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307
작성일 : 2011-11-08 08:19:37

_:*:_:*:_:*:_:*:_:*:_:*:_:*:_:*:_:*:_:*:_:*:_:*:_:*:_:*:_:*:_:*:_:*:_:*:_:*:_:*:_:*:_:*:_:*:_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 억지로 펴가며 배웠지
내가 아무리 구덩이를 잘 파고 공구리를 잘 비벼도
그래도 어디 농민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노동자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한 삽을 뜨면 한 톨의 쌀이 되는 삽질
한 삽을 뜨면 한 장의 연탄이 되는 삽질
그런 삽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
그래도 한때나마 삽질을 해본 나는
그 시절, 삽에 대해 경배하는 법을 배웠네
삽질을 하다 상관이 지나가면
총 대신 삽을 들고, 받들어 삽!
그런 군인정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삽질을 하려면 반드시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
땀 흘리지 않고 삽질하는 비책은 없다는 사실
한 삽에 흙 한 덩이 이상 뜰 수 없다는 사실
하나하나 깨우치는 만큼 삽날이 닳아갔네
삽날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에 맞춰 시간이 갔고
제대한 지 어느 새 스물 몇 해
삽질하는 법, 이제는 내 몸에서 잊혀졌지만
삽질을 모욕하는 말, 참을 수 없네
삽질 한번 안 해 본 것들이 툭하면
―삽질하고 자빠졌네
무심코 내뱉는 말, 죄 없는 삽이 불쌍했네
그러더니 새만금을 막고 천성산을 파내고
이제는 한반도 운하까지 뚫겠다며
거대한 삽을 들어 올린다는 말이 들려오네
거대한 삽질 한 방이면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
새빨간 거짓부렁이란 걸 나는 알고 있네
내가 배운 삽의 정신과는 정반대인
저 거대한 거짓의 삽
아,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었네
삽날을 치켜들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는 사실!
한바탕 삽의 전쟁이 다가온다면
나는 정직한 삽의 편에 설 것이네
삽을 경배할 줄 모르는 저 거짓 무리들의 정수리를
내 정직한 삽으로 후려치고자 하네
그 옛날 배운 대로
어깨 위로 삽!
성스러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삽을 버리고 또 버리네
삽날 위에서 햇살이 반짝, 튕겨오르네


           - 박일환, ≪삽의 전쟁≫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ggg.jpg

2011년 11월 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jjj.jpg

2011년 11월 8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08/132066616703_20111108.JPG

2011년 11월 8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07/alba02201111072032220.jpg

2011년 11월 8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08.jpg

 

 

 


당신들에게는 "있는 것", "아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니까요. 아...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가?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112.154.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1.11.8 8:24 AM (121.184.xxx.228)

    시인의 저 정직하고 올곧은 삽질의 노동을 생각하면 정말 '삽질'이라는 말도 죄송하네요.
    우리가 개색히 할때, 우리 옆에 있는 그 반려의 친구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듯.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새우실님 기사 보며 아침 일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감사합니다.
    '11.11.8 12:28 PM (182.209.xxx.241)

    늘...잘 보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30 어제 하이킥 앞 부분을 못 봤는데(스포 주의) 6 소심한 커밍.. 2011/11/15 1,692
37929 유치원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의견 부탁드려요... 2 학업고민 2011/11/15 1,599
37928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해요 ㅠㅠ 3 고민맘 2011/11/15 2,079
37927 실크테라피 에센스요... 3 삼단같은머릿.. 2011/11/15 2,554
37926 종로5가 보령약국맘먹고가려구요 4 지겨운감기 2011/11/15 3,684
37925 일본 의국제도 같은 의사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있나요? 4 의국 2011/11/15 1,993
37924 민주당 원내대표실에 전화했어요 4 막아야 산다.. 2011/11/15 1,317
37923 김홍도 목사 교회측, 박원순 시장 고발? 6 밝은태양 2011/11/15 1,697
37922 왜 뒤늦게 이건율이 이렇게 좋을까요?????? 뒷북 2011/11/15 1,164
37921 돌안된 아기 국공립어립이집 보내도 될까요? 6 어린이집 2011/11/15 1,578
37920 회충약 추천 부탁합니다. 2011/11/15 2,155
37919 성대결절 잘보는 병원 추천해주세요.. 3 혹시.. 2011/11/15 4,412
37918 산모 선물 추천 부탁해요 1 선물 2011/11/15 1,845
37917 이데올리TV에 나꼼수 김용민교수 나오네요 1 밝은태양 2011/11/15 1,243
37916 건강즙이요..호박즙이나 배즙같은거 믿고 살데 없나요? 4 애엄마 2011/11/15 2,339
37915 남편이 근육파열로 입원했어요 12 웬수 2011/11/15 3,771
37914 다리 핏줄바로위 피부가 멍이 들어요 3 병명 2011/11/15 4,110
37913 저도 수애와 사촌오빠 15 ....... 2011/11/15 6,041
37912 노원구 콜택시 문의합니다. 2 ... 2011/11/15 2,587
37911 kt 이래서 괴씸해요. 2 나쁜것들 2011/11/15 1,560
37910 배추로 할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요? 7 해피트리 2011/11/15 2,874
37909 수학은 30점 ,영어는 90점..중1 아이 인데요 조언좀.. 14 어쩔까요 2011/11/15 3,267
37908 민주당 오늘 가카 만난다는데 불안하네요 1 막아야 산다.. 2011/11/15 1,168
37907 진짜 몰라서 물어봅니다 3개틀렸다고 하네요 13 수능 2011/11/15 2,966
37906 반포 서원초등학교 아시는분,,?? 5 ,, 2011/11/15 3,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