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중고 다닐때 넘사벽이었던 친구들 많았었어요.
성적 뿐 아니라 성격, 집안, 대인관계, 리더쉽.. 외모까지
그 친구들에 비해서 저는 집안 그럭저럭, 외모는 좀 괜찮은 편이었지만 꾸밀 여유 없어서 선머스마처럼..
성적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라서 잘 나왔지만 과외도 잘 안 받은 거라서 상위 1% 이런 건 아니었죠.
그런데 그렇게 똑똑했던 내 친구들은
대학교 졸업한 뒤에 일부는 대학원도 갔지만
대부분 친정도 잘 살고 시댁도 잘 살아서
자기 일을 하기보다는 그저 애들 잘 기르고 집안 잘 이끄는 걸 주변에서 기대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그렇게 똑똑했던 친구들이 다 전업주부를 했어요.
그에 비해서 저는
그저 제가 하지 않으면 죽도밥도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애를 낳고도 시댁도 친정도 육아를 도와줄 생각도 형편도 안되어서
저 혼자 갖은 고생하면서 애 키우면서 일했답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책으로 쓰고도 남습니다.
하여간에 밤이면 퇴근해서 갖난애 목욕시키고 기저귀삶고 우유병 소독하면 새벽2시.
새우잠 자고 새벽 6시면 일어나서 출근준비.
애들 키우면서도 누가 봐줄사람 없어서
애 봐주는 분한테 맡기고, 놀이방에 맡기고..
울면서 엄마 가지말라고 몸부림치는 애를 떼어놓고 출근했답니다.
그렇게 애를 쓰면서 남편하고 푼푼이 번 돈을 절약해서 쓰면서 저축해서
그저 편안히 살 정도가 되었지만
지금도 제 친구들은 집안에서 내려온 돈으로 저하고는 처지가 달라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 지금은 은근히 저를 부러워하네요.
너는 네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하면서요.
물론 그 친구들이 제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어찌 알겠어요.
그런거 말 안하니까, 그리고 그 친구들은 저하고는 애초부터 경제수준이 달랐으니까
아무 사정도 모르고 그냥 지금 상태보고 그러는거겠죠.
그런데 제 친구들하고 얘기해보면
뭔가 사회생활을 안한 사람들한테서 느끼는, 막힌데가 있어요.
분명히 학교 다닐때는 저한테는 넘사벽이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들은 사회생활 또는 자아실현.. 아니면 그저 대인관계의 한계로 안해
뭔가 폭넓게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한 걸 느끼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우리 친정이 그리 잘 살지 않았고
시댁도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제가 제 일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어찌 생각하면 좀 안타깝기도 해요.
그렇게 똑똑했던 내 친구들이 결혼과 육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사회안에서 발현시키지 못하고
가족 안에서만 그 능력을 쓰는거 말이예요.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잘 나고, 친정이나 시댁이 너무 지체 높아도
그 안에서 여자가 자기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