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한강>에서 포항제철과 그 건설자 박태준을 쓰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까지 집필하게 되었는지를 밝힙니다.
“우리 레닌 동지가 꿈꾸고 추구한 이상향을 저는 여기 포철에서 보았습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모스크바 대학 총장 빅토르 사도브니치는 포항제철을 둘러보며 이렇게 감탄했다.
그리고 그가 한국을 떠난 4개월 뒤에 소련이라는 거대한 나라는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듯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모스크바 대학 총장이면 소련 최고의 지성이며, 소련공산당 최고급 당원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네의 주신 격이며 최고 최대 영웅인 레닌의 이름을 내세워 포철의 성취를 ‘이상향’이라고 묘사했다. 모스크바 대학 총장은 포철의 공장 시설을 보고 그렇게 놀란 것일까? “제철소의 최신 설비와, 공장답지 않게 깨끗한 관리 상태도 놀랍지만, 그보다도 사원 주택단지와 학교들이 제철소와 가깝게 있으면서도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습니다. 공장단지와 주거단지가 이렇게 쾌적하고 청결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스크바 대학 총장이 밝힌 이유다.
미혼의 독신자 숙소는 아파트였다. 도서실, 휴게실, 스포츠 센터가 있는 것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호텔 객실 같은 방이 몇 개 있었다. 그건 면회 온 부모님을 위한 숙소였다. 한국에 이런 회사가 있다니! 그런 시설이 박태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 섬세한 배려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려는 진정한 마음이 없고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참사람 박태준을 발견했고, 그 순간 존경의 염을 갖게 되었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문학관을 가진 내가 진정한 사람을 발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박태준은 광양제철을 완공한 다음 명예회장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앉으면서 요즘 유행하는 스톡옵션은커녕 퇴직금도 받지 않고 맨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집 한 채 있던 것을 팔아 ‘아름다운 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하고도 세상이 모르게 했다. 지금 내가 최초로 공개한다. 그분이 노여워해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