정치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2010.2.3 뉴욕타임스

오바마가 경기 침체, 실업 등의 국내 문제를 중국과의 갈등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회적 불안과 불만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군부 강경파와 젊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는 민족주의 분위기를 활용해서 국면 전환을 하려합니다.

사실 중국은 아직 가난한 나라입니다. 평균 소득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미국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주요 대도시는 부유하지만 서부 지역은 아주 가난합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의 그늘에는 내부의 긴장과 분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의 혜택을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습니다. 저평가된 위안화와 그로 인한 무역흑자에 중국의 성장이 상당부분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한해 성장률이 8%아래로 내려간다면 사회가 크게 불안정해 질수 있다고까지 지적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티베트 문제에 매우 민감합니다. 티베트 독립문제의 불씨가 신장위구르와 네이멍구 등으로 옮겨 붙어서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상당한 응집력을 발생시켜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습니다. 환율문제는 그 한가운데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는 환율이다. 미국 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그들(중국)의 제품 가격은 내려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 2010.2.3 오바마 대통령

미국 상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구글 분쟁에 관한 비난 결의도 채택하려는 방침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환율은 상당히 민감함 문제입니다. 양 국의 경제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금은 어느 한쪽도 쉽사리 뒤로 물러 설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려면 10%대의 고성장을 매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증대가 필요하고 미국 시장은 그 핵심입니다. 미국은 실업률이 심하기 때문에 당장 내수시장에 기대서 성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중국 시장이 그 핵심입니다. 또한 채권의 원활한 매입과 유통을 위해서도 중국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가장 큰 힘은 바로 돈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공채를 갖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매년 평균 8천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미국은 중국이 채권을 사주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래의 발언들로 볼 때, 양국은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이렇게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식하면서,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향이 큽니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믿고 있다. -2009년 1월 가이트너 재무장관
중국의 환율문제가 미국에 막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 -2010년 2월 오바마 대통령
중국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어서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 -2010년 2월 오바마 대통령
위안화는 최소한 25% 평가절하 되어있다. -2010년 2월 프레드 버그스탠 PIIE 소장
미 국채의 투자가치를 따져봐야겠다. -2009년 1월 원자바오 총리
초국가적인 슈퍼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2009년 3월 저우샤오환 인민은행장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수준이다. -2010년 2월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의 환율 절상 요구는 오래된 속임수다. -2010년 2월 장옌성 대외경제연구소장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정치지도자가 아닌 종교지도자로 만나며 중국이 우려하는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당일 미국의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양국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국간의 수천억 달러의 교역 등 경제적인 의존관계에 있는 관계로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갈등은 앞으로 공격의 수위를 낮추며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불편한 동반자의 애증관계는 앞으로 지속될 것 같습니다.

IP : 211.196.xxx.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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