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결혼생활이었어요.
둘다 전문직이고. 서로 큰 트러블없이 아이들도 밝고 건강하고.
실상은 거의 저의 희생이 바탕이 된 결혼이었지만요.
남편은 다혈질이고 시댁에서 개천의 용이고.(아시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모든 강요된 의무들)
막내임에도 늘 맏이노릇해왔어요. 같은 맞벌이 임에도 전혀 집안일이나 육아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제가 결혼전부터 내건 조건이 단 하나 있었어요.
내가 이혼하는 일은 단 한가지다. 니가 바람을 피우는것. 그건 정신적 육체적인 모든 지저분한 일. 그리고 지저분한 술자리까지 포함해서다. 라구요.
남편은 한결같이 내 희생을 요구할때 자신이 이조건하나만을 잘 지키고 있으니 좀 이해해달라고 하였죠.
근데 얼마전에 알았아요. 남편의 지저분한 술자리를요.
물론 남편은 항변합니다. 이건 사회생활이지 바람의 범주가 아니다.
물론 통념상으로 그럴수도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하지만 저는 얘기했죠. 내가 십년동안 얘기한 조건은 그거 단 한가지였고 너는 동의했었다.
근데 이제와서 나의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하는거냐?
남편은 잘못했으니 앞으로 좀 조심하면 되는문제 아니냐면 넘어가자고 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내게 정결한 결혼생활 단하나의 가치였고 니가 그걸 지키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제껏 내가 많은 희생을 감내했던 거라고.
집을 나가라고 하니 봐달랍니다.
머리가 복잡하네요
물론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남편을 용서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용납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결정해야 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만 떠올려도 구토가 쏠립니다.
내내 입으로 정조를 지킨다고 하면서 십년동안 뒤로했던 지저분한 일들을 넘기고 제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생각이 드네요.
남편은 아무도 이런정도로는 이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가요.
하지만 부부의 합의사항이 깨졌을때는 이혼사유가 되는게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