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대 후반이고 2000년대 초반 학번이예요... 지금은 의사구요..
서울대는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탑3안에 드는 의대 나왔어요..
전 지방 중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요.. 서울대 의대 좋은거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근데 전 그냥 어려서부터 막연히 특정 사립대를 선호했어요.. 아무 이유없이 그냥 그 학교에 대한 로망.. 멋있어 보인다..
이런거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이랑 집안 어른들 대다수가 그 특정 사립대를 졸업한것도 있었고..
암튼 그 학교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었어요. 근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요..
저땐 사립대들은 1학기 수시가 있었고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는 1학기 수시가 아예 없고 2학기 수시랑 정시만 있었어요.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전 늘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놓친 적이 없었는데요,
지방의 평준화 고교에서 배짱좋게 서울대 의대를 노린 2학기 수시만 기다리느라 1학기 수시를 아무것도 안쓸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1학기 수시를 합격하면 자동으로 2학기 수시는 아예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거든요.
당연히 한치앞이 불안한 고3 수험생 입장에선 1학기 수시 써야하는 입장 아닌가요?
학교에서 교장이랑 담임이 (선생님이란 글자 붙이고 싶지도 않네요 지금도..) 저 불러서 니 성적이면 충분히 서울대 갈수 있으니 1학기수시는 아예 쓰지 마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수시에 필요한 원서나 추천서같은것도 안써주고 아예 도장도 안찍어줬어요. 저희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 면담 요청했는데 우리 학교좀 살려달라면서 아예 원서 안써줬어요.
애 한명 서울대 가면 학교 위상도 달라지고 애 앞길에도 사립대 의대보다 의대 아니더라도 서울대 가는게 인생에 도움된다면서 끝끝내 안써줬어요. 근데 또 그땐 그 얘기에 홀라당 넘어가서 결국 마감날까지 1학기 수시 원서도 못넣었어요.
안넣은게 아니라 못넣었어요. 학교 선생이랑 교장까지 진짜 강경하게 말렸어요. 서울대 가라고.
근데 진짜 우연인지 기적(?)인지 전국적으로 저같은 애들이 많아서 원서마감날까지 원서가 별로 안들어온건지...
원서 마감일이 갑자기 연기된거예요. 그래서 아예 엄마랑 제가 학교 담임 몰래 원서랑 추천서 써서 지원했어요.
알아보니 지원서나 원서에 학교 직인이나 담임 직인이 필요한건 아니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지방대 교수로 계신 작은아버지 명의로 추천서 받아서 원서 넣었어요. 그리고 간절히 원하던 학교 의대 1학기 수시 합격했었구요.
근데 더 웃긴건 저 1학기 수시 면접대상자 발표나던 날 서울 가야하는데 담임이 부르더니 (그날 알았어요 제가 그 학교 원서 쓴거..) 씁쓸한 표정으로 "어쨌든 축하한다 잘 갔다와라" 딱 한마디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 최종합격했을때도 저 살던 도시에 소문날 정도로 사람들이 축하해줬었는데...
학교에선 축하한다 말 한마디도 없더니 한참후에 수능날이나 정시면접때 저한테 전화와서
수능날 꼭 고사장 가서 같은 교실에 있는 같은 고등학교 애들한테 슬슬 답안지도 좀 보여주고 애들한테 면접 요령좀 전수하라고 하더라구요. 전 수능 안봐도 되는 입장이라 그 전화받고 어이없어서 아예 수능 안보러 갔어요.
그 기사 읽으니 무조건 학생 욕만 할건 아닌것 같아요.
저땐 고3담임이 서울대 한명 보내면 재단에서 보너스가 50만원이네 100만원이네 이런 소문 진짜 많았거든요.
물론 좋은 교사도 있겠지만 정말 아닌 교사도 많았어요... 그냥 제 케이스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썰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