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215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394 물 새는 '4대강' 상주보, 안전진단 없이 땜질 급급 4 ^^별 2011/11/25 658
40393 저 아래 축의금 백만원 글보고 .. 6 결혼축하금 2011/11/25 4,205
40392 주식싸이트 윌클럽 어떤가요? .. 2011/11/25 3,460
40391 與 민본21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세율 40%" 5 세우실 2011/11/25 881
40390 5-6세 이후 아이 원에 안보내시고 데리고 계신분 계실까요? 2 오 아들아... 2011/11/25 973
40389 총선 앞당길려면 야당 총사퇴해야 한다고 하지않았던가요? 3 민주당 의문.. 2011/11/25 833
40388 (펌) 농업의 ㄴ 자도 모르는 것들이.. 스왙(엡비아.. 2011/11/25 577
40387 항암치료 안하셔서 후회하시는 분도.. 1 궁금이 2011/11/25 2,601
40386 나꼼수티셔츠 정말 이쁘네요 6 와우 2011/11/25 1,723
40385 여러분들은 언제까지 일 하실꺼에요? 8 작은 사무실.. 2011/11/25 1,862
40384 FTA반대 현수막이랑 차량 스티커 제작 안하나요? 1 현수막 2011/11/25 607
40383 김선동의원 청와대 앞 1인시위! 사진 13 참맛 2011/11/25 2,021
40382 일요일 양산 나꼼수 콘서트를 가는데요 3 고민녀 2011/11/25 1,093
40381 파란당 찍는 것보다 더 나쁜것~! 3 수박꾼 2011/11/25 756
40380 민주, ‘한미FTA투쟁위’ 본격 가동 1 뭉치면 산다.. 2011/11/25 797
40379 테디베어 원단 좀 알려주세요. 2 FTA 반대.. 2011/11/25 1,685
40378 민주당 한미FTA 무효투쟁위, 투쟁 방법 및 일정 논의 뭉치면 산다.. 2011/11/25 669
40377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요. 1 이정희 내사.. 2011/11/25 907
40376 와락 안아드리고 싶어요. 쌍용자동차 아프신 분 계시네요. 2 나거티브 2011/11/25 901
40375 알약으로 된 프로폴리스는 어떤 냄새가 나나요? 5 궁금해요 2011/11/25 2,820
40374 한미 FTA 발효도 날치기하려는가? 3 가현가은맘 2011/11/25 751
40373 왕따 시키는애한테나 부모에게 얘기하면 좀나아지나요? 16 더나빠지나요.. 2011/11/25 2,428
40372 아이 인강 찾다가 괜찮은 이벤트 같아서요. .. 2011/11/25 670
40371 왠만큼 사는 정치권 기업인 2세는 죄다 미국 국적이네요 4 미국국적 2011/11/25 1,386
40370 한미FTA 국회 날치기는 국회법에 의해 무효입니다 9 참맛 2011/11/25 1,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