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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30년전 잊혀지지 않는 신입남학생 컬쳐쇼크 기억

^^ 조회수 : 5,816
작성일 : 2021-11-04 17:48:57
우리집은 부모님 학벌도 그저그래요. 거의 무학.
거기다 오빠들 분위기도 험하고
한마디로 거칠고 막 사는 분위기
그래도 그 와중에 제가 공부는 좀 했어요.
그래서 대학엘 갔고 단과대 작은 동아리 들어갔지요.
근데 저처럼 다른과 신입생 남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말 몇마디 했는데도 이제껏 내가 경험했던 집안 남자들과는 달라요.
배운 집안 경제적 여유 화목한 가정분위기 등등

그러다 둘이서 신입생들끼리 결정해야 할게 있어서
단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잔디밭이었고 내가 여기 앉아서 이야기 하자 하고
바닥에 철퍼덕 앉으려고 하니까
응 잠깐만 하더니 뒷주머니에서 잘 각지게 접혀진 손수건을 꺼내더니
그걸 딱 펴서 바닥에 깔더니
여기 앉아 하는거에요.
그리고 본인은 그냥 바닥에.
저 그때 완전 컬쳐쇼크 받았어요.
이런 문화 이런 대접 태어나서 처음이라.
그렇게 나하고는 완전 다른 종같아서 거리감마저 느껴지는데

하필
집 방향이 같았어요.
혹시 동아리 모임 있다가 끝나면 꼭 ☆☆야 이제 집에 가자.
하고 꼭 같이 가자고 챙겨요.
그러다 5월인가 날더러 꽃사는데 같이 가재요.
엄마생신이라 꽃다발 살건데 날더러 골라달래요.
이때 또 컬쳐쇼크 받았어요.
우리집은 생일 챙기는게 없었어요. 그런데 아들이 엄마에게 꽃다발 선물이라니!
꽃다발은 티비에서나 봤지 실제 받아본적도 없고 구경 자제를 안 해봤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네가 골라줘. 이러니까 으응 하면서
꽃집엘 갔죠. 다행히 꽃집 주인이 알아서 권해서 위기모면했네요.
제가 2학기에 그 동아리를 나왔어요.
그때 화난듯 따로 만나서 설득하려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혹시나 싶어 포탈에 이름 검색하니 뜨더라구요. 잘 살고 있더만요.
머리는 빨리 반백 되버렸고.

짜샤 지금처럼 잘 살아라^^
응원한다~~그리고 고마웠다.
지금 생각하니 날 좋아했던것 같아요. 갑자기 영화보자고 하고 연극 보러 가자고 하고 중간기말고사때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일찍 나와서 자리 잡아줄테니 넌 조금 늦게나와도 된다고 까지 한거보면요ㅎㅎ
제가 다 거절했지요. 부담스러워서요ㅎㅎ
IP : 223.62.xxx.112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1.11.4 5:52 PM (1.236.xxx.4) - 삭제된댓글

    잘하보시지는..
    내가 너무 쳐지면
    미리 포기해버리는게
    가난한집 아이들의 최대 걸림돌 ㅠㅠ

  • 2.
    '21.11.4 5:57 PM (180.229.xxx.9)

    저 아는 사람도
    대학 4년 내내 연애하고 남자가 결혼하쟀는데
    (둘다 sky)
    여자 쪽이 헤어지자고...
    남자는 잘 살고 여자는 아니고.

    헤어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둘 다 지금은 잘 삽니다.

  • 3. ...
    '21.11.4 6:05 PM (223.38.xxx.219) - 삭제된댓글

    그 심정 알아요.
    저도 비닐하우스에 살 정도로 가난했는데 공부를 잘해 좋은 학교 갔거든요.
    동아리 동기 남자애(의대생이고 양친이 모두 교사라 잘 사는 편이었어요)가 맨날 도서관 자리 잡아주고 밥 사주고... 너무 잘해줘서 부담스러운 나머지 1학년 말에 그 동아리를 떠났어요.
    대학생이 결혼할 거도 아니니 그냥 사귀었어도 될텐데 그땐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가난이 나를 그렇게 위축되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대기업 임원인 남편과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요.
    이제는 다 추억이네요.

  • 4. dd
    '21.11.4 6:09 PM (110.70.xxx.161) - 삭제된댓글

    전 고생이 뭔지 모르고 큰 부잣집 외동인데 30년전 대학신입생때 본 그 애는 서울 모지역 달동네가 집이라더군요.
    형제도 5명에 아버지는 초등학교때 이미 다른 가정을 가지시고 엄마는 남의 집 일 하신다고...
    전 그 애가 이런 말을 저한테 했을때 너무 충격이었지만 고맙기도 했어요. 나름 비밀(?)을 얘기 햐줬다 생각해서요.
    지금 생각하면 결혼은 안하길 잘했어요.
    아름다운 기억이네요.

  • 5. ..
    '21.11.4 6:20 PM (112.155.xxx.136)

    저두 님과 환경비슷
    그래도 공부는잘했어요
    대학 갔는데 남학생이 엄마 생일이라 커피머신 선물해드렸다고
    컬쳐쇼크였어요 그때가 1995년도 였는데

  • 6. ......
    '21.11.4 6:25 PM (112.166.xxx.65)

    소개팅한 남자애가
    자2기네는.가난해서
    돼지고기로 국을 끓인다고 했어요


    전 국에 들어가는 고기가 돼지인지 소인지
    전혀 모르고 궁금해본적도 없었는데...

  • 7. ㅇㅇ
    '21.11.4 6:35 PM (58.234.xxx.21)

    30년전 이면 90년대네요
    그당시 그렇게 스윗한 남자가 대한민국에 있었다니 ㅋ
    근데 그 갭이 정말 부담스러웠을거 같아요
    저라도

  • 8. ..
    '21.11.4 6:35 PM (218.50.xxx.219)

    컬쳐쇼크라고 했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경험이었겠죠.
    지금은 그런 남자와 살지않나요?
    앉을 자리에 손수건 깔아줄줄 알고
    무슨 날이면 꽃도 사올줄 아는
    님을 위해주는 남자와 살지 않아요?

  • 9. 히잉
    '21.11.4 6:52 PM (211.36.xxx.75)

    스위트해라
    그냥 막 설레네요

    이제는 뉘집 아들내미 잘 키웠다 생각이 먼저 들어요

  • 10. 와와
    '21.11.4 7:09 PM (218.38.xxx.64)

    설레네요
    아깝네요 연애라도 하시지

  • 11. ㅎ.ㅎ
    '21.11.4 7:11 PM (112.159.xxx.61)

    예쁘다....새내기때 생각나고 괜히 설레네요.

  • 12.
    '21.11.4 7:15 PM (125.131.xxx.29)

    예쁘신가봐요... 부럽다잉.. 글이 따뜻하네요.. 지금도 잘 사실것 같아요 ^^

  • 13. .....
    '21.11.4 7:36 PM (211.246.xxx.34) - 삭제된댓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친정 형편에 따라 알아 결혼 자리가 많이 달라졌죠
    학교에서는 이런 친구가 있었나 싶었어도 나중에 결혼하는 거 보면 어떻게 그런 신랑을 만났는지 알 수 있었죠

    지금은 지금은 모두 다 잘 살고 있지만요. 우리 아이들은 자기 마음껏 배우자를 고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 14. ...
    '21.11.4 7:45 PM (221.151.xxx.109)

    아깝네요
    잘 해보시지 ㅠ ㅠ

  • 15. ㅠㅠ
    '21.11.4 7:57 PM (175.114.xxx.64)

    저는 부모님 교사셔서 평범한 집안(저 위에 교사 부모가 잘 사는 집이라고 쓰셨는데 글쎄요;;;^^)인데 대학 때 좋다던 남자 둘이, 한 쪽은 할아버지가 모 대학 이사장, 한 쪽은 준재벌, 그랬어요. 매너 좋고 그 시절(30년전) 외제차 몰고 다니던. 결혼까지 갈 거라 생각도 안했지만 부담스러웠어요 밥만 먹어도. 그래서 시작도 안했죠. 아마 사귀었어도 계속 불편했을 것 같아요.

  • 16. 그러게요
    '21.11.4 8:13 PM (27.166.xxx.95)

    나도 생각나네요. 강의실 문앞에 와서 기다리던 잘생긴 의대생.. 그 아이 피해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고 피해다니고.. 그 아이 옆에선 내가 초라하게 느껴져서 싫었어요. 자존심만 강해서는. 자존감은 바닥인 주제에..ㅠ

  • 17. ㅜㅜ
    '21.11.4 9:47 PM (1.252.xxx.104)

    참 하나같이... 우린왜 쓸때없이 자존심만 강할까요.
    결혼하고보니 존심버리고 결혼한 여자들이 결혼을 잘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뭐 행복은 모르겠고 남편들 지위보면요~

  • 18. ......
    '21.11.4 10:33 PM (125.136.xxx.121)

    그러게요. 저도 왜 그랬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해봅니다. 서로 환경차이가 많이나면 쓸데없는 자존심인지 아니면 먼저 포기해버린건지..비슷한 수준만나 비빌언덕하나없이 살아간다는게 팍팍해요.

  • 19. ...
    '21.11.4 11:16 PM (115.21.xxx.48)

    그때 왜 그랬을까 몇번은 만나볼것을...

  • 20. ㅇㅇ
    '21.11.5 8:16 AM (223.38.xxx.186)

    저도 지방 출신인데
    대학을 잘 와서 반포 살던 선배와 사귀었는데
    자취해서 과일 먹고 싶다고 하니까
    양주 파는 데 가서 과일 시켜주더라구요.
    지금은 대학 교수 하며 잘 사시는 듯~~ㅎㅎ

  • 21. 그죠
    '21.11.5 10:29 AM (125.178.xxx.108)

    원글님, 댓글님들..무슨 맘인지 저도 알듯해요
    그런 남자들 잘 꼬셔서 결혼 잘하는 여자들도 많던데 어찌 스스로 시작도 전에 도망 쳤을까요
    그당시 자존감이 낮아서..였을까요..?
    제 자신의 돌아보면 낮은 자존감이 맞는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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